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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였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차 얘기로 흘렀다. 이 녀석이 타는 차는 내가 추천한 일본 세단이다. ‘No Japan’운동 전엔 마음에 든다더니, 요즘은 주변 눈총 따가워 차 타고 나가기 겁난단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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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취기가 오를 때쯤 친구 놈이 차를 바꾸겠노라 선언했다. 스포츠 세단 타령이다. 원하는 조건도 늘어놨다. 조합해보니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세단을 원하는 게 분명했다. 단박에 떠오르는 후보가 있었다. BMW M340i와 메르세데스-벤츠 C43다. 입 밖에 꺼내려는 순간 6,000만 원 미만이라는 족쇄를 걸었다.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놈이다. 대답을 집어삼키고, 실없는 농담으로 대화 주제를 황급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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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이른 아침,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캐딜락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캐딜락 CT5을 타고 인제 스피디움으로 향하는 길, 무려 150km를 달려야 한다. 예상외로 나긋한 승차감에 지끈거리는 머리는 요동치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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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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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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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카 에스칼라 디자인은 CT5에서 꽃을 피웠다

가을이 무르익고 해가 부쩍 짧아졌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하니 비로소 어스름한 햇빛이 주변을 밝힌다. 그제서야 CT5 외관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꽤 강렬한 인상이다. 콘셉트카 에스칼라에서 선보인 디자인이 CT5에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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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스포츠 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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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 메탈 19인치 휠, 그 안으로 보이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승차는 프리미엄 럭셔리, 스포츠 중 스포츠 트림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위해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를 날렵하게 다듬었다. 번쩍번쩍한 크롬 대신 두른 블랙하이그로시 마감과 빛을 은은하게 퉁겨내는 19인치 건메탈 휠은 가을 풍경에 퍽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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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5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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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5 실내는 만족감이 크다

감상을 마치고 물 한병을 들이켰다.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정신이 든다.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이렇게 장거리 크루징을 할 때, 실내 인테리어는 꽤 중요한 요소로 다가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CT5 실내는 만족스럽다. 리얼 카본 패널과 대시보드를 두른 가죽, 그 위에 수놓인 섬세한 바늘땀이 주는 고급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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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을 감싼 스웨이드는 포근하지만 끈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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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곳곳 리얼 카본 패널 역시 실내 고급감을 더하는 요소

촉감으로 느껴지는 만족감도 상당하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노브에 쓰인 스웨이드는 포근한 느낌을 전한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시프트는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 손톱이 스칠 때마다 찰랑거린다. 다만,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스티어링 휠은 끈적임을 유발해 불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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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편한 듯 불편한 듯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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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티 가죽이 떠오르는 고급스러운 표면처리 때가 타도 티가 덜 나겠다

시트는 편한 듯 아닌 듯 묘하다. 어쨌든 몸은 잘 지탱한다. 시트에 쓰인 가죽은 도어 패널에도 쓰였는데 색감이 독특하다. 에이징을 거친 듯 명품 브랜드 벨루티 가죽제품이 떠오르는 멋진 표면처리다. 덕분에 때가 타도 티가 덜 나겠다. 시트 색상은 고민 없이 브라운이다. 가죽 두께감도 풍부해 내구성 걱정은 필요가 없겠다.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해 커피 한 잔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서킷에 들어설 시간이 다가오자 적당한 긴장감이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헬멧을 쓰고 차에 올랐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피트레인에서 초록 신호를 기다렸다. 이내 초록불이 들어오고 스로틀을 전개해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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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은 고저차가 커 블라인드 코너가 많다

인제 스피디움은 고저차가 큰 탓에 블라인드 코너가 많다. 보이지도 않는 코너를 고속으로 돌아나간다니 생각만으로도 섬뜩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본선에 합류했다. 엔진회전수를 높이자 계기반에 퍼포먼스 시프팅 활성화를 알리는 창이 뜬다. 본격적으로 달려보라는 뜻이다.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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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는 여전히 부드러운데 기울어짐이 크지 않다

급격한 오른쪽 코너인 4번 코너를 만났다. 하체는 여전히 부드러운데 기울어짐은 크지 않다. 5번 코너는 A 코너와 B 코너가 합쳐진 형태로 각각 내리막과 오르막 구간에 위치한다. 때문에 차의 하중이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CT5는 대수롭지 않게 의연한 몸놀림을 보였다. 오르막 끝에 자리한 6번 코너를 지나며 후륜 접지가 약해졌다. 뒤가 흐르고 차가 휘청였다. 전자 장비가 허용하는 장난기는 딱 거기까지다. 이때부터 CT5에 신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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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C는 언제나 이상적인 댐핑 압력으로 운전자를 돕는다

이후 다가오는 코너를 무아지경으로 지났다. 대망의 17번 코너, 고저차가 가장 심한 헤어핀 구간이다. 차를 메다꽂는 순간에도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는 1000분의 1초마다 노면을 스캔해 가장 이상적인 댐핑 압력으로 운전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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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하는 트윈터보 2.0리터 가솔린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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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5로 직선구간에서 기록한 최고시속은 184km/h

18번 코너를 지나 19번 CP를 밟고 가속을 시작했다. 마지막 20번 코너를 지나 직선 구간이다. 이 날 기록한 CT5 최고속도는 시속 184km. 부족한 실력으로 이만한 속력을 낼 수 있던 건 활기찬 엔진 덕이 크다. 흔한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이지만,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로 힘을 보태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RPM이 높아져도 크게 지치는 기색 없고 낮은 RPM에서도 힘이 충분해 빠른 액셀러레이터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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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벗을 때까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몇 바퀴를 더 돌고, 서킷 내 빨간 깃발이 퇴장 시간을 알렸다. 패독으로 돌아와 헬멧을 벗을 때까지도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점심을 먹고 다음 세션까지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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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션은 CT4와 함께다

다음 세션은 CT4와 함께다. CT5와 같은 240마력의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120kg 가벼운 무게로 한결 경쾌한 주행이 기대된다. 변속기는 CT5가 10단인 반면, CT4는 8단이다. 당연히 서킷에선 8단 변속기가 더 유리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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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퓨어 스포츠카에 가까운 성향이다

서킷에서 느낌은 기대한 대로다. CT5보다 퓨어 스포츠카에 가까운 성향이다. 짧은 휠베이스 덕에 움직임이 빠릿하다. 유난히 비좁게 느껴진 뒷자리는 가벼운 움직임을 위한 희생이었다. 사실 이 차는 문 2개가 더 잘 어울린다. 뒷 문 2개는 가방을 쉽게 던져 넣거나, 보험료를 아낄 수단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CT4로 직선 구간에서 기록한 최고속도는 188km/h다. CT5와 4km/h 차이다. 매 코너마다 이 정도는 더 빠르게 돌파했을 터다. 곧 캐딜락 원메이크 레이스 CT4 클래스가 열린다. 캐딜락 관계자에 따르면 거의 순정상태로 레이스에 투입된다니 CT4의 달리기 실력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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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추천할게, CT5

모든 행사를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길. 친구에게 추천할 차는 정했다. 서킷은 가끔이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CT5가 적당하다. 이 날 시승한 CT5 스포츠 트림은 5,921만 원이다. 친구가 말한 가격 상한선도 맞췄다. 어서 친구에게 해장술 한잔하자고 전화 걸어야지.

글, 사진 / 홍석준 woody@carlab.co.kr

사진 / 홍석준 noir07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