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다. 링컨은 재클린이 애용하던 차다. 덕분에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고급', '의전'과 같이 '거대한' 단어들과 엮인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은 이들에게 더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하기 쉽다. 시대가 바뀌면서 링컨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차를 팔아야 하는데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MKC는 그런 실타래를 단칼에 끊어버렸다. 

이번에 얼굴이 확 바뀐 MKC 새 버전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기자는 첫 차 머스탱을 시작으로 줄곧 미국차를 타 왔는데, 그래서인지 미국차에 대한 애증이 가득하다. '애정'이 아니라 '애증'이다. 마음 속에 '애'가 많은지 '증'이 많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MKC를 만난 첫마음에서는 마냥 좋은 소리만은 안 나오겠지 했다. 결론이 어떻게 났을까. 링컨 MKC에 대한 느낌을 풀어본다.

새 그릴도 나름 괜찮네

링컨은 수년 전부터 플래그십 세단 컨티넨탈을 시작으로 얼굴 바꾸기 작업에 돌입했다. 원래는 독수리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친 스플릿 그릴이었다. 상당히 개성이 강했고, 무엇보다 멋졌다. 어느 프리미엄 브랜드도 그런 외계 우주선 같은 디자인을 보여주지 못했다. 흔히 포르쉐가 고문한다는 외계인이 링컨도 슬쩍 만져주고 간 듯 했다. 

새 디자인은 정중한 느낌의 새 그릴이 중심이다. 이전의 스플릿 그릴은 개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 자칫 디자인 다양성의 발목을 잡거나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 구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BMW가 최근 키드니 그릴을 하나로 합친 디자인을 선보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번 그릴은 좀 평범해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자유도는 높일 수 있다.

또, 여기에 링컨이 잘 나가던 시절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깔아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듬뿍 쓴 크롬은 '차분+화려'라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링컨의 럭셔리에 승차할 수 있게 한다. 

보통 페이스리프트는 앞뒤 범퍼 디자인 변경이 주를 이룬다. 플라스틱만 새로 찍어내면 되니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누릴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철판까지 다 뜯어 고치는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가 유행이다. 이러다 나중에는 2년 마다 풀체인지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링컨 역시 범퍼 뿐 아니라 보닛 주름에 새로 다림질을 했다. 눈매도 함께 매만졌다. 

헤드램프는 LED 대신 HID가 쓰였다. LED가 더 멀리 비춘다고 하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HID로도 무리는 없다. 그래도 현대 아반떼에 있는 LED가 링컨 같은 고급차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안 보이는 데서 이것 저것 좀 빼더라도 사람 눈과 가장 먼저 마주치는 요소는 어떻게든 '있어 보여야' 하는데, 5천만원이 넘는 고급차, 그것도 겉모습이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LED가 없다는 것은 아쉽다. 안개등과 주간주행등, 리어램프 등은 LED인 것, 자동으로 상-하향등을 전환해 주는 기능으로 위안을 삼는다.

차 전체에서 얼굴 외 변화는 적다. 문짝 손잡이에 크롬 터치를 집어넣고 리어램프 사이에 크롬바를 삽입한 게 전부다. 리어램프는 가로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충분히 고급스러운 효과를 내며 작은 차를 좀 더 넓어보이게 한다. 

차에 다가가면 링컨 로고 웰컴 라이트가 운전자를 반겨준다. 사이드 미러는 눈부심 방지 기능이 포함됐다. 난반사를 줄여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B 필러 숫자 패드로는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를 통해 키 없이도 문을 열 수 있다. 생각보다 유용하게 쓰인다. 

'고오급' 실내

실내 디자인은 이전 모델에서 변한 것이 없다. 원래 디자인이 충분히 고급스러웠고, 마감이 뛰어나다. 요즘 '많이 고급'스러운 것을 '고오급'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진짜 이 단어가 딱 어울린다. '옛날 디자인 그대론데 새삼 호들갑이냐'라고 할 수 있다. 고급스러움은 거시적 관점보다는 마무리, 디테일 등 미시적 관점에서 느껴지는데, MKC는 후자에 공을 들였다. 

금속 질감과 검은 가죽, 카본 느낌이 조화를 이뤘고, 손닿는 대부분을 말랑말랑한 가죽으로 감쌌다. 대시보드와 문짝 사이에 손바닥이 들락거렸던 미국차를 오래 타서 그런걸까. MKC는 기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미국차를 완전히 벗어났다. 

가죽은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의 딥소프트(Deepsoft)가 쓰였다. 벌레 물림이나 작은 상처 하나 없는 최고급 가죽을 사용했다. 착좌감은 정말 딥(deep) 하고 부드럽다. 푹신하고 안락해 잠이 올 지경이다. 왠지 뉘르부르크링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게르만식 꽉 끼는 시트보다는, MKC 시트 느낌이 (허리지지대가 좀 작아도) 실생활에서는 더 좋다. 다만, 고급 가죽이라 조금은 부담이 된다. 자칫 상처가 생길 수 있으니 세심한 관리를 해주는 게 좋다. 

버튼식 기어, 2% 빈 곳

링컨의 특징 버튼식 기어는 애초에 호불호를 강하게 갈랐다. 처음 이를 접한 이들은 '누르는 기어'의 낯섦을 불평했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따르는 대세가 됐다. 전기차는 이 방식을 안 쓸 수가 없다. 링컨은 이미 수년 전부터 버튼식 기어를 내세웠다. 

기어레버를 버튼식으로 바꾸면 변속기와 레버를 연결하는 봉이 사라진다. 덕분에 이 공간을 더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링컨은 이걸 MKX와 MKZ의 컵홀더 아래에 커다란 수납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드라이빙 슈즈, 파우치 등 갖은 잡동사니가 이곳을 거처로 삼았다.

하지만, MKC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아무래도 차가 작다보니 운전석-조수석 사이를 낮게 만들었고, 그 상황에서는 자랑할 만한 공간을 파내는 게 어렵다고 본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공간이라도 더 실용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컵홀더 주변이 너무 컨셉트카 같다. 2% 빈 곳은 바로 여기다.

보통 이 지역은 스마트폰, 음료수 등 갖은 물품들이 놓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박 터지는 고민이 엿보이기 마련. 그러나 MKC에서는 운전자의 실사용을 고려한 치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차처럼 기어레버가 있거나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차가 작잖아요'라고 하기엔 MKC가 싸워 이겨야 하는 차들이 여길 너무 잘 만든다. 버튼식 기어의 장점을 못 살렸다. 

주요 특징들

컵홀더 주변의 아쉬움은 확 트인 파노라마 선루프가 시원한 개방감으로 상쇄한다. 크지 않은 차인데도 2열 머리위까지 면적을 넓혔다. 1열만 열리고 2열은 열리지 않는다. 

운전석은 12방향 조절이 가능한 전동 시트로 메모리 기능은 3개까지 저장한다. 엄마,아빠, 자녀가 각각 저장 가능하다. 보조석은 방향 조절만 가능한 전동 시트다. 열선과 통풍은 둘 다 제공된다.

운전대 가죽은 중부 유럽 알프스 지방에서 생산된 볼스도프(Wollsdorf) 가죽이다. 역시 고급 제품으로 손안에 감기는 느낌이 색다르다. 앞뒤상하로 조절이 되는 운전대 틸트와 텔레스코픽은 전동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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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북미형 MKC

뒷좌석 역시 고급스럽게 마무리했다. 등받이 각도는 수입차 치고는 많이 눕는 편, 그렇다고 한국차처럼 뒤로 확 눕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트가 편하기 때문에 등받이 각도가 아쉽지 않다. 키 175cm인 기자의 몸에 앞좌석을 맞추고 뒷좌석에 맞추니 무릎공간이 2개정도 들어간다. 차급 치고는 보통 수준의 공간이다.

2열 시트는 열선을 제공하며, USB와 230V를 이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사륜구동이지만 바닥 가운데 툭 튀어 올라온 센터터널이 낮아 가운데 좌석의 발 복지가 좋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글화 됐다. 디스플레이는 터치 감각이 향상됐다. 요즘 많이 쓰는 태블릿 수준이다. 발렛모드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 플레이, 미러링 사용도 가능하다. 무드등은 7가지 색상을 제공하며 에어컨은 미립자 에어 필터를 적용해 먼지나 황사 등을 걸러준다.

카시트 설치와 트렁크

카시트 설치는 어렵지 않다. ISOFIX 위치 표시는 따로 없지만 고리가 눈에 쉽게 띈다. 장착 난이도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 가죽 손상을 막기 위한 시트 보호 커버 사용은 필수다. MKC로 마음 굳힌 독자라면 다른 건 몰라도 이 말은 꼭 새겨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자가 카시트 설치하다가 살짝 찢어 먹었기 때문에. 

트렁크는 핸즈프리 기능을 지원한다. 트렁크 아래로 발 집어넣으면 스르륵 열린다. 인식률이 좋아 연신 발차기 하지 않아도 된다. 적재 공간은 기본 712리터를 제공한다. 좀 큰 디럭스 사이즈 유모차를 가로로 넣고도 공간이 남는다.

2열을 접으면 최대 1,503리터까지 늘어난다. 6:4로 접히는 것은 좋지만 2열 시트 다 접으려면 시트 옆 레버를 당겨줘야 하기 때문에 왔다갔다 번거롭다.

트렁크 아래에는 스페어타이어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솔직히 최근에 도로위에서 타이어 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처럼 보험서비스가 잘 된 지역은 스페어 타이어가 필요 없다. 차라리 추가 공간으로 마무리 했다면 어땠을까. 무게도 덜기 때문에 약간의 연비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밟는대로 나가네! 연비는…?

MKC 보닛 아래에는 2리터 GTDI 에코 부스트 엔진을 얹어 5,500rpm에서 최고출력 245마력(ps), 3,000rpm에서 최대토크 38.0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네 바퀴를 굴린다. 출력과 토크가 모두 이 차급에서는 높은 축에 속한다. 밟는대로 미끄러지듯 쭉쭉 치고 나간다. 3단을 많이 쓰는 시내 주행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가속이 쉽다.  

가솔린 엔진의 뛰어난 정숙성은 미국차가 내세우는 무기다. 여기에 준수한 방음처리와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이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를 내보내 더욱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앞 유리와 1열 유리창에 적용된 방음 코팅 유리는 고속에서 들려오는 풍절음을 줄여준다. 정차 중 실내는 마치 회장님과 단 둘이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처럼 고요하다. 

연비는 감수하고 타시라. 공인연비는 도심 7.4km/l, 고속 10.3km/l이며 복합연비는 8.5km/l다. 500여 km를 달리는 동안 스톱 앤 고를 켜고 연비 운전을 열심히 해도 시내 실연비 8.0km/l를 넘기 힘들었다. 고속도로는 그나마 최고 12km/l를 기록 했다. 차급 치고는 무거운 1.8톤의 덩치를 245마력 엔진이 밀다 보니 연비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수준이라면 이름의 '에코'가 좀 안 어울린다.

링컨 계열 SUV들은 은근히 무겁다. MKX는 2.1톤이 넘는다. 연비에서는 단점이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육중함 때문에 승차감에서는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2차 진동을 허용하는 편이지만 무게로 이내 안정을 되찾는다. 다분히 미국차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세팅이다.

MKC는 1,000분의 1초 내에 차체와 운전대, 브레이크 등을 감지해 서스펜션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그 변화를 느끼기는 쉽지 않으나 함께 운전대를 잡았던 프로 레이서는 아주 부드럽게 변화가 느껴진다고 했다. 찰나의 순간까지 차가 열심히 일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코너링 시에도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좌우 롤링 억제능력을 보여준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낮게 깔려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입한 고속도로 출구에서도 불안한 기색을 좀처럼 드러내지는 않는다. 다만, 급차선 변경시에는 차가 짧음에도 앞뒤가 따로 노는 특성이 있다. 운전대 역시 뿌연 안경을 낀 것 처럼 선명하지 않다. 단순한 움직임은 수준급이지만 급격한 이동시에는 다소 흐리고 투박하다.

수년 전부터 독일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동차에 대한 판단 기준 역시 독일차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차는 다른 시각을 요구한다. 좁은 길 요리조리 딴딴하게 돌아가는 것보다 길고 먼 길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크루징 하는 게 미국차의 특징이다. MKC에서도 잘 묻어난다. 매끄러운 데다 조용하고 묵직하기까지 하니 연비 안따질 이들에게는 만족도가 높을 터다.

변속기 역시 미국스럽다. MKC로 서킷을 달릴 일은 없을 터, 도심운전에 맞게 웬만하면 낮은 RPM을 쓰려하고, 운전자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변속한다. 기자는 MKC의 낯선 변속 방식 때문에 주차 시 엉뚱한 데서 후진 기어를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진다. 비상등 버튼이나 주차 보조 버튼 등은 조수석 쪽에 위치해 조금은 멀게 느껴진다. 급하게 몸을 뻗다가는 안전벨트의 압박을 느끼게 된다.

웬만한 건 다 있어요, 차선유지보조 빼고

쓸만한 안전 장비는 다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 충돌 경고 장치로 편안한 크루징이 가능하며, 버튼 하나로 손쉽게 앞차와 간격 조절도 가능하다. 전방 충돌이 감지되면 앞 유리창에 경고등을 띄우고, 스스로 제동하는 제동 보조 시스템도 있다.

차선 변경을 위한 사각지대 경고와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도 안전운전을 돕는다. 특히, 차선 이탈 경보는 운전대에 강한 진동을 주면서 운전자에게 알린다.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나 시각을 자극하는 경고등보다 직관적이다. 아쉽게도 차선유지보조는 없다.

평행 주차에 서툴다면 주차 보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주차 공간 진입뿐만 아니라 빠져나오는 것도 도와준다. 일반적인 T자 주차공간 진입과 탈출은 도와주지 않는다. 시동은 마이키를 통한 원격 시동이 가능해 출발 전 실내 온도 조절에 도움이 된다.

MKC는 지금까지 미국차와 다르다

준중형 사이즈 수입 SUV 중에 MKC만큼 고급스럽고 안락한 차를 찾기는 힘들다는 말을 에필로그에서 먼저 전하고 싶다. 말랑말랑한 MKC는 좁고 꽉 끼는 유럽차보다 한결 부드러운 맛을 건네며 미국차에 대한 애증에서 '증'을 상당히 덜어줬다. 

그래도 계기반에 찍히는 연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면, MKC는 당신에게 안 어울린다. 하지만, '같은 가격대'의 독일 SUV에서 느낄 수 없는 보다 넓은 실내, 디젤 엔진이 줄 수 없는 정숙함을 찾는 이라면 MKC가 강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고오급'은 덤.

링컨은 정기점검 및 엔진오일 교환 서비스 등을 탁송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 보기 힘든 부가 요소로 서비스센터 예약 전화부터 방문, 서비스 대기 등으로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MKC의 가격은 5,230만 원이다. 비슷한 차급, 비슷한 가격에 이렇게 알찬 차 찾기 쉽지 않다. 프로모션과 월 행사 등을 잘 이용하면 4천 후반대로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차에 이 가격,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MKC 콜?

이미지 : 카랩DB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박지민 john_park@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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