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세대에게 익숙한 단어이자 캐릭터가 터프가이다. 최민수나 김보성이 오랜 시간을 둘러입은 캐릭터다. 터프가이라는 말이 이제는 의미해지고 과거의 유물이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터프가이=최민수, 김보성 등을 떠올린다. 이들처럼 TV 예능이나 방송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는 출연자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본인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고 있다는 것. 트렌드는 변할지라도 확실한 캐릭터를 지닌 사람이 꾸준히 방송에 출연한다.

자동차로 눈길을 돌려보면 뚜렷한 자기 캐릭터를 가진 브랜드가 존재한다. 오프로더의 대명사, 지프다. 험준한 전장을 누비며 캐릭터를 쌓아온 지프의 아이콘은 단연 랭글러다. 현대적으로 디자인되고 전자식 장비가 조금씩 추가됐지만 여전히 랭글러는 오프로더의 상징으로 군림한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루비콘 파워 톱 역시 지프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7 슬롯, 원형 헤드 램프, 사각 리어 램프, 각친 차체와 널찍한 보닛 등 디테일한 변화는 있으나 여전히 고유의 매력을 드러낸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간 짧은 간격을 유지한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탈부착의 묘미를 잠시 벗고 자동으로 열리는 루프는 색다른 매력을 안겨줄 요소다. 편리함이라는 요소 말이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화끈한 개방감은 여전히 웅장하다.

파워 톱을 적용한 오버랜드는 온 로드 주행에 조금 더 색을 입힌 반면 루비콘은 오프로드에 특화됐다. 기본으로 장착된 17인치 BF 굿리치 MT 타이어와 스웨이드 바, 프런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장착 여부에서 그 차이는 명확하다.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 kg.m 성능을 내는데 낮은 엔진 회전수로 토크를 충분히 뽑아내 주행에 거침이 없다. 랭글러 루비콘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길이 아닌 지형으로 가야 할 테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 다른 차들은 갈 수 없는 지형임에도 랭글러 루비콘은 새끼발가락 때 벗기듯 코웃음 친다. 마치 ‘고작 이 정도로 네가 나를 판단하겠다고?’ 뭐 이런 느낌이다.

비탈진 산 중턱을 올라보면 조금이나마 지프 DNA가 느껴진다. 쫀득한 접지력을 발휘하며 거친 노면을 부여잡고 차를 이끌 뿐 아니라 고르지 못한 지형에서도 우격다짐하듯 노면을 붙잡으려 한다. 당연히 토크 손실은 줄어들고 구동력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

거친 지형에서 동력 전달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운전자의 주행 리듬도 깨지지 않기에 쾌감이 높아진다. 또한 회전 반경이 6.2m로 2도어 5.3m 대비 0.9m 길지만 극한 지형만 아니라면 크게 문제 되지도 않는다.

웬만한 곳은 쾌재를 지르며 주파해 나갈 테지만 종종 큰 바위나 꺽여진 언덕에서 하부 충격이 걱정된다. 충분한 접근 각과 탈출 각을 지니고 있다 해도 3,010 mm의 휠베이스는 걱정을 한 숟가락 얹는다. 다행히 차체 하부에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돼있다. 연료 탱크나 트랜스퍼 케이스와 같은 중요 장비를 보호해 주고 스키드 바는 자동 변속기 오일 팬을 보호해 줘 심리적 안정감이 더해진다. 고장 나면 어쩌지? 부서지면 수리 어떻게 하지? 같은 고민은 덜어내준다는 얘기다.

여기에 높은 시트 포지션과 광활한 시야가 더해져 만족도는 한없이 올라간다. 두려움과 긴장감을 넘어섰을 때의 쾌감, 랭글러 루비콘은 운전자에게 그 영역을 안겨준다.

즉, 랭글러 루비콘 파워 톱은 그 영역을 지키는 선에서 과거와 현재는 이어가고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