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여유와 감성에 젖어들고 길거리엔 붉은 별과 노란 반달이 들어선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한 줌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다. 밀려드는 업무와 끝나지 않을 야근으로 지친 일상 게이지가 차오른다. 지침 게이지가 한참 올라왔을 때쯤 찾아든 소식이 링컨 에비에이터 시승이다. 무심하게 도로 위에 툭툭 떨어진 가을, 그 가을을 밟고 달려가는 길이 에비에이터와 함께라면 즐거운 여정이 될 것만 같다.

고작 반나절, 잠시의 여유만 허락됐지만 쭉 뻗은 도로를 달려 도심을 탈출하는 기분은 모르는 사람은 절대 모를 테다. 그 찰나의 여정에 여유 한 줌을 더해준 에비에이터는 지극히 미국적인 승차감과 주행감각으로 나를 인도한다. 에비에이터의 피지컬은 길이 5,065mm, 너비 2,020mm, 높이 1,760mm로 거대하다. 거대한 피지컬을 이끄는 심장은 3.0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3kg∙ m의 성능을 낸다. 짧은 여정에 어울릴 여유로운 동력의 심장이다.

말랑말랑한 승차감은 도로 위 굴곡, 포트홀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안정감을 뽐낸다. 에어 서스펜션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코너 구간에선 롤이 발생하지만 고양이 어루만지듯 살포시 돌아나가면 안락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안락함을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가 시트다. 에비에이터에 적용된 시트는 마사지 기능과 더불어 30 way 퍼펙트 포지셔닝으로 왼쪽, 오른 허벅지까지 개별 조절할 수 있어 피로도를 줄여준다. 시트 쿠션감과 질감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허리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기분이 여자친구가 없어도 여자친구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액셀러레이터를 살포시 밟아도 충분한 가속을 보여주며, 매끄럽게 피지컬을 내보낸다. 굳이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주변 차량 추월이 가능해서 심적으로도 편안하다. 에비에이터에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은 브레이킹이다. 진중하게 이뤄지는 감속, 최대한 피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육중한 피지컬을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당연한 세팅이겠지만, 면밀하게 정제된 느낌에 살짝 위로받는 기분이다. 지친 일상, 빠릿한 움직임보다 느긋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란 듯이, 급하게 멈춰 숨 몰아쉬지 말고 차분히 정리하며 돌아보란 듯이 위로하는 그 느낌말이다.

에비에이터의 매력이 주행성능만은 아니지만, 최애 매력 포인트가 장거리 주행이란 점은 확실하다. 선입견으로 자리 잡혀 있던 클래식한 디자인은 트렌디하게 변화를 주며 음각 그릴, 수직으로 시원하게 새겨진 숄더 라인, 일체감을 주는 그린하우스, 감성을 더해주는 웰컴 라이트와 시야를 밝히는 픽셀 LED 헤드램프 등을 적용했다. 심미 & 실용을 담아낸 흔적이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