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alt주리를 틀어 만들었다는 포르쉐와 외계 진출을 꿈꾸는 테슬라를 한곳에 모았다. 내연기관 끝판왕과 전기 모터 끝판왕의 대결,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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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완성은 비주얼이라잖아?

현재 유일한 RR 방식, 수평대향 엔진, 개구리 비주얼, 911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문장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911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꼽는 것은 핸들링이다. 날랜 움직임과 재빠른 가속, 주말처럼 순식간에 흘러가며 이뤄지는 변속 타이밍, 타이트한 스티어링 휠 반응까지 더해져 차체를 다루는 맛이 일품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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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아니고 뒤!!

3.0리터 수평대향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911 카레라 S는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54.1kg∙ m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진 약 3.7초다. 시승차의 경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적용돼 0.2초가 단축, 3.5초 만에 100km/h에 도달한다. 이미 수치상만으로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주삣주삣 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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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로 말하자면 '미스터 심플~'

이에 맞서는 외계인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 상시 사륜구동 듀얼 모터 시스템을 적용하고 전, 후륜에서 즉각적으로 토크를 계산해 제어한다. 모터에서 곧장 노면에 토크를 전달하니 초반 가속감이 압도적이다. 이런 모습은 전기차 특징 중 하난데, 그 이질적인 감각을 새로운 스포츠 주행감각으로 끌어올린 게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되시겠다. 그래서 모델 3 퍼포먼스 스펙이 어떻게 되냐고? 정지 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약 3.4초, 모터 최고출력 462마력(340kw), 최대토크 65.1kg∙ 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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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 프레임리스 도어는 생각 이상으로 깔금하다

두 외계인이 마주했는데 당연히 가속감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델 3 퍼포먼스의 가속감은 침이 꼴깍 삼켜지는 감각, 911 카레라 S는 침이 주르륵 흐르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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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함을 달래주는 화이트 휠

뛰어난 가속 성능을 발휘했던 차들은 항상 그에 걸맞은 사운드와 회전 질감이 동반됐다. 그런데 모델 3 퍼포먼스는 ‘정숙’만 있다. 조용한데 정말 빠르게 치고 나가기에 공포스럽다.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신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추억의 광고 카피 ‘소리 없이 강하다’나 이시하라 사토미의 ‘피융~’은 모델 3 설명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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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려있어요~

전기차는 감흥이 없다고 현실 부정하던 내 과거를 반성해야 했다. 발목에 쥐여주는 힘을 고스란히 노면에 옮기면 달려나가는 가속 성능은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모델 3의 전면 윈도는 상당히 널찍하고 시인성이 뛰어난데 너무도 조용히, 너무도 차분하게 모든 것을 점으로 만들어간다. 감성 충만하게 그려낸 유채화 위로 떨어진 물 몇 방울이 더 아름다운 색채를 만들어내 듯, 그동안 바라봤던 자동차 감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게 만드는 마법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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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바로 그 멋!

“그래, 이 맛이야!!!”, 격한 흥분을 일으키며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다. 언제? 911 카레라 S에 올린 오른발이 스로틀을 열었을 때!! 모델 3 퍼포먼스에선 느낄 수 없는 내연기관만의 카랑카랑한 회전 질감과 배기음, 발바닥과 손끝에 전해지는 떨림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엉덩이에 올려진 엔진의 뜨거움까지 오감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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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카레라 S의 최애 포인트는 역시 엉덩이!

911은 모델 3 가속감관 확연히 다른 ‘맛’이 있다. 열에너지와 운동 에너지, 위치 에너지의 익숙한 움직임이 전신을 자극하며 예측 가능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운전자가 전달한 명령에 맞춰 매섭게 움직이는 실린더는 심장 박동 수를 끌어올리고, 노면을 짓이기며 튀어나가는 타이어는 마찰과 타격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모델 3 보다 좁은 시야, 낮은 시트 포지션이 긴장감을 높이며 운전 집중도까지 높인다. 911의 가속감을 느끼기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나 사이드 미러다. 사이드 미러에 신 스틸러로 등장해 풍만함을 뽐내는 리어 팬더, 그 뒤로 흐르는 모든 물체는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고 이내 아지랭이처럼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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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반응하는 가변식 에어 셔터로 기능성 UP!

모델 3와 911, 두 대 모두 액셀러레이터 끝까지 밟았을 때? 순수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쾌감, 긴장감은 모델 3가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속도 체감과 전신 자극, 오감 만족에선 911이 앞선다는 게 기자의 결론.

밸런스 어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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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있는 가변 리어 스포일러조차 예쁨미 뿜뿜~

911을 가장 맛있게, 가장 재미나게 타기 위한 코스로 몸을 틀었다. 굽이진 길이 연속되는 와인딩 코스다.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과 엔진 회전수가 적극적으로 변하는데 짧은 회전 반경과 타이트한 스티어링 휠, 탄탄한 서스펜션이 조화를 이루며 날 다람쥐처럼 코너를 공략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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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모드에 따라 극명한 피드백이 전해져온다

노멀 모드에서 엔진 회전수 1,500대를 유지하던 포르쉐는 모드 변경 후 앙칼진 숨소리를 내뿜는다. 가속에서 특출난 재주를 앞세웠던 PDK 변속기는 와인딩에서 이따금 너무 빨리 변속이 이뤄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데 ‘Don`t Worry, Be Happy’. 매뉴얼 모드 변경 후 패들 시프트를 활용하면 매혹적인 음색과 코너링을 즐길 수 있다. 패들 시프트 조작감은 직관적이고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데 시프트 업, 다운 모두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무게감도 묵직하며 유격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잡아 돌리는 맛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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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조작감, 편리함을 추구한 기어노브

헤어핀에 가까운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해도 안정적인 움직임과 밸런스로 빠져나온다. 운전자 실력이 아닌 , 우리가 알게 모르게 911이 제어해 주고 있는 덕분이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전자식 댐핑 컨트롤 시스템이 도로 조건과 주행 스타일에 따라 각 휠의 댐핑 강도를 능동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어하며 보좌한다. 더불어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PSM) 시스템은 진행 방향, 속도, 수평 가속 등을 모니터링하고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은 코너를 돌 때 능동적으로 차체의 측면 움직임을 최소화시킨다. 또한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차량의 불안정한 횡 방향 움직임을 줄여줌으로써, 빠른 진입과 탈출이 이뤄져 와인딩 재미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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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만 보면 스포티함을 찾아보긴 어려운데....

또 한 번의 충격. 모델 3, 아니 테슬라의 스포티함은 숨 막히는 가속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다. 완전히 잘못 짚었다. 알고 보니 와인딩의 잠룡이었다. 기본적으로 토크 손실 없이 지면을 누비니 가, 감속에선 탁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 뒤로 배치된 듀얼 모터의 배분, 무게감이 매끄러운 코너 공략 모습을 보여준다. 흔들림 없는 편안함, 딱 그 느낌으로 코너 진입 및 탈출을 시도한다. 브레이킹 없이 액셀러레이터 발만 떼도 회생 제동과 함께 감속이 이뤄지는 건 새로운 재미 요소다. 내연기관의 와인딩 감각과는 사뭇 다른 주행 즐거움, 모델 3는 그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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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모양새 빠지는 컬럼식 기어

노면 접지? 느낄새도 없었다. 꾸역 꾸역 지면을 붙잡고 코너를 빠져나가는게 아니라 그냥 발걸음 옮기듯 부드럽게 빠져나가니 말이다. 그 흔한 스키드 음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 911과 비교했을 때 스티어링 휠 무게감은 가볍게 느껴지지만 조향비는 오히려 더 타이트한 느낌이다. 카트처럼 1:1 조향비가 아닐까? 싶을 만큼 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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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카레라 S 리어 스포일러에 비하면 아기 상어랄까?

모델 3에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브레이크 성능이다. 코너 탈출 후 급가속 구간에서 깜짝 등장한 까투리 한 마리, 회피 기동은커녕 로드킬이 발생할 일촉즉발 상황에서 하드 브레이킹에 들어갔다. 시끄러운 경고음과 함께 AEBS 작동, 까투리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꽤나 높은 속도, 코너 구간에서 깊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차체가 안정적이고 완벽하게 제동이 이뤄졌다는 점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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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km/h부터 펴지기 시작하는 날개, 에어 브레이크 기능도 겸한다

와인딩 구간에서 느껴본 두 외계인은 전혀 다른 성격, 전혀 다른 재미를 추구했다. 굳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새로운 재미를 일깨운 모델 3. 원래 사람은 새롭고 참신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기 마련이니까. 


너 데일리 카로 뭐 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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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보다 우선되는 하차감

911, 모델 3 두 대가 한곳에 모였을 때 카랩 식구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흘러나온 얘기가 데일리 카라면 어떤 것을 고르겠냐는 질문이다. 볼 것도 없이 911, 만장일치로 911을 골랐다. 물론 직접 차를 몰아보기 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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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고? 하지만 굉장히 혁신적인 구성이라는 거~

이틀에 걸쳐 두 대를 모두 몰아본 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달랐다. 승차감, 장거리 운행 편의성, 승하차 용이성, 소음과 진동에서 추구점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우선 승차감을 얘기해보자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델 3의 서스펜션도 딱딱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철 및 과속방지턱을 무난히 넘어간다. 장거리 운행을 해보면 피로도 차이가 극명한지라 승차감은 모두 모델 3의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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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와 상반되게 다양한 기능이 꾸려진 911 카레라 S

911은 언제, 어디서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어 엉덩이가 가만있질 못한다. 노멀 모드로 고속도로에 올라보면 PDK가 재빠르게 변속하며 엔진 회전수 1,200대를 유지한다. 그로 인해 승차감 개선과 연비를 높이는 효과는 얻었다. 하지만 승차감은 여전히 스포티하다. 승하차 용이성도 뭐…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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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카레라 S 트렁크, 의외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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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 트렁크는 넓진 않아도 요긴하게 쓰인다

실내 거주성, 공간 확보 면에선 단연 모델 3가 앞선다. 하지만 모델 3도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이 A/S, 전기차 인프라다. 많은 판매가 이뤄진 것 대비 부족한 서비스센터와 여전한 충전 인프라 문제가 고민을 안겨준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브랜드 신뢰도다. 최근 테슬라의 품질이 좋아졌고 소비자 인식도 높아졌으나 신규 브랜드로써 타 브랜드만큼 신뢰도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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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이 매혹적인 매트릭스 빔LED 헤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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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를 입체적으로 꾸민 모델 3

브랜드 신뢰도,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다. 흔히 말하는 ‘하차감’, 엠블럼이 포르쉐라는 이유만으로, ‘911’ 레터링만으로도 만족감이 드는 게 포르쉐 911이다. 그리고…매끈한 플라이 라인, 기능과 심미적 에지를 더한 스포일러, 임팩트 강한 팬더의 911인데 하차감도 끝판왕급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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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뭐냐고? 곧 죽어도 911에 1표, 승차감 우선으로 모델 3에 1표, 결정 장애로 기권 2표로 선택지는 소비자에게 패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