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우린 종종 독특한 생김새나 별난 모습을 보며 피카소 작품에 빗대곤 한다. 그런 피카소의 이름이 붙여진 자동차가 있었으니, 시트로엥 C4 피카소 되시겠다. 피카소의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비주얼을 가졌으나 피카소 작품처럼 신박한 관점을 안기는 자동차다. 피카소 작품에 빗댄 비주얼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었을까? 시트로엥은 C4 피카소의 이름을 ‘스페이스 투어러’로 개명했다. 공간과 여행이란 느낌을 사뿐히 깔아줄 이름으로 적절하다.

개인적인 관점과 해석일 테지만 피카소 네이밍은 비주얼이 강조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스페이스 투어러는 비주얼을 배제한 느낌이다. 비주얼은 독창적, 괴랄함으로 승부를 보면서 공간과 실용성이 주무기라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떼쟁이처럼 말이다.

공간과 실용성, C4 스페이스 투어러는 어떻게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걸까? 싱글과 유부남의 시선으로 나눠보자.

“어느 날인가, 여자친구가 별을 보러 가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곧장 밤 하늘의 별을 따주겠다며 산으로 스페이스 투어러를 몰고 갔어. 산 정상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하늘을 봤더니 별들이 천장으로 쏟아지더라. 파나로믹 글라스 루프가 왜 좋은 건지 알겠더라고. 별빛 아래 낭만도 채울 겸 2열에 앉아 접이식 테이블을 펴고 커피 한잔 나눠 마셨거든? 세상에서 가장 전망 좋은 카페에 와있는 기분이었어.”

“맞아, 주말에 둘째가 갑자기 보름달을 보고 싶다고 하길래 나도 한적한 곳으로 차를 끌고 갔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 근데 첫째가 보름달을 보더니 늑대 인간이라도 된 건지 차에서 뛰어내려 반딧불을 찾기 시작하더라고, 심장이 덜컥 내려않는 기분이었어. 옷이며 신발이며 죄다 더러워질 텐데 말이야.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와이프님에게 등짝 스매싱 맞겠구나 싶었지. 애들 따라 뛰어놀다 부랴부랴 2열과 3열을 접고 대충 씻기고 옷 갈아입히는데 애들 뒷바라지하기에 딱 좋더라니까.”

시트로엥 특유의 맛을 살리는 일등공신은 단연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다. 풍부한 채광과 탁 트인 시야 확보는 시트로엥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크다 한들 자동차 공간은 한정돼있다. 호텔방 같지 않고 방 한 칸짜리 내 방 침대보다 좁다. 답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그 한계에서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요소를 시트로엥은 잘 캐치했다.

“요즘 차박이 유행이잖아? 2, 3열 접어보니까 너비도 너빈데 바닥이 평평하고 높이도 적당해서 딱 좋겠더라. 최대 1,843리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데 글로브 박스나 센터 콘솔, 2열 레그룸 등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서 많은 짐을 싣고 이동해도 문제없을 거 같아.”

alt

“그렇지. 스페이스 투어러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차야. 내 입장에선 독립 시트로 구성된 2열도 반가운 점이야. 개별 시트마다 베이비 시트를 얹을 수 있는 ISOFIX가 적용돼 애들 태우기 좋아. 차일드 미러까지 있으니 장거리 이동에도 안심이 돼.”

답답함과 여유의 경계

“스페이스 투어러는 다 좋은데 좀 답답해. 부드러운 가속과 적당한 토크는 만족스럽지만 다른 차 추월할 때 힘겨운 게 느껴져. 패들 시프트가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엔진 회전수를 조정하며 달리는데 재미는 떨어지는 것 같아. 속도를 올려서 달리면 고속 안전성이나 그립력도 살짝 아쉽고 말이야.”

“난 오히려 그게 좋아. 1.5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1 kg ∙ m 면 일상 주행에서 딱 적당한 수준인 것 같아.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가볍고, 급격한 움직임이 없으니까 여유와 안정감을 느껴. 와이프가 운전할 때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고 애들도 편안하니까 나한텐 딱 적당하지. 오히려 퍼포먼스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보다 승차감과 ACC에서 아쉬움을 느껴. 2열 승차감이 통통 튀어서 애들 엉덩이가 심란할 거 같아. 주말에 애들 데리고 놀이공원이라도 다녀오면 ACC에 신앙심이 생길 정돈데, 스페이스 투어러는 정차 시 ACC 기능이 꺼진단 말이야. 그게 참 아쉬워. 극심한 정체 구간에선 일정 속도를 올려야 ACC를 활성화할 수 있는데 매번 꺼지니까 다시 켜려다가 스트레스만 늘리는 꼴이야.”

스페이스 투어러는 엔진 회전수 2,000대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한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영역대다. 퍼포먼스를 위한 게 아닌 도심, 여행,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하며 다듬어진 세팅이다. 다목적 MPV로써 제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어졌는데 2열 승차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 투어러의 주 수요층은 가족단위 이동을 고려하는 소비자일 테니 말이다.

B와 D 사이의 C, 탄생(Birth)에서 죽음(Death)까지 선택(Choice)의 연속이란 의미가 아닌 B(beauty)와 D(Detail) 사이 C(Choice)다. 스페이스 투어러는 소비자에게 B와 D 사이에서 철저히 주관적 판단을 맡긴다. 코로나19로 MPV 모델에 관심이 더 주목되는 요즘, 스페이스 투어러는 재조명 받게 될 것인가?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