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포드 익스플로러, 사실 관심 없었다.

주 생활권 서울 시내, 골목 주차에는 영 자신이 없는 키 160cm 남짓한 여성에게 대형 SUV 익스플로러는 단 한 번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캠핑은 물론 겨울에 스키도 크게 즐기지 않기에, 남들은 모두 아웃도어 붐에 야외활동 즐기기 좋은 대형 SUV에 눈길을 돌릴 때도 본인만은 굳건했다. 남편이 넌지시 들이미는 카탈로그는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서울 안에서 큰 차는 사치다”

그 생각이 흔들리게 된 것은 몇 주 전 다녀왔던 <LA오토쇼> 때문이다. 쇼장 안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LA 다운타운을 걸으며, 서울 시내에서 현대 쏘나타를 만나듯 쉽게 마주친 포드 익스플로러를 모는 많은 여성을 보며 호기심이 생겨났다. 익스플로러의 어떤 매력이 그녀들이 운전대를 잡게 한 것일까? 다행히 운 좋게도 출장 일주일간 5세대 익스플로러를 렌터카로 배정받아 그 의문을 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꽉 막히는 LA 시내 주행, 제법 속도를 내고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 미국 대형 마트 장보기 등 익스플로러와 일상을 함께 지내다 보니, 일단 많은 사람을 태우고도 넉넉한 공간에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포장이 벗겨지고 울퉁불퉁한 LA 아스팔트 상황에는 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서스펜션마저 ‘딱’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미국에 특화된 차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과거와는 달리 익스플로러가 한껏 궁금해진 이 때, 6세대 올 뉴 익스플로러 시승회를 한다는 초청 메일에 저절로 마우스 버튼을 눌렀다. 특히, 오프로드 코스가 아닌 미술관을 택한 시승코스에 더욱 끌렸다. 보통 이런 SUV의 시승행사에서는 터프한 성능을 뽐내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포드에서는 익스플로러와 미술관 조합을 꺼내들었다. 마치 큰 차에 관심 없는 여자와 남성적인 대형SUV와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빠지지 않는 외모, 기름기 뺀 실내

외모는 여자의 눈에는 여전히 남성적 그 자체다. 5세대 모델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다듬고 성공적인 훈남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검은색의 A-필러와 D-필러, 차체 색상과 동일한 C-필러 등 익스플로러의 고유한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유지했고, 새로운 그릴 디자인을 통해 더욱 강렬해진 인상을 완성했다.

새롭게 적용한 후륜구동 아키텍처는 올-뉴 익스플로러의 외관을 짧은 오버행, 길어진 휠베이스를 특징으로 삼게 했다. 여기에 낮아진 차체로 이전보다 좀 더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옆모습을 갖게 됐다. 이전처럼 마냥 뚱뚱해 보이지는 않는다. 20인치 핸드-폴리시드 알루미늄 휠도 그에 일조한다. 

다만, 낯선 앞모습에 호불호가 갈리는 측면은 있다. 이전 세대 익스플로러가 너무 잘 생겼던 탓에 새 모델에 대한 기대가 컸을 터다. 실제로 본 느낌은 '사진보다 낫다'. 헤드램프 형상에 대해서 기자도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지만 전반적인 생김새가 나쁘지 않다.

실내는 전 세대와 사뭇 달라졌다. 문 열리는 느낌부터 묵직하다. (가격 차이가 나긴 하지만) 국산 대형 SUV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묵직함과 두터움은 탑승자에게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전반적인 실내 디자인은 기존보다 더 깔끔하고 심플해졌다. 오히려 이전 모델에서 더 고급감을 추구한 것 같기도 하다. 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크롬, 나무 질감 등 고급만 외치는 소재에서 힘을 좀 빼고, 입체적이면서도 기름기를 짜낸 건강한 느낌의 분위기가 한 스푼 추가 됐다. 

포드 디자인팀은 가로형 8인치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공조 장치와 열선 등 자주 쓰는 기능들을 버튼으로 꺼내어 가지런히 정리했다. 요즘 일부 브랜드가 터치식 버튼을 극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기계식 버튼들은 어느 정도 남겨놔야 주행 중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고, 조작 한 번을 위해 두번 이상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일이 없다. 

그래도 터치 스크린을 집어 넣는 소위 '트렌드'를 놓치지는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미국 출시형에는 거대한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마치 아이패드 프로처럼 자리 잡아 갖은 정보를 다채롭게 표현하지만, 국내 출시형에는 빠졌다. 아쉽지만 추후 출시될 PHEV 버전에서 기대하는 수 밖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음성 인식 및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운전자는 컬러 LCD 클러스터를 통해 자주 이용하는 주행 정보와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뒷좌석은 이전보다 편해졌다. 5세대 익스플로러의 뒷좌석은 엉덩이판의 각도가 이상했는지, 등받이를 눕힐 경우 엉덩이가 앞으로 밀려나갈 것 처럼 느껴지곤 했다. 6세대에서는 가죽 질감 등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착좌감이 한결 좋아졌다. 덕분에 아이들과 집안 어른들을 한결 편하게 태울 수 있다. 

또한 3열 접근성을 높여주는 이지 엔트리 기능이 적용돼 버튼 하나로 2열 시트를 완전히 앞으로 당길 수 있다. 3열에는 파워폴드 기능이 적용돼 트렁크에서도 쉽게 3열을 접고 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3열 공간은 기자의 몸집으로는 장거리가 아닌 이상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을 만큼 편안함을 확보했다. 3열 양쪽에 마련된 USB포트도 눈에 띈다.

2.3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

이번 시승코스는 서울 삼성동 시내를 통과해 뻥 뚫린 고속도로와 <뮤지엄 산>으로 가는 와인딩 길목 등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코스들로 이뤄졌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새롭게 3개 모드를 추가해 7가지 주행 모드로 구성된 '지형관리 시스템(TMS)'을 경험해 볼 기회는 없었지만, 평범한 일상 속 드라이빙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올-뉴 익스플로러는 한 가지 엔진, 2.3L GTDI 엔진을 주력으로 한다.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 42.9 kg.m의 토크를 자랑하며 새롭게 올린 10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부드러운 주행감과 개선된 연비(전 세대 대비 1km/L 향상된 8.9km/L)를 누릴 수 있다.

304마력이라는 숫자를 보고 익스플로러의 덩치와 무게를 날렵하게 만들어 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설마 304마력?'이라는 물음은 곧 '역시 304마력'이라는 답으로 바뀌었다. 익스플로러는 저속 발진감은 물론 고속에서까지 일관되게 시원한 가속감을 보였다. 사실 이 정도 크기의 차에 '2.3리터'라는 숫자는 잘 안 어울린다. 그것도 대배기량 엔진으로 대표되는 미국차라 더 그렇다.

하지만, 익스플로러의 엔진은 2.3리터라는 숫자가 주는 왠지 모를 갈급함을 상당 부분 해소할 만큼의 매끄러운 가속으로 마무리 했다. 확실히 여성이 아니라 남성 드라이버의 경우에도 일상주행에서는 그리 답답함을 느낄 수 없는 준수한 가속감이다.

후륜구동에 기반을 두는 새 구동방식은 스티어링 감각을 한결 끌어올려준다. 기존에는 앞바퀴에 100% 힘이 전달되다 순간적으로 뒷바퀴에 힘이 분배된 반면 이번에는 뒷바퀴가 먼저 힘을 받도록 설계됐다. 정속 주행 시에는 늘 뒷바퀴에 힘을 100% 준다. 스티어링 감각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압도적인 변화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손 끝의 회전 감각이 보다 선명해졌으면서도 코너링 시 차체 앞뒤 움직임에 좀 더 일체감이 좋아진 것은 몸으로 전달된다. 

정숙성 또한 업그레이드 했다. 전면 및 1열 측면에 적용된 어쿠스틱(2중 접합) 글래스와 포드 최초로 적용된 이중벽 대시보드(엔진룸과 탑승공간 사이의 이중 벽체 구조)를 통해 더 조용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소음측정기를 대동한 것은 아니지만, 가솔린 엔진을 얹고 소음방지에 특히 신경 쓴 덕분인지 최근 시승한 SUV 중에 가장 정숙한 주행감각을 선사했다. 덕분에 12개 B&O 고성능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명한 음질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시승기 초반에 언급했던 LA 시내의 거친 도로환경은 익스플로러의 고급스러운 승차감이 말끔히 정리해줄 수 있겠다 싶다. 수많은 과속 방지턱과 포트홀 등으로 LA 못지 않게 거친 우리나라 도로 환경은 익스플로러의 부드러움이 어루만지면서, 뒷좌석의 아이가 어렵지 않게 잠을 청할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정숙성과 조화를 이루는 촉촉한 서스펜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SUV만이 줄 수 있는 크루징의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익스플로러는 사각지대 위험을 감지하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 운전자가 긴급 상황에서 잠재적인 추돌을 방지하도록 돕는 충돌 회피 조향 보조 기능, 자동 긴급 제동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 차선 유지 시스템 등을 올려 보다 편안한 드라이빙을 돕는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차선유지보조기능도 추가됐다. 포드는 이를 레인 센터링 기능으로 부르는데,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는 동안 작동한다. 구간단속구간에서 지루에진 찰나, 한눈을 팔다 차선을 넘을 뻔한 아찔한 상황에서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 재빨리 차선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 제법 믿음직스러웠다.  

여성을 사로잡는 섬세한 포인트

목적지에 당도했을 즈음, 덩치 큰 SUV를 주차하기 부담스러운 마음을 알아챈 걸까? 이번 신형은 업그레이드한 코-파일럿 360 플러스를 적용해 차주변을 꼼꼼하게 화면에 표시해 준다. 360도 카메라와 분할된 화면을 체크하며 여느 세단 못지않게 손쉽게 주차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차를 여자 혼자 주차하려면 코-파일럿 360 플러스 같은 기능은 꼭 필요하다. 

정신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 차 문은 잠갔는지, 차키는 가져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때 익스플로러는 고유의 시큐리코드만 기억하면 키가 없이도 B필러 터치버튼을 통해 손쉽게 차를 열고 운전할 수 있다. 덕분에 다른 가족들에게 일일이 키를 전달해 주지 않아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여심을 사로잡는다. 엄마들은 늘 차키를 어디에 뒀는지 찾으니까!

또한 세척이 가능한 트렁크 바닥판과 적재 공간을 분할해 활용 가능한 카고 매니지먼트 시스템, 여기에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루프랙 사이드 레일과 간단한 킥 모션만으로도 손쉽게 여닫을 수 있는 핸즈프리 리프트 게이트 등, 레저용 차로서 꼭 필요한 트렁크 옵션들을 다 갖추고 있다. 

또 1위 가능?

이렇게 대형 SUV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도 익스플로러와 반나절이면,  모든 가족구성원이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넉넉하게 짐을 부리며 나들이 가기에 좋은 차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 누가 뭐래도 이미 2017년-18년 연속 수입 SUV 판매 1위라는 결과가 확인해 주고 있지 않는가.  

이번에 등장한 신형 익스플로러는 5,990만원에 출시됐다. 기존 모델보다 몇백만원 더 비싸지긴 했지만 마의 6천만원은 넘기지 않았다. 나라면 이차를 살까? 사실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정말 많다. 하지만, 대형 SUV를 고려하는 입장이라면, 익스플로러를 압도할 경쟁 상대를 찾기 힘들다.

안효진 ahj@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