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3 Crossback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는 배철수 아저씨가 신작 영화에 대해 기자와 대화를 나눈다.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미안해요 리키>를 소개하는 코너인데, 정작 기억에 남는 멘트는 기자가 어디선가 들었다는 배우 송강호의 인터뷰다.

그는 ‘연기란 뭘까’라는 질문에 ‘배우는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주는 직업’이라 답했다고 한다. 잊어버린 얼굴을 찾으려 관객이 극장에 오고, 그렇게 같이 웃고 울며 감동도 받는다고... 그런데 그 순간 지금 몰고 있는 ‘DS3 크로스백이 그의 답과 겹쳐 보였다. DS라는 브랜드는 자동차 디자인의 잃어버린 개성과 위트, 새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임은 틀림 없으니까. 아직 DS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경험해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차가 바로 DS다.

DS3 Crossback, GRAND CHIC(리볼리)

DS 3 크로스백은 기본 '쏘시크 테크팩'과 상위 트림인 '그랜드 시크'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그 중 그랜드 시크는 실내가 인스퍼레이션 테마로 제작된 '리볼리'와 '오페라' 버전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오늘 탄 차는 그랜드 시크 ‘리볼리’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모델 소개를 한 이유는 이름이 길어 헷갈릴 수 있지만, 뜻을 알고 보면 이보다 기억하기 쉬울 수 없기 때문.

DS3 크로스백은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리볼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파리를 대표하는 관광, 쇼핑 거리 중 하나인 ‘RUE DE REVOLI’ , 흔히 '리볼리 길'로 불리는 그 곳이 떠올랐다. 리볼리 거리는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파리 시청 등을 하나로 잇는 볼거리가 넘쳐나는 길인데, 그래서인지 DS3 크로스백 또한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개성이 넘쳤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세종로 쯤 될까?

조금 ‘노멀’해진 아방가르드 디자인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가 내놓는 차들은 늘 뭔가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묘한 엇갈림이 있었다. 프랑스, 예술,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독일차가 주도하는 자동차계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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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스탠스의 측면

자동차는 앞뒤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가 길면 그만큼 측면 스탠스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최초의 전륜구동 자동차를 만들었던 시트로엥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그간 푸조계열 차들은 은근히 긴 오버행을 바탕으로 그들의 디자인을 뭔가 더 높은 한차원으로 승화시키려 해왔다. 그 동안은 시장이 그들의 바람대로 뜨겁게 반응하지는 않았으나, DS 7을 시작으로 이번 DS 3 크로스백까지, 그들의 의도적이고 줏대있는 '묘한 엇갈림'은 그간의 결실을 맺는 듯 승화했다.

DS3 크로스백의 크기는 현대 투싼과 베뉴 중간쯤. 현대 코나보다도 45mm가 짧은 작은 차다. 길이와 폭, 높이가 4120 x 1,770 x 1,534mm에 휠베이스가 2,558mm로 안정적인 차체 비율을 갖췄다. 여기에 큼직한 그릴 그리고 디자인과 기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매트릭스 LED 비전 헤드램프는 펄 스티치가 돋보이는 주간주행등과 함께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매트릭스 LED 비전 헤드램프는 전면 윈드 스크린 상단 중앙 카메라가 감지하는 주행 조건, 외부 밝기에 따라 조절되는데, 운전자의 시야 확보는 물론, 앞선 차량의 운전자나 보행자의 눈부심은 최소화하는 똑똑한 헤드램프다.

측면 디자인의 백미는 샥스핀 스타일링을 더한 B필러다. 툭 튀어나온 상어 지느러미 형상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측면 디자인에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완전히 개성만점 차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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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2011 DS 3 해치백 레이싱

이 디자인이 DS 3 크로스백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는 DS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하기 전, 시트로엥 품에서 태어난 DS 3 해치백이 처음 들고 나왔던 디자인 요소다. 당시 지붕과 연결되지 않은 독특한 샥스핀 B필러 형상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DS 3 해치백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1억원대 고가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매립식 도어핸들이 방점을 찍는다. 키를 소지한 채 차에 가까이 가면 저절로 튀어나오는 이 도어핸들은 고속주행 시 발생하는 풍절음을 줄여주고 디자인적으로도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정하고 보여준 프랑스 ‘갬성’

실내는 호불호가 확실할 것 같다. 상당히 여성스럽다. 작고 단단하고 잘 달리는 예쁜 차를 타고 싶은 여성들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DS브랜드는 차를 마치 보석같은 이미지로 만드는데, DS 7에 이어 DS 3 크로스백에서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DS 3 크로스백은 귀걸이, 목걸이, 핸드백에 이은 또 하나의 패션 아이템, 더 나아가 '타고 다니는 장신구'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함께 시승했던 편집장은 “실내 디자인이 너무 여성스러워 남자들이 선뜻 손 내밀기 어렵지 않겠나"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늘 이야기하듯 디자인은 정말 ‘개취’ 아닌가? 난 계속 보니 괜찮던데… 전체적으로 플래그십 SUV DS 7 크로스백에 적용했던 고급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다.

DS 엠블럼을 주요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센터패시아와 터치형 조작 버튼, 에어컨 송풍구는 DS만의 스타일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단, 터치방식 버튼들은 DS 3 크로스백 컨셉트에 잘 어울리지만 기계식 버튼보다 직관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아쉬움들은 리볼리 인스퍼레이션의 페블그레이 룩셈부르크 패브릭과 나파 가죽을 사용한 시트, 대시보드 및 도어 패널에 다이아몬드 스티치가 모두 상쇄시킨다. 이 덩치의 차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이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대표 명품 샤넬 가방의 시그니처한 클래식 라인을 떠오르게 하는 패턴 디자인은 단연 실내 디자인의 포인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포칼이 DS용으로 개발한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과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더욱 선명한 음질을 즐길 수 있다. 

뒷자리는 차급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조수석을 맨앞으로 당긴 채, 2열에 키 160cm인 기자가 앉았을때 다리 공간이 위 사진과 같다. 2열 리클리이닝 기능은 없지만 6:4로 접어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다. 시트 질감, 쿠션감은 국산 고급차 못지 않다. 트렁크는 28인치 캐리어를 가로로 실으면 가득찬다.

4기통 디젤에서 감성을?

DS는 너무 화려한 디자인 떄문에 단단한 기본기가 가려진 브랜드다. 저속에서는 그 느낌이 확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조금만 속도를 높여 달려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직선도로를 고속으로 달릴 때는 안정적인 느낌 뿐 아니라, 달리는 즐거움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다.

엔진은 최고 출력 130마력, 최대 토크 31kg∙m의 1.5ℓ 블루 HDi 엔진과 자동8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연비는 리터당 15.6km. 기자의 좋지 않은 운전습관에도 리터당 15km는 계속해서 뽑아내는 저력을 보여주며, 매력을 한껏 어필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엔진 회전 질감은 만족감의 핵심이다. 진동과 소음을 감수해야 하는 4기통 디젤엔진에서 웬 회전질감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맞다. 커다란 터보 차저가 달린 독일산 6기통 디젤엔진의 감성은 없다. 하지만 중저속 구간에서 엔진힘을 단 1마력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찰진 발끝 페달 조작감은 디젤의 다소 거친 진동을 엔진의 꼼꼼한 피드백으로 만들어준다. 연이은 가감속 시 엔진이 붕 떠있는 느낌을 준다거나 적절하지 않은 기어가 물려있다는 느낌을 좀처럼 주지 않는다.

여기에 PSA의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하체가 어우러지면서... 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완만한 구릉지대를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너무 거칠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부드러운 하체 느낌이 정말 좋다.

운전석에 앉으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너머로 탁 트인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법 속도를 올리고 코너에 진입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움직이는 것만으로 코너를 빠져나온다. 국산차의 아주 부드러운 느낌과 독일차의 타이트한 감성 그 사이 어느 지점이다. 덕분에 기자처럼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나름 운전재미도 느껴보고 싶은 운전자에게는 아주 적절한 포인트를 짚어준다.

이번 DS3 크로스백은 15가지 안전사양을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해 눈길을 끈다. 스톱앤고를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위치 보조를 포함한 DS 드라이브 어시스트, 첨단 레이더를 이용해 밤에도 보행자 및 자전거를 인식하는 3세대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도 동급 최초로 올라가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드라이빙을 돕는다. 이와 함께 8개 에어백과 능동형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보조, 교통 표지판 인식 및 표시 등 첨단 안전사양을 기본 적용했다.

아쉬운 점들

가장 큰 단점은 DS가 힘써 고급스럽게 만들긴 했지만, 현대 코나보다도 45mm나 짧은 차급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거다. 서스펜션 세팅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 한계가 종종 가벼운 노면 충격을 전달한다.  묵직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 고급차가 눈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전히 숙성이 더 필요하다. 화면 터치 감각, 기능의 ON/OFF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고, 기능 및 프로필 설정에 관한 메뉴가 여기저기 분산된 느낌을 받는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으려면 굳이 '전화'기능을 찾아 들어가 연결하는 수 밖에 없다. 오디오에서는 블루투스 연결 메뉴가 없기 때문. 

마지막 아쉬운 지점은 1열 시트 등받이 각도 조작 방식이다. 일부 프랑스차들은 1열에 전동식 시트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다이얼 방식으로 각도를 조절하게 하는데 이게 정말 국내에서는 비호감으로 통한다. 수출모델이라도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레버식으로 바꿔야 한다. 

에필로그

오늘 시승한 DS 3 크로스백은 세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기본형 쏘시크 테크팩(So Chic + Tech pack) 트림 3,945만원, 오늘 시승한 그랜드시크(Grand Chic) 트림은 4,242만원, 그리고 오페라 인스퍼레이션이 적용된 그랜드시크 트림은 4,340만원이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적용된 가격이다.

B세그먼트에 해당되는 DS 3 크로스백은 다른 수입 브랜드가 아직 발 들여놓지 않은 이 영역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진입했다. 3천만원 후반대에 네사람이 탈 수 있고, 이 정도의 고급감과 주행질감을 자랑하는 이 크기의 프리미엄 수입 SUV가 현재로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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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천만원 후반에서 4천만원 초반 이 가격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이 뜨거운 영역이다.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중인 그랜저를 풀옵션으로 살 수 있으며, 엔트리급 수입차들도 이 가격대에 진을 치고 있다.

DS 3 크로스백 입장에서는 쟁쟁한 라이벌들 사이에서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점이기 때문에 오히려 존재감을 잘 어필할 수 있다면 작은 파이를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첫단추는 성공적으로 끼울 수 있다. 자꾸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국산차'나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이라는 생각이 들면 이 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

단, 푸조-시트로엥 고객들의 공통적 특징은 바로 타보고 나서 감탄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러 시승기를 통해 이 차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면 꼭 실제로 만나서 운전대 잡아보는 것을 권한다.

안효진 ahj@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