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는 106년 전인 1914년, 마세라티 가문 여섯 형제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1910년 경 여섯 형제의 장남 카를로(Carlo)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후 넷째 알피에리(Alfieri)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이름은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Officine Alfieri Maserati)’로 현 마세라티의 전신이다. 모든 제작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졌으며 다른 형제들과 함께 레이싱 카를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꾸려갔다. 그러다 1926년 자체 제작에 성공한 마세라티는 ‘티포 26(Tipo 26)’을 첫 출시했다. 티포 26은 마세라티의 자체 기술로 제작한 첫 차였다.

티포 26은 창립자인 알피에리가 직접 드라이버로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에 처녀 출전할 때 함께했다. 처녀 출전임에도 우승을 거머쥐며 마세라티는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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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투누스 조각상

또한 이 때 여섯 형재 중 유일하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예술가로 활동했던 다섯째 마리오(Mario)는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의 넵투누스(Neptunus, 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각상의 삼지창에서 모티브를 얻어 마세라티 특유의 '트라이던트(삼지창)'를 창조했다. 바다의 신의 강인함과 활력을 상징하는 트라이던트는 마세라티의 모든 경주용 자동차에서부터 적용되며 브랜드 발전과 성공의 순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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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에리 마세라티

이듬해인 1927년, 알피에리가 부상을 당하며 시즌 전체를 날렸으나 ‘메뉴팩처러스 타이틀(Manufacturer’s Title)’이라는 영광스러운 성과를 거둔해였다. 한편 알피에리는 1957년 레이싱계에서 공식 은퇴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마세라티가 티포 26을 시작으로 명성을 떨쳤다면, 레이싱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모델은 바코닌 보르짜치니(Baconin Borzacchini)와 함께한 ‘V4’였다. 16기통 초대형 엔진을 장착한 V4는 1929년 이탈리안 그랑프리에서 처음 선보이며 최고속도 246.069km/h로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1937년, 마세라티 형제는 회사를 오르시 가문에 넘기며 볼로냐에서 모데나로 옮겨갔다. 레이싱 역사에 한획을 그으며 유명세를 쌓았던 마세라티는 양산차 제작에 뛰어들며 1947년 지금의 ‘그란투리스모’ 기본 모델인 ‘A6 1500’을 출시했다. 콘텝트는 ‘레이싱용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였다. 창업주인 알피에리의 이름 앞글자 ‘A’와 6기통 엔진의 ‘6’을 의미하는 A6 1500은 마세라티의 첫 일반 도로용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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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뉴엘 판지오

1950년대는 모터스포츠, 양산차 분야에서 황금기를 누린 시기다. 1953년 후안 마뉴엘 판지오(Juan Manuel Fangio)가 마세라티 레이싱팀에 합류하며 그 시작을 알렸는데, 후안 마뉴엘 판지오는 총 51회의 그랑프리에 참가해 24승을 거두고 F1 역사상 최고의 47% 승률을 기록하며, 1950년부터 1958년까지 F1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십 무대에서 5회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출신 레전드 레이서다. 
또한 첫해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54년 ‘당대 자동차 디자인과 레이싱카 기술을 탄생시킨 걸작’이라고 불리는 마세라티 ‘250F’과 후안 마뉴엘 판지오 조합으로 아르헨티나, 벨기에 그랑프리, 1957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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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F와 후안 마뉴엘 판지오

1957년 250F의 우승을 끝으로 마세라티는 자동차 경주에 더 이상 출전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공식 은퇴까지 23개의 챔피언십과 32개의 F1 그랑프리 대회 등에서 500여 회의 우승 기록을 세운 마세라티는 고성능 양산형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기로 한 것. 

양산형 자동차 브랜드로 1950년대 마세라티는 이탈리안 특유의 감성적인 디자인과 성능이 조화를 이룬 아름답고 강력한 그랜드 투어링 모델 제작에 집중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출시된 ‘3500GT’는 시장의 폭발적인 반향을 이끌어내고 9년간 2000여대 가까이 팔리며 마세라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60년대부터는 8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 개발에 전념하며 미개척 분야였던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에 입문하게 된다. 1963년에는 마세라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첫 번째 4도어 세단 ‘콰트로포르테’를 공개했고, 1966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 손잡고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최초의 ‘기블리’로 찬사를 받았다.

1971년 주지아로가 설계한 또 하나의 명작, 양산형 미드엔진 모델 ‘보라(Bora)’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198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갖춘 ‘바이터보(Biturbo)를 출시했다. 바이터보는 2개의 컴프레서를 장착한 6기통 엔진과 최고속도 215 km/h의 강력한 성능,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둬들였다.

이후 시트로엥, 피아트 등을 거쳐 1997년 피아트의 계열사인 페라리에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는데 이 때부터 마세라티는 공장에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종전의 각진 디자인에서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꾸는 등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오랜 세월 동안 라이벌 관계였던 마세라티와 페라리는 파트너십을 통해 힘을 합치게 된다. 그 결과 페라리의 V8 엔진을 장착해 380마력의 최대 출력을 발휘하는 ‘3200GT’가 파리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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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콰트로포르테

200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5세대 콰트로포르테와 2007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2도어 4시트 쿠페 그란투리스모는 스포츠카 디자인의 대부 세르지오 피닌파리나(Sergio Pininfarina)의 작품으로 마세라티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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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카 알피에리

2013년에 6세대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가 잇달아 출시됐으며, 2014년에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알피에리(Alfieri)를 선보이며 회사 창립 100주년을 기념했다. 마세라티는 브랜드 최초의 SUV인 르반떼를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이후 초고성능 슈퍼 SUV 르반떼 GTS와 르반떼 트로페오를 잇따라 출시하며 또 다른 브랜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아드레날린, 그리고 럭셔리

마세라티는 지금의 고성능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해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모터스포츠 부문에 전념하며 성장을 거듭한 회사다. 레이싱계의 한 획을DNA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마세라티는 마라넬로의 페라리 공장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독점 제조 및 수작업으로 조립되는 V6와 V8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을 생산한다. 

모든 모델은 차량 전후 무게를 50:50으로 배분할 뿐 아니라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해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핸들링을 발휘한다. 특히 앞차축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엔진을 프런트 오버행 가장 뒤편에 배치하고, 서스펜션은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 링크 레이아웃을 채용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주행 성능과 조종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마세라티의 차량 설계는 극한 주행 상황에서도 제어력을 향상시키며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마세라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귀를 정화시키는 배기 사운드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이 묻어있는 음악 같은 엔진소리로 ‘예술적 가치’를 품은 명품이라 평가받는다.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힘으로 운전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엔진음은 마세라티 본사에 ‘엔진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와 함께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악보를 그려가며 배기음을 조율한다. 이때 ‘작곡’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배기음에 각별히 공을 들여 도로 위의 예술품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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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콰트로포르테에 올라탄 파바로티

마세라티 고유의 엔진음은 20세기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도 인연이 깊다. 1984년 마세라티가 본사를 파바로티의 고향인 모데나로 옮기면서 그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마세라티의 열렬한 마니아가 된 파바로티는 직접 본사에 방문하여 예술적인 사운드가 탄생하는 그 순간을 지켜보고, 1963년에는 세브링(Sebring)을 구입하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마세라티의 배기음과 파바로티의 음악적 성향이 매우 닮았다고 평가했다. 마세라티 엔진음의 치솟는 고음 파트가 파바로티의 강렬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이다. 

마세라티는 지난 106년 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엔진소리를 보다 아름다운 사운드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9월, 일본 시즈오카에 있는 사운드디자인라보합동회사, 주오대 음향시스템 연구실과 함께 ‘엔진음 쾌적화 프로젝트’라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는데,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과 5가지 바이올린의 소리를 각각 피실험자에게 들려주고 심박 수, 혈류량 등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콰트로포르테의 엔진음과 가장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낸 바이올린은 전설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마세라티는 소음이라 여겨지던 배기음을 감미로운 도로 위의 음악과 예술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던 것.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마세라티는 최고급 이탈리안 가죽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작품을 인테리어에 적용한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뛰어난 가죽 품질과 특유의 전통적인 기술 공정으로 유명한 이탈리안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2001년부터 마세라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탁월한 품질은 장인정신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특유의 가죽 처리 공정에서 비롯된다. 본격적인 제조 과정에 사용되기 전, 모든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 샘플은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특히, 차량 내장에 사용되는 가죽 마감재의 경우 시뮬레이션을 통해 특정 활용기준에 적합한지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 모든 테스트는 1970년에 설립된 폴트로나 프라우 연구실에서 실행된다.

폴트로나 프라우만의 특허 제품 펠레 프라우®(Pelle Frau®) 가죽은 품질, 섬세한 제작 기술, 완벽한 디테일 마감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비첸차 지역 최고의 가죽 태닝 센터와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펠레 프라우® 가죽을 사용하기 전 약 20단계의 태닝 공정을 거치며, 기계적 처리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순수 천연 엠보싱 가죽으로만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가죽의 탄성과 강도가 증가하여 더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특히 겨울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은 세월이 흐를수록 빛 바랜 느낌이 아닌 섬세한 고풍스러움을 드러낸다.

최근 공개된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는 물론 2019년식 전 모델에 선택 가능한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천연 가죽은 마세라티만을 위해 독점적으로 제작되는 가죽이다. 생산 기간이 일반 가죽 대비 약 20% 오래 걸리지만 북유럽 지역의 황소 가죽으로 제작되어 뛰어난 내구성과 실크처럼 매끄러운 촉감을 제공한다. 또한 천연 기법으로 가공한 피에노 피오레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끄러운 질감과 개성을 더한다.

반면 최고의 안목과 디테일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고객을 위해 이탈리아의 유명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최상급 원단을 실내에 사용한다. 1910년에 젊은 기업가가 이탈리아 북부 트리베로에서 설립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현지에서 직접 구입한 섬유를 혁신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원단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패셔너블한 컬러 마감과 천연 섬유 제냐 멀버리 실크 인서트, 한땀 한땀 핸드메이드로 마감된 스티치가 이탈리아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특유의 소재는 트리베로에서 특허 받아 생산되는 100 % 천연 섬유 제냐 멀버리 최고급 실크 소재로 시트와 도어 패널, 차량 천장 라이닝, 차양 및 천장 조명기구 등의 내장재에 적용되어 차원이 다른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나타낸다.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제냐 실크는 통기성이 뛰어나며 특수 코팅을 입혀 마모를 최소화시키고 얼룩이 생기는 현상을 철저하게 방지한다.

물론 현재는 과거 명성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6년의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마세라티, 그들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서 계속 새롭게 쓰여져 나가고 있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