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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자동차라면 죽고 못 사는 남자 넷. 우리가 도시를 떠나며 선택한 차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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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체로키

사실 그랜드체로키는 우리 염두에 없었다. 미국차가 으레 따분하니까. 웨건 마니아는 푸조 508SW를, 편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렉서스 RX를 외쳤다. 각자 오픈카를 타고 가자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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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

그런데 우리는 여행길에 그랜드 체로키와 함께다. 이유를 고백하면, 우리 스케쥴에 맞는 차가 이 차뿐이었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운전대를 잡은 나를 제외하면 오고 가는 길, 모두 곯아떨어져 '순간 이동' 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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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300C

스포’는 이쯤 하고 그랜드 체로키를 살펴보자. 얼핏 스치는 차가 있다. 같은 FCA 그룹 소속인 크라이슬러 300C. 어쩌면, 300C의 SUV 버전이 그랜드 체로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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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리미티드 X 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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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을 포함한 크롬은 모두 유광 블랙으로 칠했다.

시승차는 리미티드 X 트림(6,290만 원)이다. 리미티드(6,490만 원), 오버랜드(7,040만 원), 써밋(7,440만 원) 3개 트림 중 가장 기본인 리미티드에 고성능 SRT 스타일로 멋을 낸 버전이다. 레터링을 포함해 크롬을 덮었던 부분은 모두 유광 블랙을 칠해 스포티한 감각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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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곳은 더 밝게 보정하는 게 '국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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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닛 위 실제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통로도 뚫었다.

대게, 차 사진을 수정할 때 검은 곳은 더 검게, 밝은 곳은 더 밝게 보정하는 게 ‘국룰’이다. 리미티드 X 트림은 휠과 램프류 안쪽을 모두 검게 처리해 ‘현실판 보정’을 먹인 셈이다. 보닛엔 실제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통로도 뚫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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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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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구형 냄새가 폴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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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곱게 꾸민 외모와 달리 실내는 구형 냄새가 폴폴 풍긴다. 소재도 특별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위안이라면, 센터패시아 가운데 위치한 8.4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해상도와 터치감이 훌륭해 사용하기 편하다. 게다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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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착좌감은 소파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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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 시트 '어깨 뽕'이 무지막지하다.

2열 공간은 커다란 덩치에 비하면 답답하게 느껴진다. 무릎 공간이나 머리 공간에 분명 여유가 있는데, ‘어깨 뽕’ 장착한 1열 시트가 2열 승객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착좌감은 몸에 착 감기는 소파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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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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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폴딩 시, 188cm 성인 남자가 누워도 될 정도.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었다. 남자 넷, 하룻밤 묵을 짐 치고 부피가 꽤 컸다. 물론, 눈앞에 펼쳐진 800L 트렁크 공간은 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삼켰다. 2열 좌석을 눕히면, 1,689L까지 늘어나 차박도 문제없을 공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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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나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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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 일등공신은 '펜타스타 엔진'.

이제 출발. 조용한 실내, 도로 위를 흐르는 감각이 만족스럽다. 좋은 승차감을 만드는 일등공신은 의외로 엔진에 있다. 3.6리터 V형 6기통, 이름도 유명한 ‘펜타스타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286마력, 최대토크는 35.4kgm다. 실린더 직경 대비 짧은 스트로크가 특징이다. 게다가 자연흡기. 덕분에, 엔진 반응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소리는 카랑카랑하고 잔잔하게 밀려오는 진동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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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메탈 색 휠은 리미티드 X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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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서스펜션인가 싶었지만, 평범한 기계식 서스펜션.

나긋한 승차감에 에어서스펜션이 아닌가 싶지만, 평범한 기계식 서스펜션이다. 리미티드 X는 가장 낮은 리미티드 트림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205kg에 달하는 무게와 조화를 잘 이룬 서스펜션 세팅은 운전자를 제외한 모두를 꿈나라로 보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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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는 지프의 주특기.

어느새 도착한 펜션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했다. 시멘트로 대충 포장해 듬성듬성 깊은 흙 구멍까지 비친다. 차고가 낮은 차였다면, 내려서 짐을 직접 옮겨야 했을 테다. 그랜드 체로키에게 이런 길은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주차를 마치고서야 하나 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걸 보면, 우리가 지나온 길을 상상이나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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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는 시승을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더 좋다.

짐을 푸는 멤버들 표정에 개운함이 어렸다. 언제나 그랬다. 미국차는 시승을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기분 더 좋았다. 그랜드 체로키도 다르지 않다. 넉넉한 출력, 풍요로운 공간으로 여행 중 최고의 미덕, 여유로움을 잃지 않게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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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는 이동시간을 휴식으로 채웠다.

이동시간을 휴식으로 채워준 그랜드 체로키를 뒤로하고, 우리의 남은 밤은 고기와 술이다.

 

글 / 홍석준 woody@carlab.co.kr

사진 / 홍석준(WOODY.), 홍석준(JUNNINHO), 심봉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