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다!

3세대 K5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국산 중형세단을 보고 이만큼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게…… 2010년에 등장한 1세대 K5였다. 단정하고 세련된 외모는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으며 ‘디자인 기아’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판매 역시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처음 신형 K5 스파이샷 사진이 나왔을 때, 이게 뭔가 싶었다. 이상해서가 아니고, 좀처럼 예상하기가 힘들었으니까. 특히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앞모습은 일반적인 차들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 뒤로 정식 사진과 실물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결국 이렇게나 멋지고 강렬하게 나오려는 거였구나!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볼 가치가 충분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없는 독특한 개성에 1세대 K5의 특징과 최신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까지 조화롭게 아울렀다. 1세대 K5가 나온지 벌써 9년이 흘렀다. 끼워 맞추려 하지 않았는데, K5는 ‘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래는 디자인 둘러보기 영상.

시선강탈 디자인

요즘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합치는 건 흔하디흔한 수법. K5는 라디에이터그릴을 얼굴 좌우 끝까지 늘이고 그 위로 헤드램프를 포갰다. 보닛 끝을 낮춰 눈을 가늘게 치켜뜬데다, 옆면 위아래로 삐친 주간주행등으로 아이라인까지 더하니 눈매가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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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에서 영감받은 주간주행등

라디에이터그릴은 상어가죽을 크게 확대하면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비늘 패턴으로 채웠다. 영감이 무엇이었건 결과물이 K5와 퍽 잘 어울린다. 신형 K5를 통해 진화한 ‘타이거 노즈’ 디자인은 향후 다른 기아차 모델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라니 더욱 의미가 크다.

범퍼 중앙 흡기구도 과거 K5의 디자인 요소를 계승함과 동시에 입체감을 더했다. 좌우 끝 흡기구에 달린 작은 날개들과 이를 감싸는 범퍼 형상은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옆모습은 상대적으로 곡선이 두드러진다. 풍만함까진 아니지만 얼굴보다는 살이 붙었다. 얼굴은 마치 시합을 하루 앞둔 피트니스 선수가 체지방을 쫙 뺀 듯 각지고 날카롭다면, 옆구리는 시합 후 며칠 흘렀달까? 여전히 탄탄하지만 치킨과 피자로 굶주림을 한차례 잠재운 뒤다. 캐릭터라인이라도 없었으면 자칫 얼굴과 몸통의 연결성이 깨질 뻔했다.

지붕 따라 이어지다 C필러를 타고 내려오는 크롬 선은 K5를 K5답게 하는 가장 큰 특징. 신형은 이를 극대화했다. 두께를 키우고 트렁크 모서리까지 잡아당겨 반대쪽과 이어 붙였다. 덕분에 뒷유리를 실제보다 훨씬 길어 보이게 하고, 결국 패스트백 스타일을 살리는데 십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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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 선을 강조해 패스트백 스타일을 살렸다

뒷모습도 얼굴만큼 입체적이다. 리어램프도, 뒤 범퍼도, 트렁크도 굴곡과 디자인 요소가 많다. 다행인 건 이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정신 사납지 않다. 리어램프는 모든 기능과 좌우를 하나로 묶었고, 범퍼 좌우 바람구멍 장식은 뒤 범퍼 굴곡으로 이어진다. 배기구(가짜)와 디퓨저 장식도 어둡게 반짝임을 죽여 하단 검정 부분에 녹아들었다. 곳곳에 센스가 넘친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리어램프 끝이다. 신형 K5의 다른 모든 선들은 쭉쭉 시원하게 뻗어나가는데, 이 부분만 뭉뚝하다. 몽당연필 같다. 전 세대 K5처럼 좀 더 옆으로 길게 뺐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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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뚝한 리어램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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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배기구는 요즘 너도나도 써서 더 이상 흠잡을 수 없을 지경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자. 솔직히 작은 소리로 ‘와~’했다. 밖에서 느꼈던 신선함이 안에서도 줄지 않는다. 물론 시승차가 최상위 트림에 대부분의 선택사양이 포함되긴 했지만, 이 정도라면 2019년 3,000만 원 초반 중형세단으로 더 바랄 게 있을까 싶을 지경.

‘신차다움’을 가장 진하게 풍기는 부위는 역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계기반과 센터디스플레이 모두 와이드 LCD를 썼고 하나의 패널로 둘렀다. 그냥 가운데 툭 받혀있던 센터디스플레이는 이제 계기반과 자연스레 묶여 ‘하나의 볼 것’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K5는 둘을 다른 깊이로 배치해 마치 차가 운전자에게 “당신이 필요한 정보는 여기 다 있습니다”라고 활짝 펼쳐 보여주는 듯하다.

계기반은 LCD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주행모드별 그래픽을 확실히 차별화하고, 간소화된 정보 뒤로 현재 날씨까지 반영하는 테마를 추가했다. 가독성 따지자면 얼마나 쓸까 싶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다. 센터디스플레이는 보라색을 가미한 ‘일반 기아’다. 조금 새롭고, 불만 없단 얘기다.

별다를 것 없었을 송풍구는 촘촘한 돌기로 ‘바람 느낌’을, 공조장치 조작부는 터치버튼으로 깔끔함을 살렸다. 이 정도 터치버튼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으니, 부디 디스플레이 안으로 포함시키지만 않았으면!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적용되는 공기청정기는 소비자들의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줄 터다.

변속기는 다이얼로 조작한다. 이미 다른 차에서 봤던 터라 방식 자체가 신선하진 않다. 처음 잠깐은 어색해도 금방 적응할 수 있고, 딱히 불편하지도 않으며, 주변 수납공간에 접근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아직은 기어노브가 워낙 익숙한 데다, 조작하는 ‘맛’이 떨어진다며 반색하는 소비자도 분명 있겠으나 나는 올바른 변화로 보였다. 변속기 조작이 전자식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 굳이 불쑥 솟은 기어노브를 고집할 이유는 없으니까. 대게 변속기가 아예 없는 전기차의 경우엔 더 말할 나위 없다. 나아가 버튼방식을 밀고있는 현대차와 차별화하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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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 다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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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꽂아 넣는 무선충전 패드

실내 상단을 가로지른 우드그레인은 나무 느낌을 잘 살렸다. 나름 고급스럽고 좋긴 한데, 살짝 나이 들어 보인다. 밝고 화사했던 쏘나타 대비 K5가 어둡고 묵직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카본이나 알루미늄 무늬도 마련해주길 바란다.

2열의 가장 큰 장점은 넓은 공간이다. 특히 무릎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여유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평균 키의 성인이라면 앞자리 등받이에서 주먹 2개 이상은 충분히 떨어져 앉을 수 있다. 동급 쏘나타보다 10mm 길고, 형 K7과 비교해도 5mm 짧을 뿐인 휠베이스도 분명 유리하게 작용했으리라.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K5의 실내였지만, 불만도 있다. 첫째는 운전석 쪽 대시보드와 문이 만나는 곳 크롬 선의 높이 차이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으나 현장에서 확인했던 2대가 모두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둘째는 트렁크 안쪽 손잡이의 부재다. 덕분에 트렁크를 닫을 때마다 더러워진 바깥쪽 철판을 잡고 내려야 한다. 쏘나타도 없더니, K5도 없다. 일부러 뺐는지, 실수로 빠뜨렸는지 모르겠으나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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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와 도어트림의 크롬 선 높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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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안쪽 손잡이는 왜 없을까?

찰떡궁합 1.6터보

시승행사에 동원된 K5는 모두 1.6 터보였다. 얼마 전 쏘나타가 나왔을 때 2.0을 동원했던 것과 다르다. 당시 2.0 쏘나타의 주행성능은 퍽 실망스러웠다. 답답한 가속과 거친 회전질감은 개성있는 디자인과 풍성한 편의장비로 딴 점수를 속절없이 깎아먹었다.

그리고 얼마 뒤 쏘나타 센슈어스가 나왔다. 새로운 1.6리터 터보 엔진에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가변 밸브 듀레이션) 기술을 품고, 요즘 현대기아차가 밀고 있는 ‘스마트스트림’ 이름표를 단 엔진이 최초로 실렸다.

결과는 대만족. 배기량 대비 진한 토크는 가속의 갈증을 덜었고, 고회전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질감은 배기량의 한계를 지웠다. 여기에 준수한 연비까지 갖춰 쏘나타와 찰떡궁합이 따로 없었다. K5 1.6 터보는 쏘나타 센슈어스와 심장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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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L 터보 스마트스트림 엔진

이번 K5 최초 시승행사에 1.6 터보를 동원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쏘나타와 K5 모두 신형 3세대 플랫폼을 기본으로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분명 비슷한 달리기 실력을 지녔을 테고, 쏘나타처럼 괜히 2.0으로 감점 요인을 만들 필요가 없었겠지. 예상컨대, 쏘나타도 출시 시기만 조금 늦었다면 1.6 터보로 행사를 치렀을 게 분명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K5 1.6 터보와 쏘나타 센슈어스는 비슷했다. 180마력, 27kgm의 힘은 공차중량 1,450kg(18인치 기준)의 K5를 여유롭게 밀어붙였다. 시승 당시, 건장한 남자 셋이 타고 촬영장비까지 싣고 있었지만 램프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합류하거나, 추월할 때도 답답하지 않았다. 심지어 작정하고 몰아붙이면 은근한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도 전할 만큼.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가상음도 운전 재미를 높인다. 4기통스럽지 않은 중저음에 처음엔 ‘피식’할 수도 있다. 쏘나타보다 개입 정도가 훨씬 큰 건 예상치 못했던 차이. 인위적인 감이 없지 않아, 개인 취향에 따라 거슬릴 여지도 있다.

하체 설정도 출력과 조화가 훌륭하다. 승차감과 주행성능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시내구간에선 살짝 통통거리기도 하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안정감으로 보답한다. 3세대 플랫폼의 강성도 훌륭한 고속주행 안정감의 숨은 공로자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이 끼워져 있었지만, ‘스타일’ 패키지를 넣을 경우(1.6 터보만 해당) 19인치로 커진다. 분명 멋 내기엔 좋겠으나, 출력과 승차감을 생각하면 살짝 과하지 않을까? 18인치라고 발이 작아 보이지는 않으니, 나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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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인치 휠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엔진이나 하체와 달리, 변속기는 무덤덤하다. 이 역시 쏘나타와 같다. K5에 들어간 8단 자동변속기는 설정이 꽤 보수적. 일찌감치 바통을 고단으로 넘기며 엔진을 낮은 회전수에 묶어두려 애쓰는가 하면, 감속 중 엔진회전수에 여유가 있어도 다운시프트를 거절하기 일쑤다.

연비 향상과 엔진 보호를 위해서였다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K5에 어울리지 않게 채찍을 휘둘러서였을까? 그냥 말로만 ‘이랴이랴’하듯 얌전히 몰면 별 불만 없다.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가 들어간 1.6 터보는 조향감각에서 유격이나 헐렁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엔진을 단 나머지 모델들이 아직 C-MDPS(칼럼 구동형)를 쓰고 있어, 상대적으로 1.6 터보에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런 차별화가 K5의 전체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R-MDPS가 C-MDPS보다 비싸지만 조향성이 좋은 건 명백한 사실. 아무리 두 방식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이제는 R-MDPS로 통일하면 어떨까?

주행 중 소음은 딱 ‘차급만큼’이다. 1열 좌우에 2중접합차음유리(컴포트 선택시, 시그너처는 기본)를 써서였을까? 고속에서도 풍절음은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면소음은 위급을 넘보지 못한다. 애초 설계가 중요한 풍절음과 달리, 흡음재 양만큼 줄어드는 노면소음은 가격대에 딱 맞추기 마련이다.

아래는 주행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주행 리뷰 영상.

떨고 있니, 쏘나타?

K5는 훌륭했다.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주행성능도 준수했다. 전에 없었던 음성인식 차량제어, 하차 후 최종 목적지 안내 기능까지 더했다. 100도까지 시야가 넓어진 반자율주행 카메라도 진화의 흔적이다. 쏘나타에 들어갔던 디지털키,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 고속도로 주행보조, 후측방 모니터, 안전 하차보조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국산 중형세단 시장에서 쏘나타의 존재감은 거의 ‘넘사벽’ 급이다. 라이벌 신차가 나올 때면 잠시 주춤한 적도 있지만, 이내 쏘나타의 독주가 반복됐다. 이번 K5는 쏘나타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쏘나타와 뼈대와 심장을 공유한 탓에 주행성능은 동점으로 치자. 편의장비도 비슷한데, 나중에 나온 K5가 1점이라도 더 받을 확률이 높다. 관건은 디자인이다. 쏘나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K5는 멋지다는 평이 대부분. 묻고 싶다. “떨고 있니, 쏘나타?”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