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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에쿠스, 1999년 태어나 2009년 2세대까지 진화한 2000년대 대한민국 최고급 차의 대명사였다.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직후에는 EQ900으로 개명한 3세대 기함이 등장했다. EQ900은 에쿠스의 후광을 G90으로 이어가기 위한 ‘가명’이었다.

그리고 2018년 11월, 드디어 EQ900은 ‘본명’을 달았다. G90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현대자동차의 흔적은 지우고, 기함의 품격을 담았으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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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에쿠스 / 2세대 에쿠스 / EQ900

신차급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G90에는 어떤 디자인 요소들이 새롭게 담겼을까? 제네시스는 향후 2020년까지 3종의 SUV를 추가하는 등 라인업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신모델에도 이식될 G90의 디자인 특징들을 모아봤다.

 

뾰족한 크레스트 그릴

페이스리프트의 특성상 변화는 앞뒤에 집중됐다. G90의 얼굴에서 가장 크게 바뀐 요소라면 역시 크레스트 그릴. 전에 없이 뾰족한 턱이 눈길을 끈다. 자칫 불안정해 보일 수 있어 자동차 디자인에 잘 쓰이지 않지만 과감히 적용했다. 굳이 비슷한 예를 찾자면 알파로메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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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우리가 이런 모양새의 크레스트 그릴을 처음 접한 건, 2017년 발표한 컨셉트카 GV80이었다. 아랫면을 꺾었지만 정도가 완만해 대단히 눈에 띄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뾰족해진 건 이듬해 등장한 컨셉트카, 에센시아를 통해서다. 거의 역삼각형 수준으로 과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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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컨셉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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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시아 컨셉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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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가 처음 현대차에서 독립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과연 현대와 제네시스는 각각 디자인 정체성을 어떻게 차별화할까?’ 과거 ‘헥사고날 그릴’이란 한 뿌리에서 출발해 현대차는 ‘캐스케이딩 그릴’, 제네시스는 ‘크레스트 그릴’로 발전해가던 초기의 일이다.

그간 신모델 출시가 상대적으로 잦았던 현대차는 캐스케이딩 그릴에 많은 변화를 가했다. 반면 제네시스는 가장 최근작 G70도 ‘현대 제네시스’의 헥사고날 그릴과 비슷한 코를 달고 나왔다. 소극적인 변신이 아쉬웠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G90의 등장과 함께 크레스트 그릴도 크레스트 그릴만의 개성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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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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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

 

쿼드램프

크레스트 그릴 양옆, 네 개의 광원으로 된 헤드램프도 G90의 대표 특징 중 하나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디자인담당 부사장에 따르면, G90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헤드램프 먼저 그렸다고 밝혔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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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의 쿼드램프

쿼드램프 역시 뾰족 크레스트 그릴처럼 앞서 언급한 두 컨셉트카를 통해 이미 예고편을 감상했다. GV80과 에센시아 모두 좌우 양쪽 두 줄씩 가느다란 헤드램프를 달고 있지 않았던가? 처음엔 어색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나올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한 ‘큰 그림’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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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시아 컨셉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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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컨셉트카

컨셉트카뿐만 아니다. G70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가운데 렌즈를 중심으로 안쪽 선 두 개와 바깥쪽 점 두개로 된 주간주행등이 자리했다. 이 역시 G90의 본격 쿼드램프를 위한 양산형 첫 단추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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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

본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형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G90 역시 예외가 아니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붉은 선이 헤드램프를 닮았다. 쿼드램프의 흔적이 G90의 뒤태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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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앞은 날개, 뒤는 GENESIS

G90을 뒤에서 가만히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보인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 다른 차들과 달리 뒷모습 어디에서도 제네시스 날개 엠블럼을 발견할 수 없다. 당연히 있어야 할 트렁크 중앙 상단에는 후방카메라 렌즈만 조그맣게 박혀있을 뿐이다. 제네시스의 상징은 리어램프 사이 ‘GENESIS’ 레터링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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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

후면에 엠블럼을 달지 않은 이유를 루드 동커볼케 현대차 그룹 디자인담당 부사장에게 물었다. “제네시스의 날개 엠블럼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자리했고, 뒤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대신 리어램프의 전체 형상을 통해 날개 엠블럼을 형상화했죠. 리어램프 사이의 ‘GENESIS’ 레터링이 있어, 제네시스의 일원임을 알리고, 리어램프를 통해 엠블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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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의 코끝 날개 엠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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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엠블럼을 형상화 한 리어램프

그는 이어서 “명품 브랜드가 자기만의 독특한 디자인 특징을 만들어 오래도록 유지하듯, 우리도 이런 특징을 향후 제네시스 모델들에 일관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뒷모습에서 제네시스를 암시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범퍼 하단 좌우의 배기구다. 크레스트 그릴과 비슷한 오각형 크롬이 제네시스를 상징하며 반짝반짝 빛을 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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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 그릴을 닮은 배기구

 

G-매트릭스 패턴

이번 G90 신차 출시 행사에서 자주 등장했던 단어 중 하나가 ‘G-매트릭스’였다. ‘가만…… G-매트릭스라면 에센시아 컨셉트카의 실내를 감싸고 있던 패턴이 아니던가!’ 실내뿐 아니라 거미줄처럼 복잡한 휠도 G-매트릭스 패턴의 연장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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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된 에센시아 컨셉트카

G90에 들어간 G-매트릭스 패턴은 크래스트 그릴과 앞뒤 램프와 실내 가죽시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에서 영감받았다는 G-매트릭스 패턴은 G90 곳곳에서 고급차 감성을 발산한다. 램프와 그릴을 수놓은 G-매트릭스는 정성들여 세공한 보석처럼 반짝이고, 가죽시트를 누빈 박음질은 흔히 보던 다이아몬드 패턴과 달라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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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매트릭스 패턴이 적용된 G90

격자무늬 G-매트릭스 패턴으로 치장한 헤드램프를 보자니, 문득 머리를 스치는 차가 한 대 있다.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한 벤틀리 ‘EXP 10 스피드 6’다. 현행 3세대 컨티넨탈 GT의 ‘미리보기’였던 컨셉트카로, ‘한 다이아몬드’하는 헤드램프가 인상 깊었다.

당시 EXP 10 스피드 6를 그려낸 주인공은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디자이너. 각각 디자인 총괄과 외장디자인을 맡았다. 이 둘은 현재 현대차 그룹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쌍두마차다. 알고보면 벤틀리와 제네시스의 연결고리는 디자인보다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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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0을 소개하는 루크 동커볼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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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EXP 10 스피드 6 컨셉트카

 

카퍼 GU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비게이션 정보를 시원하게 펼쳐 봐야 하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방대한 곡들도 편하게 찾아 즐겨야 한다. 이 밖에 수많은 편의장치 버튼을 제공하고, 차량 세부 설정까지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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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만의 차별화를 위해 카퍼 GUI를 도입한 G90

이를 위해 G90은 고해상도 12.3인치 와이드 터치스크린을 대시보드에 품었다. 직관적인 사용 편의성과 세련된 그래픽은 원래 현대차가 잘하던 부분. G90은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특별함을 한 스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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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현대차와 별다를 것 없는 G70의 그래픽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컬러 테마를 구리(카퍼)로 적용했다. 구리는 제네시스의 브랜드 색. 현대차와 같이 푸른색을 쓰던 기존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차별화야말로 제네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들의 핵심 가치다. 이제는 제네시스 고객들이 동승석 친구가 뱉은 “어? 내차랑 똑같네?” 따위의 ‘망언’으로 자존심 상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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