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18d를 탄다. 작고 야무진 외모에, 해치백의 실용성과 BMW의 운전재미를 고스란히 품은 재간둥이다. 그렇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는데, 118d는 고슴도치보다 예쁘니 내 눈에는 오죽하겠는가?

내 118d는 구형, 아니 2세대 모델이다. 2017년 6월에 구입해 벌써 3년이 다 돼간다. 부모는 아이들 크는 걸로 세월의 흐름을 안다고 했던가? 나는 내 차의 세 돌을 앞두고 깜짝 놀라는 중이다. 그동안 녀석과 5만km 넘게 함께 달리며 큰 즐거움을 얻었고, 그만큼 나도 애정을 듬뿍 쏟았다. 답답할 때면 훌쩍 드라이브를 다녀왔고, 텅 빈 새벽 음악과 함께 달리는 맛은 비타민 음료가 따로 없었다. 아직 기계 세차 한번 돌리지 않았고, ‘문콕’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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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구형, 아니 2세대 118d

그러던 중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BMW가 국내에 신형, 아니 3세대 1시리즈를 들여왔다.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언제까지 새 차일 것만 같던 내 차가 벌써…… 그나마 전륜구동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삼았다. ‘후륜구동 소형 해치백’이라는 독보적 매력이 사라진 셈이니까.

 

외모는 동점(이라고 믿습니다)

사진을 통해 미리 접한 3세대 1시리즈는 SUV인 X1을 납작하게 눌러놓은 모양새였다. BMW를 BMW답게 만들어주던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은 없었다. 민첩하게 고개 돌려 코너를 파고들며, 엔진의 힘이 뒷바퀴에서 응축되는 느낌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대신 턱을 길게 뺐고, 앞바퀴 뒤로는 통통한 몸통이 바투 붙었다. 괜히 ‘X1 해치백 버전’처럼 보인 게 아니다. ‘훗! 역시 차는 디테일보다 비율이다’

얼마 후 우연히 들른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3세대 1시리즈가 전시돼 있었다. 순간적으로 반가움과 신기함이 앞섰지만, 이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저 녀석이 내 차를 구형으로 만든 놈이구나!’ 어디, 얼마나 좋아졌는지 찬찬히 살펴봤다.

이 녀석, 사진보다 실물이 한결 낫다. 아무래도 후륜구동만 못한 심미적 비율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많은 양념을 가미했고, 최신 모델다운 세련된 디테일이 더해져 꽤 멋진 결과물을 빚어냈다. 사진처럼 뚱뚱해 보이지 않았다. ‘엇? 차는 역시 사진보다 실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승차를 받았다. 트림은 ‘118d M 스포츠’다. 한정 판매된 ‘M 스포츠 퍼스트 에디션’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상위 트림이다. 컬러는 ‘멜버른 레드’. 아담한 덩치와 화려한 색상이 잘 어울린다.

밖에서 봐도 커다란, 아니 거대한 키드니 그릴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자동차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브랜드마다의 개성이 줄어드는 시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쉽고 강하게 ‘BMW구나!’를 각인시킬 수 있으니까. 그릴 테두리와 내부는 크롬으로 치장해 멋을 부렸다. 반짝임이 지나쳐 거슬린다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M135i x드라이브’의 건매탈 그릴이나 M 퍼포먼스 파츠로 나오는 검은색 그릴로 바꿔도 좋겠다. 내 차도 검정 그릴로 바꿨는데, 볼 때마다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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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35i x드라이브의 키드니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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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퍼포먼스 파츠 키드니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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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헤드램프

헤드램프는 육각 주간주행등 둘을 비스듬히 품었고, 앞바퀴 위까지 한참을 뻗어 나갔다. 당차고 야무진 인상을 강조함과 동시에, 짧아진 보닛과 길어진 앞 오버행을 감춰주는 일등공신이다. 최신 LED덕에 두께가 얇아져 과거처럼 눈이 지나치게 커 보이지도 않는다. 1세대부터 2세대 초기형까지 볼 수 있었던 왕눈이는 이제 완전히 안녕이다.

옆모습도 속도감을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벨트라인과 캐릭터라인이 그렇고, 얇아진 DLO(Daylight Opening, 옆 창문 면적)도 한몫 거든다. C필러까지 파고든 '호프마이스터 킨크'는 좀 더 늘씬한 DLO를 위한 눈속임이다. 2세대보다 안으로 기울인 뒷유리도 역동적인 실루엣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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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필러까지 파고든 '호프마이스터 킨크'

시각적 납작함을 가장 크게 드러낸 부위는 엉덩이다. 우선 2세대 대비 가운데 수평으로 지나는 선이 도드라지고, 좌우 리어램프를 가늘게 붙였다. 리어 와이퍼와 보조제동등, 반사경도 주변 다른 요소와 연결해 한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세대의 같은 부위가 독립적으로 떨어져 박힌 걸 보면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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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는 리어램프도 모두 LED를 썼다. 이제는 BMW의 전 라인업에서 전구를 찾아볼 수 없다

좌우 양쪽에 커다랗게 뚫린 배기구는 신세대 118d의 디자인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 너도나도 앞다퉈 가짜 배기구를 즐겨 쓰는 시대에 진짜인 것도 모자라 두 개나 달았다. BMW답다. 배기량이나 성능, 연비를 감안하면 실로 넉넉한 항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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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배기구

 

실내는 'GG'

자, 이제 실내를 볼 차례. 사실 외모만 보면 아직 견딜만하다. 아무리 신형이 세련됐다지만 아직 비율은 내 차가 나으니까. 헌 옷 입은 패션모델과 새 옷 걸친 일반인의 차이쯤 되려나? 패션모델의 비율이 ‘옷발’을 지배하듯 아직은 내 차가......

하지만 실내는 얘기가 다르다. 심미성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중요하고, 시간의 흐름을 정면으로 맞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포함된 실내는 구형이 신형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운전석 문을 열었는데, 역시! 바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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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인치 디지털계기반, 3시리즈부터는 12.3인치가 들어간다

구형 오너의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건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로 이름 붙은 디지털 계기반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다 화려하게 뿌려준다. 내 차에는 아직도 전조등을 켰을 때만 주황색으로 불이 들어오는 아날로그 바늘이 달려있다. 몇 년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다르다니......

이 밖에도 샘나는 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우선 앰비언트 라이트. 야간 실내 분위기를 얼마나 살려주는지 모른다. 똑 떼어다 내 차에 달고 싶다. 2열까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탐난다. 내 차는 운전석만 조그맣게 열린다. 당장 이 두 가지만 가져다 내 차에 달아도 실내 분위기가 확 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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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트 라이트는 6가지 색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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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적용된 파노라마 선루프

M스포츠 이상 트림에 적용되는 ‘M스포츠 시트’도 훔치고 싶은 장비다. 머리받침 일체형 디자인에 불쑥 솟은 옆구리 받침, 알칸타라 소재가 어우러져 보기에 멋질 뿐 아니라 과격한 주행에도 몸을 꽉 붙들어준다. 아, 요추받침도 있다. 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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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스포츠 스티어링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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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스포츠 시트

나머지도 더 이상 비교 불가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장치 조작부, i드라이브 모두 현행 3시리즈와 견주어 별 차이 없으며, 당연히 내 차보다 훨씬 좋다. 어쩔 수 없다. 서랍 정리하다 발견한 불과 몇 년 전 스마트폰만 해도 구석기시대 유물처럼 보였던 경험들 있을 터다. 자동차 실내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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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에서 버튼으로 바뀐 램프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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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버튼과 주행모드, 기어노브, i 드라이브를 한데 모았다

물론 다 좋은 건 아니다. 이제 국산 소형차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무선충전패드의 부재가 아쉽다. 둘 다 최상위 트림인 M 스포츠 퍼스트에디션에만 들어간다. 아무리 막내라도, 이 정도는 전 트림 기본이었어야 마땅하다.

뒷자리로 넘어가기 전에 짚고 갈 게 있다. 과거 BMW에게 실내공간은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랬으면 ‘소형차’와 ‘후륜구동’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았겠지. 그렇지 않아도 넓지 않은 공간을 세로 배치 엔진이 뭉텅 차지하는데다, 바닥엔 프로펠러 샤프트가 가로질러야 하고, 뒷바퀴 구동축까지 자리를 차지하니 말이다. 그 결과가 내 차다.

내 입으로 내 차의 단점을 말하기가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2세대 1시리즈는 뒷자리에 누군가를 태울 일이 많다면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차였다. 뒷문과 2열 시트가 있는 엄연한 5인승이지만, 뒤에 앉은 3명에게는 어쩔 수 없는 미안함을 가져야만 했다.

전륜구동으로 바뀐 3세대 1시리즈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넓어진 2열 공간이다. 2세대 1시리즈의 최대 단점이 좁은 뒷자리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구동방식 변경이 가져다주는 제일 매력적인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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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보다 넓어진 2열 시트

BMW에 따르면 3세대 1시리즈의 무릎 공간은 2세대보다 33mm가 늘었다. 내 차와 번갈아 앉아보면 실제로 딱 그 정도 길어졌다. 키 173cm인 내가 뒷자리에 앉으면 무릎과 1열 등받이 사이에 주먹 2개가 딱 들어가는 수준.

머리 공간도 마찬가지다. 내 차는 정수리와 천장 사이에 손날이 빠듯이 들어갔지만, 3세대는 몇 mm 더 여유 있다. 솔직히 차급이 차급인 만큼, 중형세단과 비교하면 여전히 좁다. 하지만 작은 차일수록 1mm가 아쉽기에 이 정도면 제법 여유가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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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송풍구

넓어진 공간만큼 편의장비도 신경 썼다. 내 차에 없던 2열 송풍구가 추가됐고, 보통 이 급이라면 1열에서 멈췄어도 이상하지 않을 앰비언트 라이트가 뒷문까지 불을 밝힌다. 창문 프레임을 꼼꼼하게 둘러싼 플라스틱과 아직 말랑거림이 남아있는 도어트림 마감재도 라인업 막내답지 않은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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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가 푹 꺼졌다고? 국내사양에는 바닥판이 빠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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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로 접히는 2열 시트 등받이

 

전륜구동? 걱정 마세요!

외모는 무승부, 실내는 참패니까 1무 1패다. 이제 내게 남은 마지막 카드는 운전재미 하나다. 고속주행 안정감과 민첩한 회두성은 전륜구동으로 흉내 내기 어렵겠지? 괜히 BMW가 내 차를 후륜구동으로 만들었던 게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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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리터 디젤 터보 엔진

둘의 제원상 성능은 별 차이 없다. 동일한 ‘B47’ 2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얹었고, 출력도 150마력으로 같다. 토크만 3세대가 35.7kgm로 2세대보다 약 3kgm 정도 높아졌을 뿐이다. 공차중량은 2세대와 3세대가 각각 1,475kg과 1,520kg. 3세대가 45kg 더 무겁다. 몸무게와 토크, 구동방식의 차이가 어우러진 둘의 0-100km/h 도달시간은 0.3초 차이. 내 차가 8.1초를 찍어 더 빠르다.

숫자는 숫자일 뿐, 실제로는 어떻냐고? 계측기를 동원하거나, 트랙에서 랩타입을 측정하지 않으면 일상 주행에서는 누가 더 빠른지 알아채기 어렵다. 구형이나 신형이나 도긴개긴. 평상시에는 부족할 것 없고, 심지어 조금 달려보려고 맘먹어도 얼추(?) 욕구를 채워준다. 저속에서 훅 치고 나갈 땐 ‘토크빨’ 덕분에 만족, 고속에서 쭈~욱 뻗으며 속도계 바늘을 치켜 올릴 땐 ‘마력빨’ 때문에 불만이다.

진동과 소음은 4기통 디젤치고 준수한 편이다. 평소 다른 4기통 디젤 시승차를 타다 내 차로 옮겨 탔을 때도 흐뭇했었는데, 3세대 118d는 더 조용하다. 내 차의 나이와 주행거리를 감안해도 신형이 확실히 더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가속페달을 짓밟아 엔진을 쥐어짜더라도 중저음이 살아있는 들어줄 만한 소리를 연출해 만족감을 높인다. 그렇다고 6기통 수준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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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

변속기는 자동 8단을 맞물렸다. 엔진을 세로 배치한 내 차는 ZF 8단인데 반해, 3세대 118d는 엔진을 가로 배치하며 아이신에서 가져다 달았다. 자매 브랜드 미니를 비롯해 푸조와 볼보 등에서 쓰는 것과 같은 변속기다. ZF 8단 자동변속기의 명성이야 워낙 널리 알려져 있고 나도 만족했던데 반해, 다른 브랜드를 통해 경험한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는 별 감흥이 없었다. 당연히 무시할밖에.

그런데 웬걸? 기어비와 변속 충격이 무난함에 끄덕이게 되고, 시프트 패들을 통한 수동 변속 속도도 제법이다. 전체적으로 나사를 반바퀴 더 조인 듯 엔진과 바퀴를 짱짱하게 연결하고, 반응도 빠릿빠릿하다. 같은 변속기라도 브랜드가 어떻게 조율하는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아, 변속기는 내 차가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신형 118d를 타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M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간 하체다. 짧은 스트로크로 단단한 듯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승차감이 좋을까! 고속으로 달려도,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몰아도 듬직하게 버티다가, 툭 튀어나온 맨홀 뚜껑이나 각진 과속방지턱은 간결하고 여유 있게 처리한다. 분명 내 차는 ‘쿠궁’ 반응했던 곳을 ‘꾸웅’하고 넘으니, 승객은 물론 차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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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치 휠과 런플랫 타이어

게다가 시승차는 18인치 휠에 런플랫 타이어를 신었다. 내 차가 17인치 휠에 일반 타이어(출고 시런 플랫이었지만, 작년 말에 일반 타이어로 교환했다) 조합인 걸 생각하면 더욱 의외다. 종종 상위 트림에서 멋을 위해 지나치게 큰 휠을 끼워 성능과 승차감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지만, 이 정도라면 해당되지 않는다. 300마력이 넘는 최강 M135i x드라이브도 18인치가 기본이다.

시승 이튿날에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도 달려봤다. 그동안 워낙 만족감이 높았던 탓에 자신 있게 들어섰지만, 역시 트랙은 트랙이다. 118d에게 더 많은 걸 바라기엔 과욕이었을까? 한계에 다다르니 더 딱딱했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118d가 서킷에서 타라고 만든 차는 아니지 않은가?

이와 관련해 서킷에서 느낌 점 하나 더. 118d는 한계가 분명하다. 내 차도, 시승차도, 출력도, 하체도. 일상 주행에서는 엄지를 치켜 세우다가도, 작정하고 다그치면 금세 실망할 수 있다. 평상시 잘 달린다고 해서 지난친 기대는 금물이란 얘기다. 118d는 어디까지나 승용차다. 재밌게 탈 수 있는 승용차.

내 차가 3세대 118d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지 고민해 봤다. 적어도 핸들링은 내 차가 조금 더 좋더라. 운전대를 돌렸을 때, 깔끔하게 휙 고개를 낚아채는 능력은 신형이 따라오지 못했다. 앞바퀴가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조향과 구동을 모두 담당해야 하는 탓에 내 차보다 둔했다.

118d의 최대 장점이 하나 남았다. 바로 착한 연비다. 내 차 계기반에 찍힌 평균 연비는 16.5km/L다. 주유할 때마다 뿌듯함을 주는 숫자다. 한창 기름값 비쌀 때, 주변 가솔린차 주인들이 죽는소리를 해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만큼.

시승 기간 동안 신형 118d를 타고 달린 거리는 약 1,000km다. 도심과 고속도로, 심지어 서킷까지 참 골고루 달렸다. 반납 직전 확인한 트립미터 상 연비는 15.5km/L였다. 내 차보다는 낮고 복합공인연비(14.3km/L)보다는 높으며, 운전 재미를 생각하면 기특한 수치다. 가솔린 엔진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경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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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km 넘게 달린 평균 연비는 15.5km/L

 

그냥 사세요

글을 다 쓰고 보니 유독 줄임표가 많다. 내 차가 아쉽거나, 신형이 좋을 때마다 사용해서 그렇다. 그만큼 3세대 118d는 예상보다 좋았고, 그만큼 날 더 씁쓸하게 했다.

겉모습은 세련되게 변했지만 비율 때문에 동점, 실내는 아예 ‘GG’, 주행성능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전륜구동으로 바뀌어서 별로 아니냐고? 전륜구동도 BMW는 BMW더라. 같은 전륜구동이라도 X1, X2보다 더 ‘찐’ BMW였다.

다만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시승차로 만나본 118d M 스포츠는 4,510만 원, 한 급 아래 스포츠도 4,160만 원이다. 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라도 이만한 크기에 이 가격이면 우리나라 정서 상 대뜸 ‘그 돈이면......’이 나오기 마련. 하긴 ‘그 돈이면’ 훨씬 크고 강력한 현대 그랜저는 물론 제네시스 G70도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허나 차 값을 단순히 ‘크기 대비 얼마’ 혹은 ‘마력 당 얼마’로 계산하는 대신, 그 차만의 ‘매력 대비 얼마’로도 접근해보기 바란다. 118d 정도면 매력은 충분하니까. 게다가 할인까지 받으면 더 설득력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의 지나친 할인 경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줄어드는걸.

프리미엄 브랜드의 잘 달리는 소형 해치백을 찾는다면, 그냥 사시라! 내가 지금 내 차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도, 선택은 다르지 않았으리라. 어차피 내 차로도 엉덩이 날리며 드리프트 하지 않으니, 더 좋으면 좋았지 아쉬울 건 없다.

시승차를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분이 찝찝하다. ‘다시 내 차를 탔을 때, 덜컥 실망하면 어쩌나?’ 아니지! 내 자식 성적이 옆집 아이보다 못 나왔어도 속은 상할지언정 사랑이 식지 않듯, 나는 내 차를 끝까지 아낄 터다. 이번 주말, 꼼꼼히 세차라도 시켜줘야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