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 나이트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여름밤,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M을 타고 놀며, M의 매력을 즐기는 시간이었죠. M 오너 혹은 M 예비 오너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니까, M의 M에 의한 M을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요즘 BMW가 고성능 브랜드 M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M2, M3, M5 같은 기존 ‘진짜 M’ 뿐만 아니라, M340i나 M550i, X5 M50d 같은 M 퍼포먼스 모델들까지 모두 M 하나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최근 신차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다른 차별화 요소가 필요했겠죠.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욱이요. 키드니 그릴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매운맛 BMW라고 할 수 있는 M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M을 통해, M 아닌 BMW의 이미지까지 견인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흐름에 맞춰 마케팅을 펼쳐야 할 텐데, BMW에게는 BMW 드라이빙 센터라는, 다른 브랜드에 없는 막강한 하드웨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11월엔 BMW 드라이빙 센터 한편을 아예 ‘M 타운’으로 꾸며 하드웨어를 보강했습니다. M 나이트는 M 타운 하드웨어를 활용한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M 나이트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BMW 드라이빙 센터의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먼저 올바른 시트 포지션 맞추는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훨씬 하드코어한 조작을 위해 절대 간과해선 안되는 과정입니다. 잘 배워두면 평소 운전 습관을 고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짐카나

이제 밖으로 나가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입니다. 저희 조는 짐카나를 먼저 체험했습니다. 짐카나는 콘으로 미리 정해둔 짧은 코스를 요리조리 달리는 경기입니다. 콘 사이 간격이 가깝고 최대한 빨리 달려야 하기 때문에 차의 성능과 운전 실력에 따라 기록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너무 과격하게 몰아도, 지나치게 살살 다뤄도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없어요. 승부욕 때문에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정확한 타이밍에 운전대를 돌리지 못하면 코스를 이탈하게 됩니다. 콘을 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마냥 천천히 가면 1-2초 뒤처지는 건 순식간이죠. 인스트럭터의 시범 주행을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감이 오실 거에요. 과감하면서 부드럽다는 게 무엇인지요.

신형 M4에 앉았습니다.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은 민감하게, 스티어링은 느슨하게 설정했습니다. 그래야 확 치고 나가면서 휙 돌릴 수 있거든요. 전자식 주행 안전장비인 DSC는 절대 끄면 안됩니다. 사고 이전에 인스트럭터에게 혼나요.

신형 M3, M4가 전 세대보다 무거워졌다지만 M은 M입니다. 체중이 불어난 건 근육이 많아져서인가 봅니다. 여전히 말 잘 들어요. 이렇게 특수한 환경에서 우악스럽게 몰아붙여도 차가 받아주는 폭이 일반 승용차와 비교도 안될 만큼 넓거든요.

어쩐 일로 괜찮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저보다 빠른 참가자가 계셨더군요. 좋다 말았습니다. 급가속, 급제동, 급차선변경까지 모든 조작을 급하게 하는 짐카나지만, 그 급조작 안에서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그분은 저보다 더 정밀하게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에 맞는 ‘급’을 요리하셨겠죠.

 

드리프트

다음 순서는 드리프트입니다. 어쩌면 가장 M에 최적화된 코스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M 이미지가 그렇잖아요. 엉덩이 날리며, 뒷바퀴 태우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이미지요.

이번엔 M2를 탔습니다. M3, M4보다 휠베이스가 짧고 출력은 낮아 드리프트를 이어가기 더 어렵습니다. 쭉쭉 밀고 가는 감각이 아니라, 쉽게 뚝뚝 끊깁니다. 순간순간 더 민감한 조작이 필요해요. 드리프트 역시 적절한 설정이 필요합니다. 짐카나와 비슷한데, DSC를 반드시 꺼야 해요.

BMW 드라이빙 센터엔 드리프트 공간이 두 곳입니다. 이날은 예전부터 운영하던 서큘러 코스를 썼습니다. 새로 만든 곳보다 원이 크고, 노면 마찰력도 높아요.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과거 참여했던 ‘M 드리프트1’ 프로그램과 차도 코스도 달라 처음엔 잘 안되더군요.

드리프트는 참 어렵습니다. 지금껏 여러 행사를 통해 경험했지만 여전히 잘 안돼요. 꾸역꾸역 되다 말다를 반복하는 수준이거든요. 능수능란하게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연습해야 할지 감도 안옵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깁니다. 이왕 배웠는데, 여기서 멈추면 이도 저도 아니니까요.

혹시 신형 M3나 M4로 드리프트를 하시게 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DSC 개입 정도를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거든요. 자기 실력에 딱 맞는 단계만 찾으면 하루 종일도 가능합니다. 나머진 차가 해줘요. 물론, 진짜배기 드리프트는 온전히 운전자가 하는 거고요.

 

서킷주행

마지막 서킷 주행은 신형 M3와 함께했습니다. 시승차로도 타봤던 터라 익숙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서킷이니까요.

‘M 모드’ 버튼을 누르면 단계에 따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주행보조 장치가 꺼집니다. 계기반과 HUD도 RPM과 기어 단수, 속도 위주로 바뀝니다. 그만큼 운전에 집중하라는 거죠. 어떻게 하면 운전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입니다.

과거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나 현재 ‘Sheer Driving Pleasure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답죠. 달리기와 관련된 버튼을 스크린 속 메뉴에 숨기지 않고, 기어노브 주변에 나열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항상 그렇지만 첫 랩은 살살 달립니다. 차와 친해지고, 트랙 상태를 익히기 위해서요. 그리고 나면 인스트럭터로부터 “이제 페이스를 올려보겠다”라는 무전이 옵니다. 운전대에 달린 M 버튼을 누를 시간입니다.

갑자기 차가 바뀝니다. 다른 차라고 할 정도로요. 엔진과 서스펜션, 운전대 심지어 브레이크 반응까지 차의 모든 나사를 한 바퀴 더 조인 듯해요. 기어를 낮추고 RPM을 높이니, 조금만 오른 발끝에 힘을 줘도 움찔움찔합니다. 레드존(회전한계)찍고 윗단으로 기어를 바꿔 물 땐 전에 없던 변속 충격이 튕겨나가는 느낌을 배가시킵니다.

510마력의 출력은 짧은 직선에서도 순식간에 시속 200km까지 ‘발사’시키고, 66.3kgm의 토크는 코너 탈출 후 이어지는 재가속에서 후련하게 등을 밀어냅니다.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이상, DSC의 보호가 없다면 감당이 안 될 듯합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나름 여러 번 와봤지만, 이날은 색달랐습니다. 밤에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거든요. 시야가 제한적이라 좀 더 조심스러웠어요. 대신 흔히 볼 수 없는 불 켜진 서킷의 정취와 서늘한 바람이 좋았습니다.

M 나이트 행사는 앞으로 당분간 운영될 예정입니다. M 퍼포먼스 모델 구매 고객은 ‘M 코어’ 프로그램까지, M2, M3, M4, X3 M, X4 M을 사면 ‘M 드리프트1’까지, M5, X5 M, X6 M를 구입하면 ‘M 드리프트2’까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각종 M 관련 행사에도 초대받을 수 있고요.

‘우리 차는 잘 달려요’에서 그치지 않고, ‘잘 달리는 차를 잘 모는 법’까지 알려주는 ‘M 사용 설명회’가 다른 브랜드에도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저도 M 오너가 되는 그 날까지 더 열심히 살렵니다.

이광환 kwanghwan.lee@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