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 강한 세 녀석을 모았다. 로장주를 큼지막하게 박아 넣고 등장한 르노 캡처와 프랑스 깍쟁이 C3 에어크로스, 지프의 패셔니스타 레니게이드가 주인공이다. 각자 자기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의 전장에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은 누구의 편을 들 텐가?

작년 8월이었지. 이광환 기자는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클리오를 타고 내달렸어. 도착해서 그러더라. 아담한 크기, 작지만 쌩쌩한 엔진, 그리고 짱짱한 하체가 인상적이었다고. 역시 대배기량, 고출력 스포츠카만 재밌는 건 아니라고.

원래 우리 르노가 ‘작은 차를 잘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긴 하지. 나도 르노 가문에서 태어난 막내 SUV야. 클리오만큼 잘 달리게 만들지 않았겠어?

먼저 외모 자랑부터. 딱 봐도 르노삼성 QM3와 닮았지? 한핏줄이니 당연해. 작고 동글동글한 차체에, 뒷문 넘어 위로 가파르게 뻗은 벨트라인, 귀여운 듯 야무진 인상을 그대로 물려받았어. 확실히 르노의 디자인 테마는 대형차보다 소형차에 찰떡궁합이라니까. 예나 지금이나, QM3나 나나.

나는 보닛에 날카로운 주름을 넣었고, 헤드 램프는 C자형 주간주행등으로 감싸 모서리를 각지게 다듬었어. 범퍼 흡기구도 입을 쩍 벌려 전체적으로 좀 더 어른스럽고 성깔 있어 보여. 리어 펜더에 추가한 굴곡, 휠 하우스를 주변 차체 꺾임의 또렷함, 벨트라인을 따라 지나는 크롬 선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지.

특히 리어램프는 가장 자신 있는 곳이야. 헤드램프와 닮은 꼴 디자인이 차체 굴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최신 유행을 따라 올록볼록 입체감을 살렸어. 그냥 동그랗게 툭 달려있던 QM3의 리어램프와는 비교도 안돼.

실내? 누차 얘기하지만, 실내는 무조건 신차가 좋아. 전자 장비 비중이 높아지는 요즘은 더 그래. 셋 중 내가 가장 나중에 태어났으니 당연히 제일 예쁘고, 기능도 많아. 예를 들어볼까? 나는 주행모드에 따라 그래픽을 달리하는 디지털 계기반을 비롯해 전동 운전석 시트, 분위기 따라 8가지로 색상을 바꿀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지녔어. 모두 나머지 둘은 없는 장비들이야. 창문도 나만 1, 2열 전부 원터치로 오르내린다니까!

뒷자리 공간이 걱정된다면 일단 타봐. 보기보다 여유로운 무릎 공간에 놀랄걸? 이건 기아 셀토스보다 10mm나 긴 2,640mm의 휠베이스 덕분이야. C3 에어크로스와는 35mm, 레니게이드와는 무려 70mm나 차이 나는걸? 앞뒤 바퀴 사이가 얼마나 멀찌감치 떨어졌는지 알겠지? 고속주행 안정감은 덤이라고.

내 심장은 1.5리터 4기통 디젤 터보야. 디젤 소형차라서 나도 진동과 소음이 적지는 않아. 체급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경쟁자들이 더 심하니까 그걸로 위안 삼고 있어.

최고출력은 116마력, 최대토크는 26.5kgm야. 이날 모인 세 대 중 가장 열세더군. 그렇다고 달리기 실력까지 떨어지냐면, 도리어 정 반대야! 가뿐하게 출발하고, 활기차게 속도를 높이지. 작고 가벼운, 다분히 소형차 다운 경쾌함으로 훌륭한 운전 재미를 전해줄 거야. 문득 수개월 전 이광환 기자가 클리오를 타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인걸?

엔진 힘을 한껏 뽑아 쓰며 채찍을 휘둘러봐. 당신이 사디스트처럼 보일 수 있는 단점은 있지만, 그 맛이 쏠쏠해. 대배기량 고출력 차를 몰며, 운전 실력과 ‘간 튜닝’의 부족함에 주눅 드는 것과 정 반대라고 볼 수 있지.

물론 절대적으로 빠르진 않아. 속도가 올라갈수록 바늘 움직임은 느려지고, 고속도로에서 마음처럼 쭉 뻗어주지 못하는 건 인정해. 하지만 배기량과 출력을 생각해 타협해야지 어쩌겠어? 더 빠른 차를 원한다면 더 비싼 차를 살 수밖에. 이건 비슷한 몸값의 다른 경쟁자들도 마찬가지니까.

내 경쾌함은 변속기도 한몫 거들고 있어. 형 XM3에도 들어갔던 습식 7단 DCT야. 일찌감치 DCT 개발에 뛰어들었던 게트락(GETRAG)에서 가져다 달았지. DCT 특유의 감각은 여전해. 동력이 붙었다 떨어질 때 퍽퍽한 반클러치 느낌만 잠깐 참으면, 시프트 페들 튕길 때마다 빠릿하게 바통을 넘겨. 이광환 기자는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오히려 XM3보다 낫다고 하더군.

하체도 명랑해. ‘명랑한 하체’가 무슨 뜻이냐면, 좋게 말해 짱짱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통통 튄다는 뜻이지. 이 또한 전형적인 소형차의 감각이야. 고가의 중형차들처럼 묵직하게 깔려서 달릴 수는 없지만, 나름 재미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어. 스티어링 휠을 휙휙 돌려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요리조리 움직이기 쉽다고. 내 비록 SUV긴 해도 얼추 클리오만큼 날쌔다는 말씀!

차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음악 감상을 빠뜨릴 수 없지. 난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BOSE) 오디오를 얹었어. 이른바 ‘묻지 마 오디오’를 장착한 경쟁자들보다 한 차원 높은 소리를 들려준다고. 다들 알지? 보스의 중저음이 얼마나 탄탄한지. 한국 사람들 취향에 딱이야.

끝으로 가격 얘기를 해볼까? 이날 함께 자리했던 C3 에어크로스는 3,094만 원, 레니게이드는 무려 3,860만 원이야. 나는 2,780만 원! 앞자리가 2로 시작해. 나보다 각각 314만 원, 1,080만 원 비싸니까, 결코 작은 차이라고 할 수 없지. 모두 유럽에서 생산(캡처, C3 에어크로스: 스페인 / 레니게이드: 이탈리아) 된 수입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를 더한다고 볼 수 있어. 수십, 수백만 원이 옆집 멍멍이 이름도 아니고, 솔깃하지 않아?

두 녀석과 비교된다는 사실이 썩 내키지 않는다. 깜찍함도, 실용성도, 주행 감각도 감히 두 녀석이 나에게 들이댈 레벨이 아니다. 차근차근 곱씹어 보자. 외모로 나에게 들이대겠다고? 캡처가? 레니게이드가? 기가 찬다. 일단 입고 있는 옷부터 바꿔오시라. 내 옷 봐봐. 존재감 확실한 Passion Red야. 정열과 열정, 사랑과 연민의 흔적이 담겼지. 때론 차가운 장미처럼, 때론 상큼한 딸기처럼, 때론 톡톡 튀는 앵두처럼 다재다능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말이야.

루프도 깔 맞춤하며 Passion Red를 입히고 새하얀 머리핀으로 포인트를 줬지. 윈도 부분은 블랙을 두르면서 귀여운 투피스 꽃처녀 느낌이 풀풀 올라온다 이 말이야. 앞, 뒤론 매섭고도 동글동글한 눈동자를 통해 모두를 유혹하지, 메두사처럼 나와 눈이 마주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에 굳어버리게 될 거야.

그리고 너희들 말이야. 신발 좀 제대로 신어줄래? 그게 뭐니 대체, 봉제선이 다 보이잖아. 나 봐봐. 깔끔하게 엠블럼을 새겨 넣어서 파리지엥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엘레강스함이 흘러나오잖아.

내 안을 보고 싶어? 놀랄 텐데 괜찮겠어? 나의 내면은 실로 정갈하지. 수평으로 쭉 뻗어나가는 대시보드에 아이보리 컬러 직물을 둘렀어. 벌써 분위기부터 쾌적하지 않아? 에어벤트와 공조 버튼 영역도 정갈하게 자리했어. 물론, 나의 뛰어난 센스로 Passion Red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

직물 벤치 시트에 앉아보면 아마 다신 날 잊지 못할 거야. 적당한 쿠션감과 착좌감이 네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제3세계로 안내할 테니까 말이야. 그뿐인 줄 알아? 우리 시트로엥 가문의 자랑인 탁 트인 개방감은 전방 시야 확보와 파노라믹 선루프의 해방감을 동시에 안겨주지. 무엇을 감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거야. 아 참, 2열 시트는 슬라이딩 기능과 6:4 폴딩, 틸팅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너희들에겐 없는 차양막도 있단다.

내 심장은 1.5리터 BlueHDi 엔진이 올라갔어. EAT6 자동변속기와 합을 이루며 조신하고 품격 있는 워킹을 뽐내지. 최고출력 120마력과 최대토크 30.61kg∙ m의 성능으로 경쾌함을 느낄 수 있어.

엔진 회전수 1,750대에서 발휘되는 최대토크는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단 자신감의 근원이야. 심지어 아드레날린 분비를 위한 스포츠 모드와 그립 컨트롤까지 갖추고 있지. 진흙밭, 모래, 눈길, 어느 곳이든 난 문제없어.

음, 내 자랑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러더라고, 나는 소형 SUV에선 가히 최고의 승차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낭창낭창한 하체로 신체를 부드럽게 이완시켜주고 코너를 돌아나갈 땐 꾸역꾸역 노면을 붙잡으며 안정감을 준다고도 하더라. 특히 요철 및 과속 방지턱을 넘고 나서 발생하는 진동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 무작정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힘쓰는 게 아니라 잡아내야 할 진동은 잡고 흘려보내야 할 진동은 흘리면서 울렁거림을 없애준다나?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누구나 안심하고 다룰 수 있으며, 살포시 가속 페달을 밟아 나갈 때면 변속 및 가속감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뭐 이 정도는 별거 아니잖아? 멈출 땐 멈출 줄 아는 것도 매력적이래. 부드럽게 초반부터 제동이 시작돼 급격하지 않게 멈추는 것. 사소하지만 운전자를 배려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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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도 한 번 들어볼래? 너희들 '짚차'라고 들어봤지? SUV를 옛날부터 그렇게 불러왔잖아. 내 앞 코에 붙어있는 알파벳 한 번 읽어볼래? 'JEEP' 지프. 맞아 내가 바로 그 짚차의 원조, SUV 명가 지프에서 태어난 막내 레니게이드야.

외모에서도 그런 특징이 듬뿍 묻어나. 동그란 헤드램프와 세븐 슬롯(Seven Slot) 그릴은 1940년대 전장을 누비던 우리 할아버지, 윌리스 지프 때부터 이어온 유산이야. SUV 하면 떠오르는 2박스 차체와 빵빵한 휀더에 각진 휠 아치도 그때부터 이어진 결과야. 보기만 해도 전천후 주행 환경을 아우르는 내 모습이 상상되지? 키만 껑충한 해치백 같은 요즘 소형 SUV랑은 아예 근본부터 다르다 이 말씀이야!

조금 더 가까이 와볼래? 이래 봬도 내가 또 한 디테일하거든. 내 동그란 눈매에 두른 주간주행등 보여? 반짝반짝 얼마나 영롱한지 몰라. 헤드램프랑 안개등에도 하얀 LED를 사용해서 어두운 환경에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지. 또 있어, X자 모양 귀여운 리어램프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군대 다녀온 친구들은 벌써 '아 그거?' 할 거야. 군용차 옆이나 뒤에 붙어있는 연료통, 이른바 '말통'에 있는 무늬에서 가져온 디자인 포인트거든. 센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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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살펴보면서 눈썰미 좋은 친구들은 뭔가 찾아냈을지도 몰라. 내 몸 구석구석엔 위트 넘치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가 잔뜩 숨겨져 있거든. 이렇게 얘기하는 사이에도 벌써 2개나 지나쳐갔어. 세븐 슬롯 그릴과 번호판 사이 얇은 틈 사이에 우리 할아버지 윌리스 지프가 숨어있고, 리어램프 가운데엔 ‘OlllllllO’ 모양의 두 번째 이스터 에그도 있어. 이렇게 숨은 이스터 에그가 수십 개나 되니까 시간 되면 몇 개나 찾을 수 있는지 도전해 보는 것도 재밌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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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실내! 겉에서 보는 것만큼 넓지? 보통 소형 SUV 하면 작은 실내공간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잖아? 아무리 편한 시트에 밝은 소재로 실내를 꾸며도 공간 자체가 작으면 답이 없어. 난 달라, 키가 180cm 후반인 성인 남자가 뒷자리에 앉아도 머리 공간이 남는다니까? 게다가 널찍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갑갑함 마저 싹 날려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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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성은 또 어떻고? 저기 멀뚱히 서있는 캡처, C3 에어크로스 두 녀석이랑 박스 많이 싣기 대결도 해봤거든? 끝없이 들어가는 박스에 두 녀석 입이 다물어지질 않더라. 뭐, SUV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내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여기 모인 셋 중 내가 힘이 제일 좋거든! 출력은 C3 에어크로스랑 같은 120마력인데, 토크는 내가 2.1kg.m 더 높은 32.7kg.m야. 소형차에서 이 정도 차이는 작은 차이가 아니라고. 게다가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서 연료 1L로 15.6km나 달릴 수 있는 효율도 챙겼지.

지프답게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엄청 묵직해. 한 번이라도 오프로드를 가봤다면 알 거야. 너무 가벼운 가속 페달은 정교한 조작을 방해하는 요소라는걸. 달리는 느낌도 기계장치를 빡빡하게 맞물려놓은 것처럼 신뢰감을 줘. 처음엔 답답할 수 있는데 이게 또 나름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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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물먹은 친구들 내비게이션이 엉망인 경우 많지? 난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너희 자주 사용하는 T맵 화면을 8.4인치 터치 디스플레이에 띄어놓을 수 있다는 말이야. 터치감도 꽤 훌륭해서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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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격이 얼마냐고? 음…어…그게… 1.6 디젤 리미티드 기준으로 3,860만 원이야. 잠깐만! 이건 (안)비밀인데, 사실 내 주인도 그렇게 야박하진 않아. 6월 공식 프로모션만 해도 370만 원이나 할인해 주거든.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날 만나러 와 줘!

글 김상혁 / 이광환 / 홍석준,  사진 김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