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중 가장 쿨한 차를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스팅어를 꼽겠다. 예쁘고 잘 달리는데, 실용적이기까지 하니까. 뒤 유리창이 함께 열리는 트렁크 해치를 가진 진짜 패스트 백인 덕분이다. 어떤 차와도 닮지 않았다. 그래서, 스팅어를 보면 ‘힙스터’가 떠오른다.

그런 스팅어가 부분 변경을 거쳐 이름 뒤 ‘마이스터(Meister)’를 더했다. 외모 변화는 크지 않다. 예쁜 친구는 원래 있는 그대로가 가장 예쁜 법이다.

시승차인 2.5 가솔린 터보는 보닛에 있는 가니쉬를 제거했다. 과한 화장을 걷어낸 듯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LED 헤드 램프는 2020년에 다시 봐도 여전히 뛰어난 디테일을 자랑한다. 그중 그릴 패턴에서 떼 온 듯한 방향지시등이 백미다.

외관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리어램프다. 은은한 붉은빛이 양쪽 램프를 잇는다. 얇은 LED로 램프 테두리만 감싸던 예전보다, 수평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차가 넓어 보인다. 방향지시등엔 LED를 넣어 디테일을 더했다.

19인치 휠도 새롭다. 별 모양(★)을 연상케 한다. 이 전엔 별빛이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뾰족하게 날이 섰다. 타이어 사이즈는 앞 225/40 R19, 뒤 255/35 R19다. 달리기를 강조하는 후륜 D 세그먼트 세단의 정석 같은 타이어 사이즈다.

실내는 여전히 고급스럽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퀼팅 나파 가죽시트는 보기에도 좋지만, 착좌감도 좋다. 송송 뚫린 구멍 사이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운 여름, 등에 땀 찰 일 없다.

앉은키가 큰 사람도 편안히 기댈 수 있도록 등받이가 높고 어깨 부근까지 쿠션을 도톰하게 덧대 아늑함마저 느껴진다. 시트 양옆 불룩 튀어나온 지지대는 달리기를 강조하는 차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

내장재와 색을 맞춘 스티어링 휠은 전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조정폭이 꽤 넓어 편한 운전자세를 잡는데 무리가 없다. 림에 두른 가죽은 3시와 9시 방향을 타공된 가죽으로 둘러 쥐는 맛도 좋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반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 RPM 게이지와 속도계를 사용한다. 그 사이에 위치한 디지털 창에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다. 풀 디지털 계기반의 아쉬움은 쨍한 HUD로 상쇄한다.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로 커졌다. 최신 현대 기아차가 사용하는 구성 그대로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사용 가능하다. 오른쪽 자투리 공간엔 야구 경기 결과도 실시간으로 띄워 놓을 수 있어 야구팬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디스플레이 아래, 3개의 원형 송풍구는 원하는 방향으로 바람을 보내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다. 송풍구 아래에 위치한 토글스위치는 가지런하고, 버튼도 큼직해 사용하기 편하다. 공조 조작부의 설정 온도 정도는 작은 LCD로 표시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센터터널 가장 앞 커버를 열면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USB 타입 A, 12볼트 파워 아웃렛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로 비행기 스로틀을 연상시키는 기어노브와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 홀드, 차체제어 그리고 드라이브 모드 변경 다이얼도 위치한다.

오른쪽 커버를 열면 컵 홀더 2개가 자리한다. 깊고 넓어서 어지간한 컵을 놓기에 충분하다. 지지대도 4개나 있어 주행 중 컵이 흔들려 음료가 쏟아질 걱정도 없다.

시트 온열 및 통풍 조절 다이얼과 핸들 열선, 주차 편의 기능은 그 뒤에 묶여 있다. 대시보드부터 센터터널까지 수많은 기능을 담은 버튼들이 카테고리별 적당한 위치에 직관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2열 공간은 후륜 D 세그먼트 세단에 기대하는 딱 그 정도다. 같은 카테고리 안 경쟁자들에 비해 무릎 공간은 여유가 있지만, 머리 공간은 조금 부족하다. 물론, 패스트 백 스타일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 2열 중앙에 앉으면 발공간이 옹색하다.

2열 시트 역시 퀼팅 시트를 사용해 고급스럽다. 부드러운 가죽이 몸에 닿는 느낌이 좋다. 도어 트림 역시 1열과 차별 없이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창틀은 플라스틱 패널로 꼼꼼히 막아 철판이 드러나지 않는다. 2열 창문이 완전히 열리는 점도 좋다. 

2열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406L, 2열을 모두 접으면 1,114L까지 늘어난다. 앞 좌석을 조금 밀면, 키 188cm 성인 남자가 누워도 될 공간이니, 차박은 무리 없겠다. 접힌 2열 등받이가 완전히 평평하지 않다는 게 조금 거슬릴 뿐이다.

트렁크에서 어슬렁 기어 나왔다. 트렁크 닫힘 버튼을 누르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시동을 걸었다. 사실 이번 스팅어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은 엔진 라인업 변경이다.

기존 2.2 디젤, 2.0 가솔린 터보, 3.3 가솔린 터보 구성을 2.5 가솔린 터보와 3.3 가솔린 터보로 정리했다. 시승차는 2.5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이 무려 304마력이다.

예전 스팅어 시승에서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좀 더 강력한 출력을 생각나게 했다. 3.3 가솔린 터보는 차체 밸런스가 아쉬웠다. 새로운 2.5 가솔린 터보가 이 둘 사이를 완벽히 메워줄 터다.

메탈 커버를 씌운 오르간 가속페달을 꾹 밟고 주행을 시작했다. 예상외로 나긋한 승차감이다. 실내로 넘어오는 엔진음도 조용하다. 그러나 패들 시프트를 당겨 수동으로 기어를 변속하고 RPM을 4,000 이상으로 띄우면 얘기는 달라진다. 

의외로 좋은 엔진음이 실내로 들이치고 5,000 RPM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5,500RPM 넘어서면 다소 거친 소리를 내뱉지만, 6,000RPM에서 다음 단으로 갈아타 다시 목청을 가다듬는다. ‘어쩜 이렇게 소리가 좋지?’ 싶어 찾아보니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들려주는 인공 조미료가 더해진 소리였다.

출력은 이전 2.0 가솔린 터보 엔진에 비해 확실히 넉넉하다. 경쾌한 느낌이다. 어느 순간에서든 가속페달에 발만 얹으면 출력을 지면에 쏟아낸다. 304마력은 4기통 스팅어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비로소 어엿한 GT 카가 되는 순간이다.

짧은 와인딩 구간을 만났다. 스팅어의 몸놀림이 궁금해 잽싸게 스포츠 모드로 변경했다. 후륜 서스펜션 감각이 심상치 않다. 노면 정보를 여과 없이 실내로 전달한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텁’. 달려도 좋다는 신호다.

스팅어에 신겨진 타이어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다. 사계절 타이어 중 편안함과 주행성능을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타이어다. GT 성향의 스팅어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 기대감을 안고 코너에 진입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머리를 가볍게 돌린다. 예리하게 노면을 썰어 나가는 맛은 덜하다. 그래도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휠베이스가 길고 상시 4륜 구동임에도 언더스티어를 만나는 한계점은 꽤 높다.

시승을 마치고 차를 반납하러 가는 길은 유유자적할 심산이다. 이상하게 점심시간대만 되면 꽉 막혀버리는 올림픽대로에 차를 올리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켰다. 앞 차와 간격을 안정적으로 잘 유지한다. 차선 중앙도 잘 지킨다. 현대기아 반자율 주행 기능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꽉 막힌 도로에 발은 놀고, 스티어링 휠에 얹어진 손엔 힘이 빠졌다. 눈동자 초점까지 흐려지는 건 막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틀었다. 15개 스피커를 울리는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상보다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줘 놀랐다. 하만 그룹 최상위권에 위치한 음향 브랜드다운 소리다. 착색 없는 소리로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두 선명하게 들린다. 분리도와 공간감도 뛰어나다. 너무 많이 들어 질려버린 노래까지 끝까지 듣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외장 앰프를 통해 어떤 음원을 재생해도 최적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앰프는 제조사별 호불호를 크게 탄다. 그러나 전 세계 대부분 음원이 렉시콘 장비로 프로세싱 되고, JBL(같은 하만 그룹) 스피커로 레코딩 하는 점을 감안하면, ‘좋을 수밖에 없지 않나?’싶다.

히피와 힙스터는 한 끗 차이다. 유행을 거부하지만, 한쪽은 반사회를 주장하고, 한쪽은 사회가 만든 천편일률적인 모습만 거부한다. 스팅어는 고전적인 자동차 형태를 벗어던진 힙스터다. 그런데, 챙길 건 또 다 챙겼다.

기아차는 전자기기화 되어가는 최근 흐름에 스팅어를 잘 적응시켰다. 남이 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행을 선도하고,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편의 장비를 담아냈다. 넉넉해진 출력까지 더하면 스팅어는 단연 국산차 중 가장 쿨한 차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전보다 400만 원이나 오른 3,925만 원의 기본가격은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자신의 취향과 맞으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힙스터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국산차가 또 있을까?

홍석준 wood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