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의 후속 모델로 한국 땅을 밟은 르노 캡처, 땅따먹기 하듯 치열한 눈치싸움과 포화상태로 치닫는 소형 SUV 시장에서 캡처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캡처는 프랑스에서 개발, 스페인 공장에서 매만져진 모델이다. 국내에선 QM3를 대체한다. 캡처를 바라보는 시선을 나눠볼 필요가 있다.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소형 SUV 시장, 르노삼성의 멱살을 끌어잡고 이끄는 XM3, 명확한 타깃층 정도가 되겠다.

시승에 앞선 상품설명은 언제나 그렇듯 비슷한 얘기가 흘러간다. 이전보다 전장과 전폭이 105mm, 20mm 늘어나고, 레그룸을 221mm 확보했다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차치하고 소형 SUV 시장을 보자. 소형이지만 소형 같지 않은 공간과 크기, 더불어 명확한 타깃층이 수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모든 소형 SUV의 과제다. QM3는 귀여운 외모와 낭창한 주행감, 출퇴근 용으로 적절한 상품성으로 소형 SUV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티볼리, 코나, 스토닉, 트랙스 등 경쟁자들 사이에서 빛을 보지 못하며 쓸쓸하게 돌아섰다. 영원할 것 같던 소형 SUV 시장의 강자 티볼리도 현재 독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전히 셀토스, 트레일블레이저, 심지어 같은 집안의 XM3까지 시장에 등장하며 녹록지 않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에서 꽃피우려면 경쟁 모델에 없는 특장점을 내놓던가, 경쟁 모델과 다른 특장점을 어필해야 한다. 캡처의 첫 번째 특장점은 역시나 외모다. 동글동글한 외모에 투톤 보디 컬러를 적용하며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실내도 프리미엄 라인인 이니셜 파리 전용 인테리어를 기본 적용해 감성적 측면을 끌어올렸다.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전자식 변속기 e-시프트다.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꾸며진 플라잉 콘솔의 독창적 디자인, D에 놓고 시동을 꺼도 자동적으로 P에 위치하는 편리성을 갖췄다. 기능과 디자인을 고루 노린 모습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소형 SUV 시장은 그리 간단히 점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무언가 한방 더 필요하다.

여성 운전자에게 전달될 시선은?

시승 중간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캡처의 주요 타깃층은 20~30대 여성이라고 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설정했을 때 캡처의 특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열 시트 슬라이딩 기능이 아닐까 싶다. 2열에 카시트를 놓고 앞쪽으로 최대한 붙여 중간중간 아기를 케어할 수 있다는 장점.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사소하지만 굉장히 요긴한 기능이 될 테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는 싱글족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캡처만의 킬러템!!

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운전자가 자동차를 다루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주차다. 캡처는 이 점을 주목했다. 콤팩트한 사이즈에 카메라 4대로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빚어냈다. 소형 SUV 중에선 유일하게 기본 적용된 기능이다. 여기에 360도 주차 보조 시스템, 후방 교차 충돌 경보 시스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 등이 더해져 미어캣마냥 주변 눈치 보는 상황을 날려버릴 수 있게 했다.


다만 캡처에 엉덩이를 올려보면 우선 높은 시트 포지션은 의구심을 내비친다. 174cm 기자 기준으로 시트 높이를 최대한 내려도 머리 공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헤드레스트도 바짝 세워져있어 적잖이 불편하다. 특히 여성 운전자를 타깃으로 삼았다면 머리를 묵었을 때 꼿꼿한 헤드레스트는 자연스럽게 거북목을 만든다. 가속 페달도 앞쪽으로 미는 형태가 아니라 위쪽에서 누르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SUV의 특성일 수도 있으나 하이힐을 신는 여성에겐 불편할 수 있다.

자가 침식 XM3?

캡처의 파워 트레인은 TCe 260 가솔린 터보 엔진과 1.5 dCi 디젤 터보 엔진으로 변속기는 게트락 7단 듀얼 클러치가 조합됐다. 시승했던 모델은 Tce 26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152마력의 최고출력과 26.0kg.m 최대토크 성능을 낸다. 요즘 가장 뜨거운 반응의 XM3에 올라간 엔진이다. 캡처는 XM3와 마찬가지로 CMF-B 플랫폼으로 빚어졌다. 실내 레이아웃도 XM3과 거의 비슷하다. XM3가 소형 SUV 시장을 품는 동시에 한 체급 위까지 노리는 포지션인데 연이어 캡처를 내놓았기에 자가 침식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다분하다.

주요 타깃을 다르게 설정하고 디테일한 세팅을 달리했어도 소비자 입장에선 중첩되는 부분이 많을 터, 한 지붕 아래 있는 캡처와 XM3는 서로에게도 칼을 겨누게 된 상황이다.

주행 감각은 확실히 차이점을 두고 있다. XM3보다 적극적인 스로틀 반응과 낭창한 하체, 탄탄한 서스펜션이 캡처만의 재미를 안긴다. QM3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출력 부족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가속 페달을 약 30% 밟으며 주행해 나갈 때 초반 DCT 특유의 충격을 제외하면 깔끔한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한층 농익은 느낌이다. 여전히 가벼운 무게감을 안고 있으나 QM3보단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며, 코너를 빠져나갈 때도 적정한 유격이 안정감을 전해준다. 낭창한 주행 감각과 적절한 조향비의 스티어링 휠은 남녀를 떠나 차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핸들링의 묘미를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주행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 점은 오로지 하나, 타이어다. 쉽사리 그립을 놓치는 타이어가 캡처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다.

QM3 후속으로써 캡처는 소형 SUV 시장에서 도태됐던 상품성에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그러나 NO.1으로 올라서긴 부족한 것이 사실. 캡처가 노려야 할 것은 명확한 타깃을 설정한 만큼 NO.1이 아닌 ONLY.1이다.

김상혁 cardyn@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