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오랜 나라의 특색은 어떤 것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독특한 패션이나 음식 그리고 건축양식에 이르기까지 그러하지요.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국가 그리고 지역의 독특한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대표주자 페라리를 보고 있노라면 마라넬로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졌으니까요. 

1929년부터 시작한 투지에 가까운 페라리의 경쟁심은 레이싱의 빛나는 역사로 점철되었고, 그 한 가운데에 있는 F1의 세계에서도 페라리는 여전히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죠. 그런 가운데 로드카로서 8기통 엔진을 품은 페라리는 오늘날 가장 빛나는 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심에 페라리는 오늘의 주인공 F8 트리뷰토를 무대의 중심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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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공개 당시 F8 트리뷰토

페라리는 오픈휠 타입의 레이스카 영역을 제외하면, 12기통 엔진을 가진 페라리인지 혹은 8기통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모델인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죠. 이번에 만난 페라리 F8 트리뷰토는 8기통 페라리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무려 4년간 국제 올해의 엔진의 정점을 차지했던 엔진을 품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페라리 F8 트리뷰토는 488 GTB, 488 스파이더, 488 피에스타를 비롯해 포르토피노와 GTC 루쏘 T에 이르기까지 라인업 전체를 장식했던 8기통 엔진에 대한 스스로의 찬사이기도 합니다. 얼핏 자화자찬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라리는 전작과의 연결성보다는 개별 모델의 특수성과 의미를 더 중시하는 문화적 감수성을 더 중요시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먼저 짚고 가야겠네요.  

그도 그럴 법한 것이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F8 트리뷰토는 페라리 엔진 역사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력한 8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했습니다. 최고 출력 720마력, 리터당 최고 출력 185마력의 성능을 선보이는 8기통 터보 엔진이니 말이죠.

국제 올해의 엔진 위원회는 페라리 8기통 엔진의 바로 아래에 포르쉐 911 GT3과 911 R의 4L 박서엔진을 메르세데스 AMG이 4L 바이터보 엔진을 두었으니 퍼포먼스 자동차의 영역에서 페라리 8기통의 입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명작의 한계를 뛰어넘는 섬세함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페라리 F8 트리뷰토는 그야말로 시선을 압도할 만했습니다. 이런저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페라리 그 자체로 매력적인 자태를 뽐냅니다. 그런데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페라리에 따르면 경량화 솔루션을 적용해 이전 모델인 488 GTB보다 40kg 가벼워졌습니다. 차체는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스포티함과 민첩성을 향상시켰으며, 10%의 공기역학 효율성 향상과 함께 사이드 슬립 앵글 컨트롤 시스템도 최신 6.1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극한의 상황에서의 조작성능을 높였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단 2.9초라니 페라리는 8기통 엔진으로 이미 12기통 슈퍼카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공기역학을 개선하기 위한 페라리의 디테일들은 감탄에 감탄을 더해도 모자랄 만큼 섬세하고 과감합니다. 무엇보다 프런트 립부터 시작해 본넷 S덕트를 타고 오르며 좌우로 갈라지는 바람길. 풍만한 볼륨감으로 양껏 키워낸 전후 펜더와 사이드 보드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자면 마치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설명하는 큐레이터의 것과 흡사했죠. 

인테리어는 이런 외관의 압도적 아우라를 그대로 이어갑니다. 온통 어린 소가죽으로 감싼 실내는한 꺼풀 만 들춰봐도 페라리의 첨단 기술이 살아 숨 쉬며 펄떡입니다. 여기에 페라리 F8 트리뷰토의 실내는 오로지 레이스에서 이기고자 페라리 투지가 빚은 운전자 중심의 콕핏. 효율과 기능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자동차 인테리어 백미가 모두 어우러지는 극치의 완성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V8 엔진의 묵직한 펀치력

그만큼 소중했던 모델이었던 탓에 시승할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용인 스피드웨이를 단 두 바퀴만 돌고 시승을 마쳐야 했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가치를 느껴보기에는 넉넉했습니다. 

시트에 온몸을 구겨 넣어봤습니다. 골반과 어깨를 조여오는 시트의 단단함은 운전자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죠. 부드럽게 가속을 시작하자 이내 트랙의 노면 온도에 적당히 안정감을 찾은 타이어는 굉음을 냅니다. 한계를 깨부술듯이 치고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어렵지 않게 200km/h에 도달하고 코너에 도달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제동력에 취하기도 잠시. 거의 코너를 찌를듯이 돌아나가는 페라리 F8 트리뷰토의 조향감각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엑셀과 브레이크 한 가운데에 발을 두고 이내 에이펙스를 지나 엑셀레이터에 힘을 실어봤습니다. 

두터운 배기음이 터지며 운전자 등 뒤 리어미드십 8기통 엔진은 마치 폭포수가 쏟아지듯이 온힘을 다해 출력을 쏟아냅니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가속력은 이탈리안 스포츠카의 전매특허 가운데 하나. 독일차가 최고속을 중시한다면 이탈리안 슈퍼카들은 바로 이 가속력에 전력 투구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럼에도 반전처럼 느껴진 것은 엔진과 변속기의 앙상블이었습니다. 과격함보다는 우아함으로 점철되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저속에선 스포츠카인가 싶을 정도로 부담이 적습니다. 느긋하게 이어가면서도 이내 속도를 올릴 땐 무섭게 치닫는 양면성을 발휘하죠. 일면 섀시의 완성도가 단순히 스포츠카의 성격을 불편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GT카의 성격도 반영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F8 트리뷰토는 국내에서 3억 중반대에 시작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지구상 특별한 소수에게만 허락된 이 차는 국내에서도 벌써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페라리 팬들은 V8 페라리의 전성기를 일치감치 알아본 것 같군요. 

짧게 허락된 2바퀴 트랙시승, 못내 아쉬운 뒷맛을 남기며 운전석의 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1975년 디노의 V6 엔진으로 출발한 308 시리즈가 오늘날 페라리 F8 트리뷰토를 통해 어떤 식으로 8기통 미드십 엔진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지 설명하기에 충분한 만남이었습니다. 

김경수 객원기자 carlabmedia@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