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내 디자인센터. 많은 기자들이 ‘거의’ 완전히 새로워진 ‘더 뉴 그랜저’를 만나기 위해 속속 도착했다. 그랜저의 변신은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꽤 큰 먹잇감. 일체의 촬영이 금지된 프리뷰 행사라, 셔터를 누르고 싶어 손끝이 간질간질 했을 터다.

이번 변신에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를 적용했다. 우리가 처음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접한 건 지난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르 필 루스(Le Fil Rouge)’를 통해서 였으며, 양산차에는 신형 쏘나타에 최초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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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필 루즈 컨셉트카

더 뉴 그랜저에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얼굴.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하나로 아울렀으며, 그릴의 마름모 패턴이 헤드램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현대차는 이 패턴을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이라 이름 붙였다.

램프와 그릴 경계의 마름모 패턴 5개는 평상시 주간주행등으로 하얀 빛을 ‘블링블링’ 발하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가운데 하나를 제외한 위아래 각 2개만 주황색으로 깜빡인다. 가운데 하나만 방향지시등에서 뺀 건, 자칫 화살표처럼 보여 진행 방향과 반대로 여겨질 걸 염려한 선택이다.

파격적으로 바뀐 얼굴은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물의 세부 완성도가 높고 조형적으로 어색하지 않아 ‘삼각떼’의 뒤를 밟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개발 과정에서 실무 디자이너들보다 오히려 이상엽 전무(현대디자인센터장)가 더 과감한 시도를 주문했다고 들었다. 파격 변신의 부담보다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컸을까?

보다 길어진 허리도 이번 변화의 핵심이다. 기존 6세대 그랜저 대비 휠베이스는 40mm, 전체 길이는 60mm가 길어져 현대차의 기함으로서 부족함 없는 풍체를 갖췄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으로 인한 그랜저의 입지 상승, 기존 기함이었던 아슬란의 단종, 5m 가까이 커진 경쟁자 K7(4,995mm)의 등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앉아봐도 기존보다 여유로워진 2열 무릎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선 앞보다는 뒤가 멋지다는 반응이 많았다. 티저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가로로 놓인 얇은 리어램프가 핵심이다. 좌우 리어램프를 연결하는 전통은 지키면서, 이번엔 최대한 선을 가늘게 뽑고 입체감을 살렸다는 게 실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확실히 기존 그랜저보다 미래적이고 세련된 느낌이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까지 모두 LED를 적용한 것도 반가운 변화다.

파격 변신은 실내도 예외가 아니다. 좌우로 길게 층을 쌓은 대시보드 구성은 색다를 게 없지만, 세부 디자인과 소재가 일취월장했다. 금속 장식의 반짝임, 가죽의 면적과 촉감, 컬러 조합까지 잠깐 만나본 중에는 흠을 찾을 수 없었다.

계기반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모두 12.3인치로 키우고, 하나의 패널에 나란히 배치한 점은 최신모델다우면서 어디선가 본듯하다. 현대차답게 그래픽은 화려했고, 해상도 역시 ‘쨍’하다. 6세대 그랜저가 처음 나왔을 때 논란이 됐던 아날로그시계는 자취를 감췄다.

변속기는 요즘 현대차가 확대 적용 중인 버튼식을 썼다. 공조장치는 작은 디스플레이에 터치 버튼과 물리버튼을 섞었다. 제네시스 GV80 유출 사진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문단에서 ‘거의’ 새롭다고 한 건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앞문을 제외하면 같은 패널이 하나도 없다고 하니, 따로 설명을 듣지 않으면 완전신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 현대차 입장에서는 페이스리프트라고 부르기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국내 세단 시장에서 그랜저가 쌓아온 탄탄한 입지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랜저는 국산 고급세단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6세대 그랜저는 2016년 11월 출시된 이후 약 34만 대나 팔렸다. 상징성으로 보나, 판매량으로 보나 현대차에게 그랜저는 대들보 같은 존재. 그랜저의 이번 변신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격과 파워트레인 등 보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 달 정식 출시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