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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시대가 변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거리두기가 일상화됐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등이 습관화됐다. 업무적으로도 재택근무 활성, 화상회의, 문자나 메일 활용 등 최대한 접촉을 피하는 풍조가 마련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언택트, 비대면 영업 방식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2020년은 언택트 시대를 맞이했다.

2020년이 언택트 활화산이 된 것일 뿐 이미 언택트 문화는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ATM 기기나 키오스크가 대표적이다. 업무 효율성과 편리함을 특징으로 사회에 자리를 잡아왔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게 부담스럽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업무 효율성과 부담을 덜어내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 등이 맞물려 언택트 문화가 뿌리내렸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현상도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 시장의 언택트 마케팅은 이제 너무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신차 출시회는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참여 이벤트 및 캠페인도 언택트로 진행한다. 문제는 자동차 구매에 있어서도 언택트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쉐보레는 e-견적 상담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V-클릭, 아우디는 비대면 영상 상담 서비스, 지프는 비대면 구매 채널을 운영한다. 르노삼성도 XM3에 청약 시스템을 사용했으며, 쌍용자동차는 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진행했다.

비대면 서비스라고 해서 무작정 클릭 몇 번으로 차량을 구매하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매 전 실물 확인 및 시승이 줄어드는 것이 추세다. 비대면 서비스를 실시한 지프는 지난 3월 비대면 구매 채널 유입이 2월 대비 200% 상승하고, 계약률도 15%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자동차도 지난 5월 언택트 세일즈로 코란도와 티볼리 각각 전월대비 32%, 44% 상승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으며, 자동차 구매 플랫폼 겟차 역시 지난 4월 신차 구매 비대면 상담 신청이 246%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딜러를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견적을 내는 것은 새롭지 않다.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모델을 찾고 색상, 옵션, 가격을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니 말이다. 사진이나 영상, 미디어 매체에서 열거한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제원표도 꼼꼼히 확인한다. 하지만 직접 보고 만지며 운전해보기 전에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사이드 미러는 직접 시트에 앉아보고 운행해 봐야 내 신체에 적합한 시야를 확보했는지, 피로도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트렁크도 마찬가지다. 제원표를 떠나 평소 내가 싣고 다니는 짐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형태를 갖췄는지, 길이와 너비의 차이는 얼마인지, 바닥과 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다. 심지어 무선 충전 시스템 패드에 자신의 스마트폰이 알맞게 들어가는지, 자신이 애용하는 텀블러가 컵홀더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사소한 것부터 직접 확인하고 구매해야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을뿐더러 후회도 않는다.

미디어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시승 기사도 슬기롭게 파악해야 한다. 시승하는 기자마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항목이 있고 중요시 여기는 분야가 있다. 그런 항목과 분야가 나와 일치하는지, 해당 기자의 신체적 조건이 나와 비슷한지, 장점과 단점 중에서 내 상황에 알맞은지 말이다. 나는 운전할 때마다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오디오 시스템을 우선순위로 여기는데, 오디오는 전혀 관심 없는 시승기를 보고 구매한다면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일 테니까.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시승회도 변화를 맞이해 기자단이 마주치는 일이 적어졌다. 심지어 개별적으로 차만 시승하고 주차한 후 시승회를 마치기도 한다.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정보 공유 측면에서 변곡점이 생긴 일이다. 예컨대 언택트 이전 시승회에선 둘 혹은 셋이 하나의 시승차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차에 대한 의견을 주고 서로 다른 시선과 정보를 나누는게 당연했다. 그만큼 정보도 알찾다. 또한 전문지, 종합지, 일간지가 뒤섞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상대적으로 자동차에 관심이 적은 기자들도 유익한 정보를 얻어갔다. 기술적인 분야나 디자인, 마케팅 담당자와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그것 또한 하나의 흥미 요소 겸 정보가 됐고, 이런 유익한 정보들은 다시 다양하게 녹아들어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언택트 과도기인 현재, 소비자들도 정보 공유에 일정 부분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는 자판기에서 동전 넣고 뽑아먹는 커피처럼 단순하지 않다. 집을 제외하고 가장 큰 재산 목록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구매하고, 지속적인 지출이 필요하다. 구매한 후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하는 일을 줄이려면 말이다. 그렇기에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시승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자동차 구매와 시승에 부합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운전면허도 언택트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KT와 도로교통공단이 원내비를 통해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의 도로주행시험 코스를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모의 주행과 주행영상으로 코스 특징을 사전에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이미 시뮬레이터를 적용해 운전면허시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왔고, 수동과 자동변속기, 3D 그래픽 구현 등으로 최대한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꾸려 연습하도록 해왔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 시험 채점 기준과 시험 환경까지 운전자 시점에 맞춰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시험 경로 영상을 올려놨다.

도로주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의 제약과 시간의 제약,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방향성을 갖추고 있다. 물론 운전면허시험 연습에 있어서도 실제 도로주행 연습은 필요하다. 최대한 현실감을 반영했어도 실제 운전과 주행 감각, 상황 인식은 천지차이니까.

예상보다 빨리, 예상 밖의 방식으로 언택트 시대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비대면이 아닌, 슬기로운 비대면으로 시대에 올라타올 마음가짐일 테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