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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확성에서 특출나고 일본은 정밀성에서 특출나다.’ 십여 대학 수업 교수님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설명한 말이다. 정확성과 정밀성을 설명하며 과녁지 탄착군을 예로 들며 애썼다. 당시엔 몰랐다. 입대하기 전이라 탄착군도 몰랐으니 말이다.

혼다 CR-V 당시 교수님이 설명했던 정밀성이 확연히 묻어나 있다. 엔진 회전, 스로틀 반응, 스티어링 조작감에서 기계적 완성도가 손끝과 발끝에 전해진다. 운전자가 움직임을 가져가는 순간순간마다 기계 부품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분. 기계적 감성이라 것이 이런 움직임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와이드 디자인의 프런트 범퍼와 실버 로어 가니시, LED 안개등, 블랙 프런트 그릴을 새로 입히고 블랙 하우징 리어 램프와 다크 크롬 리어 가니시, 듀얼 이그져스트 파이트 피니셔, 19인치 알로이 등으로 매무새를 가다듬었지만 글로벌 전쟁터가 SUV 시장, 특히나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에게 CR-V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노재팬의 영향,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옹골찬 옵션 구성, 탄탄한 지지층의 독일 브랜드까지 넘어 산이다.

클래식한 인테리어도 글로브 박스나 도어 램프, 레스트에 빛을 뿌리며 나름 트렌드를 쫓으려 노력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적용 USB 포트 하향 배치도 소소한 변화다. 변화라곤 해도 경쟁 모델은 이미 기본적으로 전부가 갖추고 있는 기본 항목이지만.

디자인은 개취라곤 하나 대중적인 취향은 존재한다. 혼다 CR-V 디자인 완성도에서 떨어졌다고 말할 없어도 대중적 디자인이 반영됐다고 말하긴 힘들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CR-V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은 이유는 흔히 말하는 탄탄한 기본기다.

1.5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올라간 CR-V 193마력의 최고출력과 24.8 kg ∙ m 최대토크를 낸다. 뛰어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고 말할 있는 스펙은 아니다. 오히려 부족함을 느낄만한 스펙이다. 막상 운전대를 잡고 달려보면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 CVT 특유의 늘어지는 감각은 갈증보단 짜증이 느껴지니 별개의 문제로 하자.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으로 경쾌한 출발을 알리는 CR-V,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초반부터 일정하게 진행된다. 무겁지도 않기에 다루기 쉽다. 발목에 가볍게 힘만 줘도 차체는 운전자 의지를 반영한다. 초반 스로틀 상황이 아니라면 매끄러운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가벼운 편인데 앞서 말했듯 정밀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가벼운 조향 감각에도 정밀하게 원을 그리며 차를 이동시킨다.

기어 노브를 밑으로 내려 스포츠 모드, 로우 모드로 변경해 주행 방식에 변화를 있는데 극적인 감각은 없다. 세분화된 세팅으로 필요한 만큼의 엔진 회전수와 움직임을 안겨줄 .

승차감이 뛰어나거나 서스펜션이 노면 진동에 감동적으로 대응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엉덩이로 느껴지는 편안함이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70% 정도는 시트에서 걸러진다. 닛산 무중력 시트처럼 특출난 점도 없고 따로 명명된 이름도 없지만 무중력 시트보다 안락하고 편안하다. 신체 조건을 떠나 적당히 말랑하고 적당히 탄탄한 쿠션감 덕분이다.

혼다 센싱으로 불리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조금 애매하다. 차선 이탈이 예상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느긋하게 스스로 움직인다. 철저히 보조하는 수준인데 매끄럽고 여유로운 반면 운전자가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 전방 주시와 주변 인지가 운전자의 당연한 의무지만 아주 살짝만 적극적이라면 좋지 않을까? 반대로 전방 충돌 위험 발생 시엔 굉장히 적극적이다. 계기판을 통해 충돌 위험을 알리고 시끄러운 경고음과 함께 제동이 걸린다.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라고? 맞다. 방향 지시등 작동 차선 변경 전방 충돌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 제동을 걸어버리니 오히려 다른 위험 상황에 놓인다. 앞차와의 거리, 측면 차량 인식 등은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본기가 어디 달리기 능력으로만 평가되겠는가? SUV 않나? CR-V 길이 4,630mm 너비 1,855mm, 높이 1,680mm. 휠베이스는 2,660mm, 2 도어가 생각보다 재껴져서 탑승자가 오르고 내릴 수월하고 거주성도 뛰어나다.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이 사이즈 대비 넉넉한 . 트렁크도 평평해 짐을 싣기 편하게 매만져졌고, 2 폴딩 플랫이 가능해 골프 백이나 행거 등을 싣기에도 알맞다. 차박을 한다면 가냘픈 풍채의 2 정도는 충분할 ? 참고로 2 시트 폴딩 최대 적재공간은 2,146리터다.

기계적 정밀성으로 다듬어진 혼다 CR-V, 타보면 차가 좋은진 알겠다. 만들었단 사실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는 단순히 기계적 완성도만 보고 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벅찬 상품군 구성과 침체된 브랜드 이미지, 부족한 경쟁 카드는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계적 감성이 풍만한 자동차’, 매력 하나로는 소비자 마음을 열기 쉽지만은 않을 테니.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