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
DS7 크로스백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습기를 머금은 도로는 여기저기 맥없이 구멍이 뻥뻥 뚫렸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몇 달째 하수관 정비로 도로를 뒤집어 놓더니, 지금은 도로를 임시포장해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놨다. 매일 그 길을 지나려니 이젠 사무실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허리가 찌릿하다.

alt
DS7 크로스백

마침 DS7 크로스백(이하 DS7)이 2020년형으로 거듭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프랑스 차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편안한 시트가 뇌리를 스쳤다. 반가운 변화도 눈에 띄었다. 고급형인 그랜드시크 트림부터 통풍 및 마사지 시트가 기본 적용이다. 장마가 끝나고 다가올 불볕더위에도 등에 땀찰 일 없겠다 싶어 냉큼 시승차를 받았다.

alt
스타워즈 최고의 빌런 다스 베이더가 비친다.

멀리서 다가오는 DS7을 보는데 문득, 스타워즈 시리즈 최고의 빌런 다스 베이더가 비친다. 다스 베이더는 등장 내내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영화를 휘어잡는다. DS7도 스치는 시선도 다시 부여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DS7의 핏기 없는 눈매는 다스 베이더가 염력 '포스 초크(Force Choke)'로 상대를 제압하듯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가까이 다가온 DS7의 덩치가 예상보다 커 놀랐다. 유럽 기준 C-SUV 세그먼트에 속하는데 크기는 위급을 넘본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과 전폭, 전고가 각각 4,595X1,895X1,630mm.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아우디 Q3보다 110mm길고, 45mm 넓으며, 15mm 높다. 휠베이스 역시 DS7이 Q3보다 45mm 긴 2,740mm다. 앞뒤 양옆, 양껏 부풀린 차체 덕에 시각적으로 더 커 보인다.

alt
그릴 주변 깊이감이 남다른 크롬 장식은 입체감을 더한다.

디테일은 예사롭지 않다. 검은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 주변에 두른 크롬 장식은 굴곡이 깊어 차에 입체감을 더한다. 풍만한 범퍼 양쪽 끝엔 세로로 서있는 독특한 모양을 가진 주간 주행등도 자리한다.

alt
보석을 떠올리게 하는 헤드램프.
alt
광원이 180도 회전하며 사방에 불빛을 흩뿌린다.

압권은 헤드램프다. 주변이 어둑해질 즈음 도어 잠금을 풀면 현란한 빛의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헤드램프 안 광원이 180도를 회전하며 은은한 보라색이 섞인 불빛을 사방에 흩뿌린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둑한 박물관에 홀로 스폿 조명을 받는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듯 황홀경에 빠진다.

alt
헤드램프는 기능면에서도 뛰어나다.

보기에만 예쁜 게 아니다. 주행 중 스티어링 휠 각도, 속도, 날씨에 따라 헤드램프가 좌우로, 위아래로도 회전하며 운전자 시야를 밝힌다.

alt
끝이 어딘지 모를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는 듯하다.

빛의 향연은 리어램프로 이어진다. 경사면을 따라 다이아몬드 형상을 띈 광원이 가득 들어찼다. 끝이 어딘지 모를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는 듯하다. 각도와 거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리어램프를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alt
김이 팍 새는 배기구 모형
alt
DS7 실내

넋을 놓고 차를 살피는데 양쪽 크게 뚫린 배기구에서 김이 팍 샌다. 안쪽이 막혀 있는 가짜다. 진짜 배기구는 범퍼 아래 고이 숨어있다. 조금 배신당한 기분이 들어 툴툴대며 실내로 향했다.

alt
시트는 부드러운 가죽 아래로 고밀도 스펀지를 채웠다.
alt
방석 길이를 조정할 수 있어 체형에 따라 편한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문을 열고 운전석 시트에 앉았다. 부드러운 가죽 아래로 고밀도 스펀지를 채워 적당히 단단하다. 체중이 고루 분산돼, 엉덩이 배김 없이 장시간 운전에도 편할 듯하다. 허리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두툼한 지지대도 마련했다. 격한 주행이 아니더라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몸에 힘이 들어갈 일이 없을 테다. 시트 방석 길이는 수동으로 연장할 수 있어, 체형에 따라 편한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을 준다.

alt
스티어링 휠 에어백 커버도 가죽으로 덮었다.
alt
디지털 계기반 그래픽도 다이아몬드 모양이다.
alt
실내 일정한 바늘땀은 명품백에서 볼 법한 수준.

인테리어는 화려하다. 밖에서 본 다이아몬드 패턴이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 그래픽으로 이어진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을 덮은 가죽 위로도 다이아몬드 패턴이 새겨졌다. 스티어링 휠 에어백 커버와 센터콘솔도 모두 부드러운 가죽으로 둘렀다. 명품백에서 볼 법한 일정한 바늘땀은 DS7의 품격을 높이는 요소다.

alt
기어 노브 양쪽에 위치한 윈도 스위치
alt
윈도 스위치가 이렇게 예쁠일인가?
alt
'끌루드파리 기요세 패턴'

특이하게 윈도 스위치와 도어 잠금장치 스위치는 센터콘솔 기어노브 양쪽에 위치한다. 윈도 스위치마저 보석을 세공하듯 만들었다. 주변을 감싸는 크롬 장식엔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레게가 시계 인덱스에 사용해 유명해진 '끌루드파리 기요세 패턴'을 입혔다. 디테일에 이토록 집착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alt
'옥에 티' 8인치 디스플레이.

감탄만 하기엔 옥에 티도 있다. 해외에선 최하위 트림을 제외한 모든 트림에 넣어주는 12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빠졌다는 점이다. 국내에 팔리는 DS7엔 8인치 디스플레이가 그 자리를 채운다. 12인치 디스플레이는 온도 조절 스위치가 화면 양옆에 항상 띄워진 반면, 8인치 디스플레이는 토글스위치를 조작해 공조 조작 화면을 띄워야만 하는 불편이 따른다.

alt
뒷자리는 널찍하다.
alt
뒷자리 도어 트림도 다이아몬드 패턴 가죽을 덧댔다.

2열로 자리를 옮겼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차답게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188cm 성인 남자 기준으로 앞 좌석을 맞춰도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무릎 공간을 확보했다. 머리 공간도 여유롭다. 도어트림은 앞과 마찬가지로 다이아몬드 패턴 가죽을 덧댔다.

alt
2열 등받이 각도 조절이 전동이다.

1열과 달리 윈도 스위치는 도어 손잡이 앞에 위치한다. 그 뒤로 버튼 하나가 더 있다. 등받이 각도 조절 스위치다. 2열 등받이 조절이 전동이라니, 감동 포인트다. 바닥은 평평해서 가운데 사람이 앉아도 발을 옹색하게 둘 필요가 없다.

alt
트렁크 기본 용량은 555L
alt
최대 확장시 1,752L까지 늘어난다.
alt
트렁크 커버 밑으로 임시 타이어가 자리한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55L다. 6:4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1,752L까지 확장할 수 있다. 트렁크 커버 밑으로 임시 타이어가 자리하고, 트렁크 해치는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alt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와 함께 B.R.M 시계도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와 함께, 시동 버튼 위에 숨어있던 B.R.M 시계가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메르세데스-AMG와 IWC, 벤틀리와 브라이틀링이 협업을 하듯 DS는 프랑스 시계 브랜드 B.R.M을 택했다.

alt
시승 내내 큰 만족감을 준 B.R.M 시계

국내에선 생소할 수 있으나, B.R.M은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를 생산한다. 가격은 수천만 원대. 자동차와 시계를 모두 좋아하는 나에겐 시승 내내 큰 만족감을 준 부분이다. 주변이 어두워지면 시계 인덱스에 은은히 들어온 불빛이 시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alt
2.0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DS7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과 함께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기어 노브를 D로 당기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출력이 부드럽게 앞바퀴로 흘러나온다.

alt
아이신과 함께 만든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다. 

웬일로 올림픽대로가 한산하다. 본선에 합류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결코 가볍지 않은 1,725kg의 무게에도 가속은 가뿐하다. 변속기는 변속을 알아채기도 전에 다음단으로 변속을 마쳤다.

alt
스티어링 휠 왼쪽 아래 크루즈컨트롤 뭉치가 자리한다.

어느새 제한 속도에 근접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했다. 앞 차와 간격 유지는 물론 막히는 구간에서 정지 후 재출발도 부드럽게 진행한다. 차선 유지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 가볍게 손만 얹어도 어지간한 코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

alt
포칼 사운드 시스템은 어떤 음악을 들어도 만족스럽다.

노면 소음은 적다. 실내로 넘어오는 엔진 소음도 상당히 억제돼있다. 소음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다. 조용한 실내는 음악을 찾게 한다. DS7은 포칼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실내 곳곳에 위치한 14개 스피커가 서브우퍼와 함께 실내를 음악으로 가득 채운다. 포칼이 으레 그렇듯 맑고 정확한 소리를 들려준다. 저음도 단단하게 받쳐주니 어떤 음악을 들어도 만족스럽다.

alt
카메라와 가속 센서가 노면상태를 파악한다.
alt
도로 위를 한순간에 잔잔한 강으로 만들어버리는 서스펜션 감각.

승차감은 도로 위를 한순간에 잔잔한 강으로 만들어 버린다. 에어 서스펜션 없이 만든 승차감이라니, 믿기 힘들 정도다. 카메라와 가속 센서가 노면을 파악해 서스펜션을 전자제어해 얻은 결과다. 일찍이 레인지로버에서 경험한 승차감과 비슷하다. 물론 긴 휠베이스가 주는 여유로움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다.

alt
파란색 : 카메라 On  주황색 : 카메라 OFF

(*카메라 역할이 얼마나 클까 싶어 A4용지로 윈드쉴드 위 카메라를 가리고 과속 방지턱을 넘는 실험을 해봤다. 결과는? 댐퍼가 제 역할을 못하고 술에 취한 듯 흐느적댔다. 정상적인 진폭과 비교하면 한눈에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alt
드라이브 모드 별 감쇄력 차이가 크다.

올림픽대로를 빠져나와 근처 와인딩 로드로 이동했다. 짧은 구간이지만, 급격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연속 코너가 많은 곳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속도를 높였다. 서스펜션이 한층 조여져 노면 상태가 보다 명확히 느껴진다.

alt
연속된 코너에도 하중 이동이 자연스럽다.

코너에 진입해도 롤은 염려만큼 크지 않았다. 순간 접지를 잃기 좋은 도로 환경임에도 하체는 노면을 꽉 붙든다. 연속된 코너에도 하중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쏠린 무게가 한 번에 반대편을 덮칠 위험에도, DS7은 능청스럽게 받아넘긴다.

alt
고성능 타이어 굳이어 이글 F1 어시메트릭 3 를 신었다.

DS7이 신은 타이어 사이즈는 앞뒤 235/45 R20로 평범하다. 그런데 굳이어 이글 F1 어시메트릭 3 SUV용 타이어가 신겨져 있다. 고성능 차에 신겨질 타이어다. 비명소리 한 번 없이 코너링을 돌아나간 건 타이어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alt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기술력이 DS7에도 녹아있을 터.

르망 24, 다카르 랠리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경주대회가 뇌리를 스친다. DS의 모기업 PSA 그룹은 이 대회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한다. 분명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기술력이 DS7에도 녹아있을 것이다. 새삼 편안한 일상과 즐거운 코너링을 아우를 수 있는 DS7이 달리 보인다.

alt
DS7은 프랑스의 명품과 보석의 이미지를 훌륭히 녹여냈다.

그동안 프랑스 차는 부드러운 승차감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를 갖고도, 이해하기 힘든 디자인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었다. DS7 디자인은 괴랄하지 않다. 오히려 프랑스 하면 떠올릴 명품과 보석의 이미지를 잘 녹여내 훌륭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alt
DS7은 독일식 차 만들기 기준을 과감히 깨버린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따르는 ‘기술이 감성이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준. 그 기준에서 탄생한 단단한 승차감과 기계적 인테리어를 DS7은 과감히 깨버린다.

alt
DS7의 가치는 디테일의 차이에 있을지 모른다.

DS7은 개성 가득한 차다. 그리고 편하다. 눈과 귀도 즐겁다. 어떻게 고객의 취향에 부응할지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차 곳곳에 묻어난다. 그런 디테일들이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 DS7을 더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DS7의 가치는 디테일의 차이에 있을지 모른다.

글 / 홍석준 woody@carlab.co.kr

사진 / 홍석준 woody@carlab.co.kr

            홍석준 noir07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