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참 욕심도 많다. 포장도로밖에 못 달리고 공간 비좁은 세단이 싫다며 SUV를 찾더니, 이제는 또 쿠페처럼 멋지고 온로드 성능까지 뛰어난 SUV를 만들어달란다. 실용성과 멋, 올라운드 주파력은 ‘워라밸’만큼이나 균형이 쉽지 않거늘. 어쩌랴! 소비자들이 찾는데 만들어야지. SUV의 높은 인기를 보면 얼마든지 가지치기해도 다 팔려나갈 기세기도 하고.

요즘 SUV야 예전 트럭 감성 풀풀 풍기던 거친 차가 아니기에 달리기 성능은 그렇다 치고, 스타일이 문제다. 기껏 넓혀놓은 적재 공간을 깎아, 대신 좀 더 섹시하고 잘 달릴 것처럼 만든 게 ‘쿠페형 SUV’다. 아우디가 이걸 최상위 라인업으로 빚었으니, 바로 Q8이다.

역시 외모 얘기를 가장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다. 엉덩이만 매끈하게 다듬은 게 아니라 얼굴도 기본이 된 Q7과 사뭇 다르다. 싱글프레임 그릴 주변을 짙은 회색에 두껍고 입체적으로 마감한 뒤, 헤드램프와 흡기구를 좌우에 아울렀으며, 그 사이를 차체 컬러 범퍼가 파고들었다.

각 요소의 소재와 컬러, 비율이 저마다 기능에 맞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짜임새 있게 자리했다. 아우디 특유의 차갑고 단단한 느낌, 쿠페형 SUV의 특별함, 그리고 대형 SUV의 당당함까지 모두 담아낸 얼굴이다. ‘차완얼’의 ‘얼’이 차 얼굴이었다면, Q8은 이미 완성이다.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비로소 커다란 덩치가 눈에 들어온다. 5m가 넘는 길이(5005mm)와 2m에서 5mm 빠지는 너비는 Q7에 비해 작을 뿐이지, 웬만해선 어디 가도 꿀릴 크기가 아니다. 20인치 휠이 다소 작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 이왕 멋부린 거, 상위 트림 50 TDI에 들어가는 21인치 휠을 신었다면 ‘자세’가 한결 살았겠다.

비율은 일반 SUV 대비 한결 스포티하다. Q7보다 짧은데 휠베이스는 같고, DLO(Daylight Opening, 옆 창문 면적)를 납작하게 눌러 키가 줄어든 덕분이다. 싹둑 자른 쿼터 글라스와 납작하게 누른 뒷유리는 매끄러운 실루엣을 연출하며 속도감을 더한다.

기본 면 처리도 Q7과 다르다. Q7이 볼록볼록 볼륨을 강조해 우람하다면, Q8은 지방을 빼 날카롭다. 프레임리스 도어도 Q8을 ‘쿠페형’으로 만드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 옆 창문 전체를 끊김 없이 하나로 이어주며, 특히 문 열었을 때 낭만적이다. 도로에 납죽 웅크린 채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게 대형 SUV 주제에 제법이다.

뒤태의 백미는 리어램프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죄다 반영된 ‘첨단’ 램프다. 광원은 너무나 당연히 모두 LED. 좌우를 가느다란 붉은 선으로 이었고, 아래쪽 짧은 세로 선들은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늘어서 입체감을 더하며, 방향지시등은 스르륵스르륵 순차적으로 빛을 밝힌다.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다.

배기구는 여느 아우디처럼 가짜다. 심지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꽤 신경 쓴 가짜다. 요즘 너도나도 가짜 배기구 달기를 서슴지 않고 있으니 Q8만 나무랄 순 없겠으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심지어 고성능이라는 S6도 가짜던데 Q8이라고 별 순 없었겠지. 점차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는 요즘, 가짜 배기구는 흔적기관처럼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내는 최신 아우디 스타일 그대로다. 단단하고, 단정하고, 깔끔하고, 기계적이고, 기능적이고, 이성적이고...... 공대스럽다. 이런 느낌은 미대생 시절 지겹도록 들었던 바우하우스 스타일에 가닿는다. 안팎의 인상이 비슷하니, 요즘 말로 ‘겉바속바’랄까?

개인적으로 자동차 실내에 점점 퍼져가는 터치 조작 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 번이면 될 걸 여러 번 조작해야 하고, 손가락을 가져가다 차가 덜컹하면 애먼 곳을 누르기 십상이며, 무엇보다 이런 불편을 운전 중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우디는 스크린 속 버튼을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 공책만큼 큼직하게 그려 넣고, 꾹 누르면 손끝으로 햅틱 반응 전해 명중률을 높였다. 그래, 이 정도 배려는 있어야 신기술을 거부감 없이 쓰지!

소재는 1억이 넘는 차 값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대단히 사치스럽지도, 그렇다고 크게 깨는 곳도 없다. 찬찬히 두리번거리다 든 생각은 ‘천장에 알칸타라라도 발라줬으면 좋았겠네’ 정도다. 다른 브랜드보다 유난히 넓은 부위를 덮은 유광 플라스틱과 곳곳에 쓰인 은은한 금속 장식은 자동차와 하이테크를 대하는 아우디의 철학을 반영하는 듯하다. 브랜드 슬로건부터 ‘기술을 통한 진보’ 아니던가.

멋을 챙기느라 천장 높이가 줄었지만, 2열 머리 공간이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무릎 공간도, 트렁크 용량(605L)도 기본 덩치가 있다 보니 여전히 넉넉하다.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더 크고 덜 멋진 Q7(Q7 45 TDI quattro는 865L)으로 눈을 돌릴밖에.

이제 3리터 6기통 디젤 엔진을 잠에서 깨워보자. 진동도 소리도 꽤나 차분하고 조용하다. 집중하면 디젤인 줄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집중하면’이다. 주행 중에도 다르지 않다. RPM을 높여도 음량만 살짝 커질 뿐, 듣기 좋은 음색은 변함없다. 평소 ‘디젤도 6기통은 다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Q8도 예외가 아니다.

달리면서 누릴 수 있는 디젤 엔진의 장점은 역시 ‘토크발’이다. 막히는 시내에서 갑자기 앞이 뚫렸을 때, 누군가의 앞으로 차선을 바꾸고 싶을 때, 혹은 그냥 신호 대기 중 맨 앞에 서있다 튀어나가고 싶을 때, 등을 떠밀어 주는 50.98kg의 최대토크가 후련......까지는 아니고 시원하다. 일상 주행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일은 거의 없겠다. 슈퍼카에서 바로 옮겨 탄 게 아니라면.

반대로, 고속에선 ‘마력발’의 한계가 드러난다. Q8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2,285kg의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짜릿함까지 바라기엔 부족하다. 더구나 속도를 높일수록 풀이 죽어 재미를 떨어뜨린다. 그동안 나름 잘 감춰오던 디젤 심장의 존재를 직감하며, 역시 디젤은 중저속이 제격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아까 엔진음이 6기통답게 듣기 좋다고 했던가?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만족스럽다. 어느 속도, 어떤 노면에서도 좀처럼 고요함을 깨뜨리지 않았다. 이만하면 NVH는 합격을 넘어, 우수상 감이다.

전반적인 주행 느낌은 폭스바겐 투아렉과 상당히 유사하다. 한 지붕, 다른 브랜드, 같은 플랫폼(MLB Evo), 크지 않은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승차감은 다분히 편안함 위주. 편평비 50의 통통한 타이어로도 짐작했지만, 서스펜션 역시 웬만한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 승객에게 전달한다. 찌그러졌던 하체가 다시 펴지는 리바운드 때도 긴 스트로크 덕에 좀처럼 ‘쿵’ 소리 듣기 힘들다. 물론 ‘드라이브 셀렉트’로 주행모드를 ‘다이내믹’에 설정하면 확실히 단단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에어서스펜션은 시승차인 45 TDI에 빠졌고, 50 TDI부터 들어간다. 안락함부터 충격 처리와 차고 조절 능력까지, 아무래도 있는 편이 나았을 텐데...... 급 나누기 차원에서 적용 장비에 차등을 두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투아렉(3.0 TDI Prestige 이상)은 보다 저렴한 몸값에도 장착되니 의아하다. 더 주고 덜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달리면서 찾은 또 다른 단점은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의 부재다. 요즘 국산 소형차에도 달려 나오는 기능을 1억 넘는 수입차에서 누릴 수 없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지만, 한 번밖에 안 쓴 사람은 없다’는, 그래서 수시로 편하게 활용하는 기능이 아니던가! Q8이 슈퍼카도 아니고, 일상에서 출퇴근과 여행길의 발이 될 차거늘.

새삼 놀라운 기능도 있다. 매우 환하며, 넓게, 멀리, 그리고 똑똑하게 비추는 HD 매트릭스 헤드램프다.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면, 내 헤드램프의 빛과 다른 차의 그림자가 중앙분리대에 슬라이드 쇼처럼 펼쳐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마주 오는 차와 앞서 달리는 차의 눈부심을 막기 위함이다. 기능이야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하게 구현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디자인까지 보면 아우디는 정말 ‘조명 맛집’이 맞다.

시승 중 약 326km를 달렸다. 고속도로와 시내 구간이 섞여 있었고, 기름 아끼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기록한 연비는 10.5km/L. 복합공인연비 10.7km/L보다 0.2km/L 적게 나왔지만, Q8의 크기와 무게, 성능, 주행 패턴을 봤을 때 준수한 기록이다. 같은 조건에 가솔린이었다면 이미 주유소에 한 번 들렀을 듯하지만, Q8은 아직 기름을 절반도 쓰지 않았고 510km 더 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Q8 45 TDI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이다. 당당한 체구에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매로 기분 좋은 ‘하차감’을 선사한다. 멋진 외모 덕에 혼자 타더라도 삶의 무게가 묻어나지 않는다. 넓은 공간과 풍요로운 주행은 가족과 함께하기에도 부족하지 않겠다. 다만! 디자인만큼 인상적인 다른 ‘한방’은 없었다. Q8 50 TDI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광환 kwanghwan.lee@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