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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라퓨타, 기계가 아직 기계의 즐거움을 가졌고 과학이 반드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여기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속했던 지브리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이기도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탈리아 자동차를 사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스튜디오 지브리도 이탈리아 영향을 받아 이름 지어졌다. 지브리의 정확한 철자와 의미는 마세라티 기블리 어원과 같은, 사막의 모래폭풍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블리 발음을 잘못해 지브리가 것이다.

구차한 의미 부여 같지만 마세라티 기블리는 지브리가 만든 천공의 라퓨타와 닮았다. 과거 문명의 기계적인 즐거움을 가졌으며, 과학의 발달이 운전 재미를 퇴색시키지 않는다는 테마가 말이다.

요즘은 물리버튼도 점점 줄어들어 터치스크린이 대체하고 스티어링 , 가감속 페달도 부드럽게 세팅된다. 자율 주행 기술은 해가 다르게 발달해 운전자에게 편리함 이상을 안겨주며, 엔진 사운드도 점잖게 울려댄다. 문명의 발달은 편리함을 안겨주지만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재미는 퇴색시킨다.

기블리가 요즘 나오는 경쟁 모델에 비해 혁신 기술이나 첨단 장치를 장착시킨 아니다. 테크놀로지 이미지는 부족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아날로그 감성, 원초적인 자동차로써 경쟁력은 부각된다.

페라리의 숨결이 닿은 V6 가솔린 엔진은 호기로운 음색으로, 운전자에게 긴장과 설렘 전해준다. 매력적인 사운드를 갖춘 자동차도 많지만 마세라티의 사운드는 어딘가 독특하다. 호전적이면서 깊은 곳을 자극하는 울림이랄까?

엔진 반응도 날래다. 가속 페달을 밟은 족족 호기로운 사운드가 호쾌하게 바뀌며 운전자를 간질인다. 436마력의 최고출력과 59.2kg∙ m 최대토크는 ZF 8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노면을 짓이기며 질주한다. 살짝살짝 느껴지는 리어의 떨림은 오히려 운전자 뇌를 자극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데 입가엔 미소를 손바닥엔 촉촉한 땀방울이 그려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울어대는 후배기음 역시 심장에 한방, 우뇌에 한방 샷건을 날린다.

노릇노릇 익어버린 나뭇잎과 드넓은 바다 사이의 해안 도로를 달려보면 기블리 매력은 한층 고혹적이다. 깔려나가는 배기음과 공기흐름을 잡아채듯 꾹꾹 눌려지는 주행감각, 원조 할매 손맛 같은 묵직한 패들 시프트가 날을 세운다. 움직임 자체는 원초적 움직임을 간직하고 있어 손끝이 저린다. 차체 움직임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를 보조하는 느낌으로, 차체를 잡아 돌릴 때마다 운전자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든다. 긴장의 끈을 놓을 없다. 그렇기에 재밌다.

딱딱한 듯한 승차감도 고속도로에 오르면 고분고분하게 엉덩이를 받친다. 운전자가 원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추구할 있는 동시에 장거리 주행 피곤감을 달래줄 승차감이다.

크롬바로 꾸며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삼지창 엠블럼, C 필러 부근에 박힌 세타 마세라티 로고는 이따금 태양빛을 받아 번쩍인다. 그럴 때면 살아움직이는 착각마저 든다. 블루 노빌레의 영롱한 색채는 각도에 따라 한껏 빛을 머금은 숙성 시킨 상태로 내놓는다. 유려한 바디라인과 볼륨 빵빵한 팬더, 이와 대비되는 날카로운 눈매, 그린하우스 옹골차게 두른 크롬라인까지 더해지면 레드 카펫 셔터 세례가 부럽지 않다.

기계적 즐거움을 간직한 운전자에게 모험과 환상을 심어주는 기블리도 현대 문명의 이기를 모두 벗어던질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유지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를 집어넣었고 LED 어댑티브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도 적용했다.

또한 4 바퀴에 장착된 가속 센서를 통해 주행 스타일과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ECU 전달함으로써 지속적인 댐핑률을 조절, 최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스포츠 스카이훅 전자제어식 서스펜션도 장착했다. 여기에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할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분배하는 통합 차체 컨트롤 안전장치까지 집어넣었다.

아날로그 기계 감성에 과학 발달을 배합한 마세라티 기블리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사운드와 주행감각으로 운전자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