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서식지나 먹이, 짝을 찾아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 통로다. 비록 우리 터전의 대부분은 사람 위주로 꾸려졌으나 동물이 없다면 생태계는 붕괴하고 최종적으로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생태통로는 사람과 동물을 잇는 다리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5%가 산지다. 단순 비율로만 따지면 사람보다 동물의 터전이 더 많은 면적을 가졌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함께 산을 깎아 집과 도로를 만들고, 구멍을 내 터널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의 터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문명의 이기는 영역을 갈라놓았다.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던 기존 영역을 도로라는 이름에 멋대로 선을 그었고, 사냥터와 이동 경로까지 바꿔버렸다.

야생동물은 회귀본능에 따라, 때론 새로운 영역을 찾아, 때론 제 짝을 찾고,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마주한다. 과학의 집결체라 불리는 문명의 이기, 자동차다. 제아무리 강력한 포식 동물일지라도 자동차를 이기진 못한다. 결국 사람이 그어놓은 영역을 넘은 대가로 야생동물은 싸늘한 사체가 되고 만다. 우리는 그 안타까운 죽음을 로드킬이라 부른다.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멧돼지, 고양이, 고라니 등 포유류부터 참새, 비둘기 등 조류, 개구리와 두더지, 뱀까지 파충류와 양서류도 죽거나 다친다. 우리나라에서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은 고라니로 전체 로드킬 사고 중 88%를 차지한다. 한국도로공사는 포식동물의 부재로 인한 개체 수 증가, 도로와 가까운 낮은 야산 서식, 봄이 되면 먹이활동 및 새끼 양육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특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은 총 9,866건이다. 로드킬 발생건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으나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국도나 도심지역도 로드킬 예외 지역이 아니다. 고양이와 강아지, 새들이 죽어나간다. 심지어 도로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방음벽을 들이받아 죽는 새들도 있으니 말이다.

과학 발전과 문명의 발달, 그 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생태통로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생태통로는 약 507건이 등록돼있다. 1998년 처음 생태통로를 만든 후 약 22년이란 시간을 감안하면 적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다.

고무적인 일은 지난 2014년 야생동물의 생태통로 이용횟수 2,056회에서 2015년 2,311회, 2016년 3,828회, 2017년 6,493회, 2018년 7,921회로 늘었다는 것. 생태도로 숫자를 늘린 것만으로 야생동물의 이용이 느는 것이 아니다. 야생동물의 습성을 고려해 생태통로를 마련했기에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고라니, 멧돼지 같은 큰 동물이 서식하는 산지나 계곡은 육교형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하천이나 논, 밭이 있는 지역은 터널형으로 만들어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양서류, 파충류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한편 작은 물줄기가 흐르도록 하기도 한다. 또한 서식 환경과 유사한 나무나 풀, 돌멩이로 주변을 꾸려 이질감도 던져낸다.

야생동물이 생태통로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펜스도 설치하는데, 땅을 파서 유도펜스 밑으로 통과하지 못하도록 깊게 설치하고 간격도 촘촘히 배치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조류에 대한 생태통로는 아직 확인된 바 없지만,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위한 생태통로를 만들었던 기록은 존재한다. 지난 2008년, 88고속도로(현 광주대구고속도로)에 기둥을 설치해 하늘다람쥐가 기둥을 타고 넘을 수 있도록 한 것. 2016년경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도 양 기둥사이 작은 다리를 놓아 설치류가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로 하늘다람쥐가 포착된 바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태통로는 통로 반대쪽이 어두컴컴하고 좁아서 야생동물이 위험을 느껴 이용하지 않거나, 등산객의 등산로로 변질 및 산책로가 되기도 하는 등 꽤나 문제가 많았다. 이제는 로드킬 예방대책으로 방어 운전뿐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여유로운 마음, 생태통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리 가족이나 거위 무리가 도로를 건너는 외국 풍경처럼, 소와 양이 건널 때까지 기다리는 중동 국가들처럼 말이다. 자신 스스로 작은 생명의 무게보다 내 재산의 피해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