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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오딧세이

대형 SUV 열풍에 미니밴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가족차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걸까? 그러기엔 미니밴이 가진 매력은 여전히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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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형 혼다 오딧세이 2세대

미니밴 고향은 미국이다. 수많은 미니밴 사이 가장 두각을 보인 건 혼다 오딧세이. 1세대는 일본 내수형과 구별이 없어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본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선 건 2세대부터다. 중문을 슬라이드 도어로 바꾸고 커진 차체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 흐름은 5세대까지 이어진다.

오늘 시승할 차가 5세대 혼다 오딧세이 페이스 리프트다. 지난 201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처음 모습을 공개한 후, 4년 만에 모습을 가다듬었다.

디자인 차이는 크지 않다. 전면 그릴 디자인을 보다 단정하게 다듬은 게 가장 눈에 띈다. 범퍼 디자인과 블랙 크롬 가니쉬 등 디테일도 손봤다.

실내는 디지털 계기반과 버튼식 기어가 미래적 감각을 뽐낸다. 후진 기어 누르는 방식을 달리해 잘못 조작할 염려도 없다.

새로운 패턴을 적용한 시트는 신선하다. 테두리엔 다른 색상 파이핑을 더해 고급스러움도 더했다. 널찍한 방석과 등받이는 앉았을 때 푸근하다. 통풍 기능도 담아 다가오는 여름, 등에 땀 찰 일 없겠다.

6기통 i-VTEC 엔진을 일깨우자 조용한 고동이 밀려온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을 발휘하는 엔진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은 미니밴이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할 수 있으나, 한 번 경험하면 이 풍요로움을 포기하기 힘들다. 가속 페달 위로 얹은 발에 힘을 주면 기대만큼 부드럽게 움직인다.

시내 구간을 만나 가감속을 반복해도 10단으로 잘게 쪼개진 변속기는 허둥대지 않고 제 자리를 찾는다. 시야가 넓게 트여 큰 차체를 좁은 구간에서 다루기 부담스럽지 않다.

쭉 뻗은 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였다. 시속 100km에 도달해도 변속기는 8단을 유지한다. 일부러 수동모드를 통해 10단으로 올려봐도 금새 8단으로 돌아온다. 10단으로 쪼개놓은 변속기 이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살짝 굽이친 길을 만나자 기대감이 들었다. 평소 오딧세이가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몸놀림이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하기엔 너무 크고 무거운 무게가 발목을 잡는다.

엔진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쾌활한 반응을 보여주는 엔진은 만족스럽다. 코너를 만날 때마다 뒤뚱거리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무게로 꾹꾹 누르며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점도 좋다. 과한 기대감을 버린다면, 다른 미니밴들과 비교해 월등히 나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미니밴이라는 틀 그 안에서만 경쟁했을 때 얘기다.

2열과 3열을 번갈아 앉아봤다. 2열은 미니밴답게 아주 넉넉하고 편안하다. 2열 공간을 조금 양보하면 3열에 188cm 성인 남자가 앉기에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시트 등받이 높이가 낮아 불편하지만 머리 공간은 충분하다.

밖으로 나와 트렁크를 열었다. 3열을 편 상태라면 구덩이가 있는 트렁크 공간이 나온다. 높이가 있는 물건을 넣기엔 좋지만 많은 짐을 부리기에 넓은 공간은 아니다. 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면 3열 시트 뒤 끈을 당기면 된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3열 시트를 구덩이에 쏙 넣을 수 있다.

3열만 접어도 충분히 넓은 트렁크 공간이지만, 2열 시트를 접어 올리거나, 아예 떼어내 짐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도 있다. 다만, 접어 올린 2열은 고정할 수 없어 차가 움직이면 아래 있는 짐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은 유유자적할 생각이다. ‘혼다 센싱’이라 불리는 반자율 주행 기능을 켰다. 앞차와 간격유지, 차선 유지를 안정적으로 해낸다. 앞 차가 멈추면 부드럽게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 멈춘다. 다시 출발할 땐, 가속 페달을 살짝 건드려주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여유가 생기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봄이 성큼 다가와 겨울의 삭막함을 많이 걷어냈다. ‘좋은 풍경에 음악이 빠질 수 없지’. 미리 연결해둔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음악을 틀었다. 썩 훌륭한 음질은 아니지만, 흥을 돋우기엔 충분하다.

2열에 앉아있었다면, 상단에 10.2인치 모니터를 통해 영상을 감상했을 테다. 안드로이드 기기라면, 무선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가족들과 여행할 때 뒷자리 자녀가 잘 있는지 궁금하면, 캐빈 와치 기능을 이용해 뒷자리를 살필 수 있다. 혹 어린 자녀가 말썽을 부릴 때면 캐빈 토크 기능을 통해 묵직한 중저음 목소리로 경고를 할 수도 있다. 사실, 기본 주행 소음이 적어 대화를 나누는데 무리가 없다.

이런저런 기능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출발지로 돌아왔다. 꽤 긴 거리를 시승했지만, 넓은 공간과 넉넉한 출력, 푸근한 승차감으로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시승을 마친 후 연비는 9.0km/l가 찍혔다. 배기량과 덩치를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혼다 오딧세이는 국내에 엘리트 트림 하나만 운영한다. 가격은 5,790만 원. 수입 대형 SUV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오프로드를 갈 일이 없다면, 푸근한 미니밴을 구매 목록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홍석준 wood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