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 춘천, 말 그대로 호수와 땅이 만나며 풍요와 여유로운 풍경을 품고 있다. 대학시절 MT 촌으로 유명해 많은 이들의 추억을 담고 있으며, 누군가에겐 씁쓸한 입영열차의 종착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기억과 추억이 공존하고 있는 춘천은 여전히 다채로운 풍경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내는 도시다. 자동차를 이끌고 들어서는 춘천의 모습도 풍요롭기 그지없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잔잔한 호숫가, 한가로운 도로가 우릴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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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 가을 정취가 흥건하다

춘천은 가을 느끼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드라이브 코스다. 춘천을 가로지르는 46번 국도에 오르면 가을 동화의 문이 열린다. 색동저고리 입은 산맥, 북한강 줄기를 끼고 46번 국도를 달리다 의암호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탁 트인 의암 호수가 우릴 반긴다. 잔잔한 호숫가에 무심하게 툭툭 내려앉은 햇빛을 그림 삼아 거슬러 오르면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당도한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토이 로봇 관으로 나누어져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즐거운 볼거리가 마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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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기 말 혹은 6세기 초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벽화에 그려진 그림으로부터 시작한 애니메이션의 초기부터, 근대화를 거치며 발전된 역사,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 디지털 전환까지 알차게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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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옛 만화 주인공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소리, 더빙도 체험할 수 있다. 귀여운 꼬마 유령 캐스퍼, 허리케인 죠, 아기공룡 둘리 등 국가별로 나뉜 애니메이션 작품은 잠시 내려놨던 동심을 끄집어낸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토이 박물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장난감이 가득한 상상 저장소다. 예술과 과학, 놀이와 문화가 아우러진 토이 박물관은 로봇을 직접 움직여 볼 수 있고, 모션 그래픽, 게임, 드론 조작 등 체험 공간을 특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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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히어로는 역시나 로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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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있다

어린 시절 조잡했던 장난감이나 피규어도 볼 수 있다. 장난감은 곧 놀이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고전 오락인 바둑 관련 전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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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VR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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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없는 동물원?

1층엔 요즘 놀이 문화에 걸맞은 VR 체험 공간이 자리했고, 야외로 나가면 AR 동물원이 기다린다. 모바일 앱을 통해서 고양이, 래서 팬더 등을 야외에서 만나볼 수 있다.

향기로운 커피향이 그윽이 퍼지는 카페촌을 지나 의암호를 건너면 소양강댐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정겨운 시내 풍경을 스쳐 지나가며 숨을 고르면 어느새 소양강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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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흐르는 골짜기, 달아실

굽이진 강물길과 저 멀리 보이는 소양강댐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앙칼진 엔진음은 엔진 음대로, 고요한 모터는 모터대로 훌륭한 BGM이 된다. 그렇게 풍경에 취해 차가 멈춘 곳은 어느 골짜기, 달빛이 흐르는 골짜기라는 뜻의 달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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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인공이 될 시간이다

달아실 미술관은 4층으로 구성돼 피규어 전시 공간, 근대사 박물관, 분기별 테마 전시로 이뤄진다. 피규어 전시 공간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피규어로 구분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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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는 크기로 슈퍼?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헐크, 아이언맨, 터미네이터 등 영화 속 유명 캐릭터 피규어가 다양한 크기로 환영한다. 실물 크기의 피규어 앞을 지날 때면 히어로와 함께 지구라도 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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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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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외쳐봤을 홍길동과 마징가 Z

복도 한편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도 전시돼있어 과거를 회상하게 만든다. 이소룡의 포스터를 보며 콧등을 한번 튕기기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면 옛 문방구를 마주한다. 우리네 어린 시절 울고 불며 떼썼던 장난감이 이젠 숙연하게 기다리는 어른 장난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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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 삐걱 소리가 요란했던 옛 책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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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기도 힘든 우체통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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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떠나는 여행이랄까?

근대사 박물관은 어른들이 좋아할 물건들로 가득하다. 80년대까지 쓰였던 삐걱거리는 나무 책걸상, 풍금과 브라운관 TV, 시대별로 바뀐 음료수 병과 소주 병이 전시돼있다. 세탁기나 밥솥, 표어, 우체통 등 생활상이 반영된 물건도 놓여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른이 돼 갈수록 어린 시절 동심과 멀어져 갔지만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로봇을 탐하며, 상상 속으로 뛰어드는 키덜트 족, 이곳엔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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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상 옆으로 길게 뻗은 스카이 워크

상쾌한 드라이브, 즐거운 눈요기만으로 끝낼 수 없다면 들려야 할 곳이 있다. 소양강 처녀상이 맞이하는 스카이 워크와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의암 스카이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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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무섭진 않다(급하게 화장실을 찾을뿐)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교량 156m, 폭 4m, 높이 6.5m다. 엄청 높은 건 아니지만 공포심을 느끼기엔 충분한 높이다. 소양강 물살이 거세게 흐르는 모습을 투명 유리로 바라보면 한층 더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크기도 작고 위치도 동떨어져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산책를 따라 호반의 도시에 취하며 들르기 적당하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