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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기술이 적용된 BMW i8 헤드램프 (이미지 : BMW)

 

우리가 운전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기관은 눈이다. 차를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 교통흐름을 시시각각 눈으로 파악한다. 

 

시각은 빛에 의한 정보다. 해가 진 야간에는 눈이 인지하는 시각 정보가 줄어든다. 낮보다 밤에 더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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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주행 (이미지 : BMW)

 

따라서 전방에 빛을 제대로 비추지 못하면 사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헤드램프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BMW는 헤드램프 분야에 오랫동안 공을 들인 회사 중 하나다. 최근에는 LED보다 더 먼 거리를 비추는 레이저 라이트까지 양산차에 적용했다. 그들이 남긴 헤드램프 개발 역사를 살펴보자.

 

 

*자동차 역사 초기의 헤드램프


자동차 헤드램프는 아세틸렌 램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아세틸렌 램프는 기름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지금이야 버튼을 굳이 누르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앞을 비추지만 당시에는 차에서 내려 헤드램프 뚜껑을 열고, 불을 붙인 후 다시 차에 타야 했다. 귀찮을뿐 아니라 밝기도 약했으며 쉽게 꺼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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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자동차에 장착된 아세틸렌 헤드램프(이미지 : 구글이미지)

 

전류를 활용한 헤드램프가 자동차에 처음 사용된 것은 1912년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가 헤드램프에 사용됐다. 전구는 진공처리된 유리용기 안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집어넣고 여기에 전류를 보내면 필라멘트가 타면서 불을 밝히는 원리다.

 

텅스텐 필라멘트에 전류가 가해지면 백열상태가 되면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전구를 막 꽂고 나면 뭔가 분위기도 있고 와인 한잔을 따라야 할 것 같지만,  빛이 그리 밝지 않고 수명이 짧은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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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출시된 BMW 303 로드스터, 전구타입 헤드램프가 장착됐다. 사람 폐보다 세 배 가량 큰 초대형 키드니(콩팥) 그릴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 위키피디아)

 

전류와 만난 텅스텐 입자는 빛을 발하면서 공기중으로 증발한다. 필라멘트를 떠난 텅스텐 입자가 전구 내벽에 붙고 쌓이기 시작하면 전구 안쪽이 검게 그을린 것처럼 보이는 흑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 경우 전구 밝기가 약 20%가량 줄어든다.

 

제때 전구를 갈아주지 않으면 폼도 안날 뿐더러 기껏 따른 와인을 그녀와 함께 마시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할로겐 램프의 등장


1980년대에는 할로겐 램프가 자동차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BMW는 하향등에 사용했던 필라멘트 전구를 할로겐 램프로 대체했다. 부모님의 10년 된 차는 대부분 누런색 할로겐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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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겐 램프가 장착된 1988년식 BMW M3 (이미지 : BMW)

 

할로겐 램프는 전구 안에 할로겐 가스를 집어넣어 일반 전구에서 나타난 텅스텐 흑화현상을 보완한 제품이다. 여기서 할로겐 가스는 '교도소' 역할을 한다. 흑화현상을 일으키려는 텅스텐을 붙잡아 다시 필라멘트로 돌려 보낸다.

 

할로겐 램프 안에서 빛을 발하며 증발한 텅스텐 입자는 공기 중 할로겐입자와 결합체를 이룬다. 할로겐-텅스텐 결합체는 전구 내벽에 텅스텐이 붙는 것을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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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겐 램프의 작동원리 (이미지:구글이미지)

 

내부를 떠돌던 결합체는 뜨거운 필라멘트로 다시 접근할 경우 분리된다.  텅스텐 입자는 필라멘트에 재결합하고 할로겐 입자는 다시 공기중으로 떠난다. 이 원리 덕에 할로겐 램프는 흑화 현상이 없다. 밝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러 모로 훈훈한 이야기만 남긴 것 같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 텅스텐을 붙잡은 할로겐 입자는 텅스텐을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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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식 BMW 8시리즈, 팝업식 헤드램프 안에는 할로겐 램프가 장착됐다 (이미지 : BMW)

 

발 닿는 곳 아무데나 텅스텐을 던져 놓고 가기 때문에 텅스텐 필라멘트 굵기가 들쭉날쭐 해지기 시작한다. 어느 한쪽의 필라멘트 굵기가 가늘어지고 끊어지면 그 할로겐 램프는 수명이 다 한다. 

 

*BMW 눈매의 상징, 코로나 링 

 

1972년 출시된 1세대 5시리즈(E12)에는 원형 할로겐 헤드램프 두 개가 적용됐다. 좌우 각각에 자리 잡은 두 개의 둥근 램프는 지금까지고 이어지고 있으며, BMW가 내세우는 헤드램프 디자인 특징이 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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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식 BMW 525 (이미지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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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5 컨셉트에 적용된 원형 코로나 링 (이미지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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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4 아이코닉 라이트에 적용된 다각형 코로나 링 (이미지 : BMW)

 

이 디자인은 BMW가 2001년 내놓은 4세대 5시리즈(E39)에서 '코로나 링'으로 발전한다. 이 때부터 헤드램프뿐 아니라 그 속 광원까지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링은 시대와 모델에 따라 모양이 약간씩 변화하고 있다. 초반에는 원형에 노란빛이 돌았지만, 현재는 도로를 응시하는 듯 각진 모양을 하고 흰색 빛을 발산한다. 

 

*가장 자연광에 가까운 광원, 제논 헤드램프 
 
HID(High Intensity Discharge)라고 불리는 제논 헤드램프는 BMW가 1991년 처음 옵션으로 마련했다. 최대 10기압 제논 가스로 채워진 램프 속에 두 전극을 집어 넣고 이들 간 방전 원리에 의해 주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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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식 5시리즈에 장착된 제논 헤드램프 (이미지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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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스펙트럼 (이미지 : 구글이미지)

 

제논 램프는 자외선부터 적외선에 이르기까지 넓은 빛 스펙트럼을 발산한다. 빛은 '파장이면서 입자'라고 생각하면 쉽다. 빛이라고 해서 다 같은 빛이 아니라 파장이 짧은 빛, 긴 빛 등 여러가지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빛'이라 불리는 것들은 크게 (파장이 짧은 것 부터) 자외선(UV, Ultra Violet) - 우리 눈이 인식하는 가시광선 - 적외선(IR, Infra Red)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빛이 색깔을 띠는 것은 고유 파장 때문인데, 제논 램프는 자외선부터 적외선까지 넓은 영역을 모두 발산한다. 무엇보다 빛 색깔이 하늘에서 비춰지는 태양빛과 비슷해 가장 자연광에 가까운 램프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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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리즈 헤드램프, 왼쪽은 제논 헤드램프, 오른쪽은 할로겐 타입 (이미지 : BMW)

 

제논 라이트는 점등 시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최대출력에 도달하며 여러 번 껐다 켜도 문제가 없다. 또한, 기존 할로겐 램프보다 두 배 이상 밝고, 전력 소모가 낮으며 수명도 길다.

 

*스마트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의 출현

 

BMW 헤드램프는 2000년대 들어, 센서 기술의 발달과 전자장비 도움으로 더욱 똑똑해졌다. 2003년 BMW는 바퀴의 조향각(최대 10도)에 맞게 앞길의 굽이진 방향으로 빛을 비추는 코너링 램프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한 하이빔 어시스턴트를 장착했다. 마주오는 차가 나타나면 카메라가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상향등 > 하향등으로 전환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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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능이 적용된 6시리즈 헤드램프 (이미지 : BMW)

 

최근에는 LED 도입으로 신차 대부분이 주간주행등을 적용한 상태로 출시된다. 하지만, 그게 없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청 주도로 낮 시간 헤드램프 켜기 운동이 진행된 바 있다. 낮에 헤드램프를 켜면 사고율이 줄어든다는 게 이유다.

 

BMW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코로나 링을 주간주행등으로 쓰기 시작했다. LED가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모습을 마치 맹금류처럼 보이게 해 이미지 변화에 일조했다.

 

*현시대 광원의 주력, LED의 등장


2000년대 말, 전류를 넣으면 빛을 내는 반도체 LED가 등장했다. 기존 어떤 광원보다도 전력 소모가 적고 광원 모듈을 더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게다가 수명이 반영구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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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기술이 적용된 BMW X1 헤드램프 (이미지 : BMW)

 

LED는 크기가 아주 작은 전원버튼용부터 사람이 눈뜨고 쳐다볼 수 없는 머리통만한 LED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기존 백열등에 비해 전력을 약 20%만 사용할 정도로 에너지 소모율이 낮다.

 

지속 시간은 1만에서 5만 시간까지다. 하루에 5시간씩 1년 동안 켤 경우 약 60년간 쓸 수 있다. 한번 장착하면 폐차할 때까지 교체할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눈만 떼어다 다른 차에서도 쓸 수 있다. 

 

차 한 대를 10년 탄다고 가정했을 때, 무려 6대에서 헤드램프 하나를 쓸 수 있다. 장기를 이렇게 만들면 여러 사람 목숨 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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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기술이 적용된 BMW X6 M (이미지 : BMW)

 

또한, LED는 전구가 아닌 반도체이기 때문에 조작이 쉽다. 빛 색상, 온도, 밝기 여러가지 설정이 가능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최근 BMW가 선보이는 똑똑한 조명기술은 이런 특성을 활용했다. 


*차세대 헤드램프의 핵심기술, 레이저 라이트

 

요 몇년 새 LED가 헤드램프계 대세로 자리 잡는 와중 또다른 강력한 기술이 출현했다. 바로 레이저라이트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 '삐융'하며 발사되는 그 레이저를 활용한다.

 

레이저 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레이저 광원을 직업 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정을 통해 반사시키기 때문에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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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8에 적용된 레이저 헤드램프 (이미지 : 오스람)

 

레이저기술을 헤드램프에 쓰는 이유는 뭘까? 더 먼거리를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LED 헤드램프가 보통 400m까지 빛을 비추지만 BMW i8에 장착된 레이저 라이트는 600m까지 비춘다. 

 

현재 BMW는 i8과 7시리즈에 레이저 라이트를 적용했다. 늘 레이저를 비추는 것은 아니고 하향등에서는 LED만 사용하고 상향등에서 레이저를 함께 비춘다. 

 

LED헤드램프가 레이저 라이트보다 빛 도달 거리가 짧은 대신 더 넓은 면적을 비춘다. 레이저 라이트는 LED 보다 더 먼 거리를 비추도록 해 주지만 좁은 면적을 비추기 때문에 두 장치는 상호 보완적인 형태로 함께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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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라이트 원리, 레이저 라이트가 LED 대비 두배나 먼 거리를 비춘다. 그러나 조사면적은 좁다 (이미지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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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8 (이미지 : BMW)

 

BMW와 함께 레이저 라이트를 개발한 오스람 관계자는 "레이저 라이트는 LED보다 최대 2배 가량 더 먼 거리를 비춘다"며, "하향등에도 레이저 기술이 적용되려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레이저라이트를 일부 상황에서만 쓸 수 있지만, 세월이 더 흐르면 상하향을 막론하고 1km 전방을 비추는 엄청난 헤드램프가 등장할 것 같다. 

 

*그럼 리어램프는? OLED!

 

영화에서 주연배우만 주목 받으면 조연은 섭섭하다. 조연은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리어램프가 딱 조연과 같다. 헤드램프 못지 않게 리어램프에도 신기술을 활용한다. 우리가 스마트폰 광고에서 많이 접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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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4 아이코닉 라이트 컨셉트에 적용된 OLED 램프(이미지 : BMW)

 

OLED는 빛을 발산하는 유기 화합물들이 얇은 층 하나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태다. 여기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일시적으로 에너지가 높아졌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빛이 나온다. 내 잘못에 크게 화를 내신 어머니가 화 푸시면서 용돈 주시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유기물질은 자체 발광이 가능하고 종류에 따라 빨강, 초록, 파랑 세가지 빛을 발산한다. 이들을 조합하면 다양한 그래픽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전회사들은 스마트폰과 TV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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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4 아이코닉 라이트 컨셉트 (이미지 : BMW)

 

자동차에는 빨강, 주황, 흰색 등 세가지 색상을 표현하는 리어램프 및 실내 계기반 및 센터페시아 스크린에 사용할 수 있다. OLED 장치는 두께가 1.4mm에 불과해, 테일램프 관련 구조물을 훨씬 얇고 가볍게 설계할 수 있으며 디자인 자유도도 함께 높아진다.

 

지금은 단순히 방향지시등이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형태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지만, 미래 자동차 에서는 차체 외부에 다양한 그래픽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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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4 아이코닉 라이트 컨셉트 (이미지 : BMW)

 

무엇보다 자동차용 OLED는 가전용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자동차는 혹한, 혹서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BMW는 지난 6월 초 부산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M2 리어램프에 OLED 기술을 적용했다. 앞으로 더 많은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카랩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