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시 없이 잠잠한 쌍용자동차는 마힌드라의 자금 지원, 티볼리의 하락세로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만들어냈으니 뻑뻑한 닭 가슴살 아니 고구마를 연달아 몇 박스씩 먹는 기분일 테다. 

쌍용자동차는 침체기 탈출을 위해 코란도 RE:SPEC을 내놓았다. 쌍용자동차의 효자가 티볼리긴 하나, 명실 상부한 쌍용자동차 얼굴마담이 코란도다. 코란도는 쌍용자동차뿐 아니라 국내 최장수 모델이란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 쌍용자동차를 대표하며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까지 코란도를 두고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말 그대로 쌍용자동차의 브랜드 유산이다. 

마초 느낌 풍기며 젊은이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던 초기 모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코란도는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 사이를 오간다. 1983년 거화 자동차 시절 등장한 ‘코란도’란 이름이 벌써 37년이다. 쌍용자동차로 바뀐 1988년으로 계산해도 32살이다. 3번의 강산이 변할 동안 우리와 결을 함께했다.

대학 시절 코란도로 교문 앞에서 한껏 멋을 뽐내던 동기 놈, 성룡이 출연했던 액션 영화를 보고 코란도 소프트톱 구입을 꿈꿨던 동네 누나, 경기도 일대 늪지대를 활보하며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갔던 이상한 형 등 숨겨진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그랬던 코란도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그들에겐 추억이란 그림이 흐릿해져가는 느낌일 테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새로운 세대에 밀려나는 서글픔 같은 것 말이다. 

코란도를 밀어내는 새로운 세대는 티볼리다. 쌍용자동차의 멱살을 잡고 꾸역꾸역 발걸음 내딛던 티볼리 디자인이 코란도에 입혀졌다. 로&와이드를 앞세우며 대대적인 변화를 코란도에 입혔으나 본의 아니게 코란도 지우기가 돼버린 셈. 풀 LED 헤드램프와 개성 강한 숄더 윙, 두툼한 C 필러 등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유지한 듯하다. 그러나 볼수록 티볼리의 향수가 느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 어찌 됐든 코란도는 여전히 코란도만의 굵직한 선과 감성 마초 분위기를 품고 있으니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 

지극히 한국적인, LOCAL의 진한 여운

옛 향수로만 코란도를 바라보는 것은 이제 어려워졌다. 시대가 변하며 다양한 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고, 편의 장비, 버튼 배열, 시트 포지션, 승차감 등 여러 항목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코란도 역시 시대를 반영해나가며 개선을 이뤘는데 RE:SPEC의 핵심은 역시 인포콘이다. 

인포콘은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연결(Connectivity)의 합성어로 안전제일 서비스, AI 음성인식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실시간 내비게이션, 홈 IoT 및 차량 제어 등의 기능이 담겨있다. 커넥티드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자동차 분야에서도 차세대 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커넥티드 카 판매량이 2025년에 6천6백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쌍용자동차는 침체기 탈출 요소로 이 부분을 매만졌다. 자동차 커넥티드 영역에서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자연어 인식 및 내비게이션 연동인데 코란도 인포콘의 자연어 인식 수준은 최상급이다. 문장 연결이나 끝이 흐르는 발음, 문장과 문장의 연결까지 곧잘 알아듣는다. 자연어를 인식하고 정보 전달 및 연결도 빠른 편이라 성격 급한 우리에게 제격.  

코란도가 가진 홈 어드밴티지로 꼽고 싶은 또 다른 점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현대, 기아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쌍용자동차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고속도로에서 지능적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주변 차량 인식, 스티어링 휠 개입, 차간거리 유지 및 제동도 적절하게 이뤄진다. 과장 약간 보태서 서울부터 횡성까지 이동하며 고속도로 구간은 가, 감속 페달 한번 안 밟은 기억이 있다. 지능형 속도 조절이 제때제때 작동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우루사 한 마리를 내려놓는 기분이다. 

도심지나 일반국도에서도 나름 제 역할을 한다. 투박한 주행 성능과 변속 충격으로 승차감이 뛰어나진 않지만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 m 성능을 낸다. 엔진 회전수 1,500~4,000대에서 고루 적정 토크를 뿌리며 밀고 나간다. 다만 가속 페달을 약 30% 밟으며, 천천히 속도를 끌어올리면 초반 충격이 꽤 세다. 60% 정도 스로틀을 벌려도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더디게 속도가 오른다.

운전자가 느끼기에 터보차저가 힘겨워하는 숨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시트는 단단하며 볼스터가 허리를 잘 받쳐줘 만족스럽다. 승차감 역시 딱딱한 느낌이 엉덩이에 전해지고 요철구간, 과속 방지턱을 넘었을 때 잔진동을 적절히 골라내지 못해 2차 충격이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충격 흡수가 고르지 못하니 속도가 조금 올랐을 때면 노면 접지를 살짝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다. 반대로 완전히 못난 차도 없다. 코란도도 단점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라이프 스타일, 운전자 성향에 따라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 더구나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중앙차선 유지 보조, 전자동 풀 오토 에어컨, 운전석/동승석 통풍시트, ETCS&ECM 룸미러, 9인치 HD 스마트 미러링 내비게이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기본 사양으로 변경해 상품성도 높였다. 가격은 약 143만 원 인상됐는데 기본 적용 사양을 감안하면 큰 폭 상승이라 보기 어렵다. 제3종 저공해자동차로 인증도 받았으니 공영 주차장이나 통행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아,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기능, 차선 변경 신호 레버 끝에 달린 비상등 버튼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상등은 소통의 수단이다. 불가피한 차로 진입, 양보 운전, 앞차 상황을 전달할 때 비상등을 사용한다. 또한 주차나 정차할 때도 비상등으로 상황을 알린다. 그럴 때 간편하게 레버 끝 버튼을 눌러 소통하는 것은 진짜 한국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