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투싼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신형 싼타페와 신생 코나 사이에서 존재감이 빛을 잃어가던 투싼이다. 현대자동차는 외모를 비롯해 심장까지 손댔다고 발표했다.

궁금했다. “원래도 잘생겼는데, 굳이 바꿀 게 있었을까?”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효율 타령하다가 자칫 답답한 건 아닐까?” 아무리 SUV가 인기라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사실. 몸값 낮춘 수입차들까지 투싼의 밥그릇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투싼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얼마나 경쟁력을 보강했을까?

 

사나운 얼굴

코나와 싼타페는 현대 SUV의 새 얼굴 ‘컴포지트 헤드램프’를 달고 나왔다. 상단에 주간주행등을 박아 넣고, 헤드램프는 따로 범퍼 중간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헤드램프와 눈을 동일시하는 건 기능보다 위치 때문. 컴포지트 헤드램프의 날카로운 주간주행등이 매서운 눈매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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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좌)와 코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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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

아쉽지만 투싼은 아직 컴포지트 헤드램프를 달지 못했다. 페이스리프트의 한계다. 그럼에도 제법 근엄하고 날카롭게 눈화장을 고쳤다. 직선(자동차 실외에 진짜 직선은 없다)으로 뻗은 ‘ㄱ’모양 차폭등 아래로 사각 LED램프 5개를 품었다(스타일패키지를 선택해야 적용 가능). 방향지시등과 코너링 램프도 모두 LED. 보기에도 멋지지만 실제 야간 시야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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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키지'를 고르면 코너링 램프를 포함한 헤드램프가 모두 LE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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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변한 캐스케이딩 그릴

‘ㄱ’모양 차폭등은 범퍼 하단에 자리한 ‘ㄴ’모양 주간주행등과 이어져 얼굴 양 끝을 ‘ㄷ’모양으로 감싸는 듯하다. 모서리를 따라 수직으로 떨어지는 빛 때문에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시선의 흐름은 헤드램프 아래와 안개등 위 범퍼에 가로 삐침을 넣어 숨통을 텄다. 작지만 중요한 마무리다.

캐스케이딩 그릴 역시 최신 스타일로 다듬었다. 용광로에서 쇳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캐스케이딩 그릴은 옆면 하단에 꺾임을 더했다. “웬 쇳물?”과 같은 반응을 보였던 추상적 설명도 이제는 제법 설득력을 갖췄다. 내부를 가로지르는 크롬 선도(프리미엄) 차폭등과 주간주행등처럼 간결한 직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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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지시등과 퍼들램프, 서라운드 뷰 카메라가 포함된 사이드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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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트림은 벨트라인 따라 크롬을 둘렀다

리어램프 역시 헤드램프처럼 직선을 살렸다. 번호판 영역을 양 옆으로 잡아 늘렸는데, 하단에 있던 반사경까지 좌우로 나란히 배치해 더 넓어 보인다. 원래 반사경이 있던 뒷범퍼 모서리 굴곡은 반듯하게 폈다. 앞뒤 모두 반듯한 직선을 즐겨 썼다. 전체적으로 한결 차갑고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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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같이 선을 강조한 LED 리어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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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팁 배기구

실내는 더 큰 변화를 담았다. 얼핏 보면 “싼타페인가?” 싶을 정도. 2단으로 돼있던 대시보드를 3단으로 나누면서 상단을 낮게 깎아내고, 송풍구 사이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따로 빼 플로팅타입으로 세운 모습이 영락없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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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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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후 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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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 전 투싼

사실 실제로 바뀐 부분은 에어컨 송풍구가 자리한 대시보드 상단이다. 일부분만 바꿨음에도 효과는 극명하다. 한결 넓어 보이고, 입체적이며, 쾌적하고, 신차답다. 브랜드 막론하고 최신 모델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구성을 하고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구성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된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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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팅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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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운드 뷰 기능은 편하지만, 야간 화질이 좋지 않다

‘플래티넘 패키지(187만 원)’가 들어간 시승차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서라운드 뷰’까지 제공한다. 비싸지만 분명 편리한 기능. 다만 화질은 실망이다. 특히 야간 화질은 극악.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세련된 그래픽과 직관적인 사용 편의성을 자랑했던 현대차가 아니던가.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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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풀오토 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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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패키지1'에 포함된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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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관련된 버튼은 기어봉 뒤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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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게 처리한 센터터널 무릎 부분. 운전석(좌)은 쿠션을 동승석(우)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마감 소재는 딱 차급에 어울리는 정도다. 현대차가 업계 기준이 될 수는 없으나,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평균 이상임은 틀림없다. 가죽 시트의 모서리 박음질도 흠잡을 곳 없다. 스크린 속으로 숨어들지 않은 에어컨은 여전히 마음에 들고, 비슷한 기능끼리 묶은 버튼 배치도 쓰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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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시트 패키지'에는 가죽시트와 8방향 전동 조절, 1열 통풍 기능까지 들어간다. 메모리 기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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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듯이 앉을 수 있는 2열 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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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USB 충전 단자를 가장 비싼 ‘프리미엄’ 트림에만 제공한다.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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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파노라마 선루프

2열의 백미는 거의 눕듯이 젖혀지는 등받이다. 동급 수입 SUV 중에는 이만큼 등받이가 눕는 모델이 없다. ‘한국 최적화’를 거친 덕분이다. 나도 한국인인지라 마음에 쏙 든다. 한껏 눕듯이 앉으면 천장 대부분을 덮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푸른 하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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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쪽에서는 등받이를 앞으로 접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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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거의 평평하게 연결된다

 

순한 달리기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디젤 1.6’이다. ‘스마트스트림’은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파워트레인 브랜드. 올 초 등장한 기아 ‘올 뉴 K3’에 처음 쓰였고, ‘스포티지 더 볼드’를 통해 디젤 버전을 추가했다. 현대차 중에서는 투싼 페이스리프트에 최초로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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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트림 D 1.6' 엔진

스마트스트림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효율이다. ‘올 뉴 K3’에 들어갔던 스마트스트림은 직분사 대신 구식으로 여겨지던 간접분사 방식을 썼다. 성능을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서 연비를 개선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스포티지와 투싼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디젤은 피에조 인젝터의 연료 분사 압력을 2,200바(bar)까지 높여 같은 효과를 노렸다. 커먼레일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1,300바 가량이었지만, 점차 올라 최근에는 2,000바를 넘어섰다. 연료 입자를 초고압으로 잘게 쪼게 정밀하게 분사하니 연비가 향상될 수 밖에.

스마트스트림 디젤 1.6은 기존 1.7리터 디젤 엔진을 대체한다. 신형이긴 하지만 배기량이 줄은 만큼 성능도 약해졌다. 최고출력은 5마력이 줄어 136마력이, 최대토크는 2.1kgm가 낮아져 32.6kgm가 됐다. 대신 연비는 16.3km/L를 기록해 1리터로 1.3km를 더 달릴 수 있게 됐다(전륜구동, 17인치 휠 기준).

‘차가 잘 나가고, 잘 안 나가고’의 차이는 단순히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로 결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5마력, 2.1kgm 정도라면 눈치챌 운전자는 많지 않을 터. 반면 1.3km/L는 주유소에 갈 때마다 당장 돈으로 환산되는 수치다. 오를 줄만 알고 떨어질 줄은 모르는 기름값을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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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패키지2'에 포함된 19인치 휠

19인치 휠과 HTRAC(AWD)을 결합한 시승차의 복합 공인연비는 13.8km/L다. 전륜구동과 17인치 휠 조합에 비하면 2.5km/L나 낮다. 스마트스트림의 높은 효율을 제대로 누리기에, 큰 휠과 AWD는 과욕이 아닐까? 멋도 좋고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엔진과 나머지 둘의 성격이 완전히 반대다.

시승 중 400여 km를 달린 후, 계기반은 평균 12km/L를 기록했다. 급가속과 고속 주행, 다인 승차 등 연비에 불리했던 시승 환경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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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RAC은 출발할 때와 미끄러운 환경을 제외하면 대부분 앞바퀴를 굴린다

초반 토크가 강점인 디젤의 특성상 시내 구간에서는 힘 부족을 잘 느낄 수 없다. 제한속도 안에서 답답함 없이 가감속을 이어간다. 문제는 역시 고속도로. 고속에서 추월 가속을 할 때, 오른발에 조바심을 실어 보내면 투싼은 도리어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럴 땐 차라리 오른발에 살짝 힘을 빼자. 아래 기어로 바꿔 물어 RPM을 확 높이기보다는, 원래 물린 기어로 서서히 속도를 붙이는 게 오히려 더 좋은 궁합을 보인다. 느긋하게 가속하면 나름 뿌듯하게(?) 밀어준다.

체격은 더 크지만 비슷한 심장과 같은 체급의 차가 있다. 쉐보레 이쿼녹스. 두 차 모두 디젤 심장을 얹었고, 배기량도 1,598cc로 정확히 일치한다. 출력과 토크는 물론,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까지 2,000-2,250rpm으로 똑같다. 공차중량만 이쿼녹스가 1,730kg(투싼은 1,695kg)으로 35kg 더 나갈 뿐이다(모두 AWD, 19인치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 놀림은 투싼이 한결 가뿐하다. 과거 이쿼녹스는 가속이 답답해 힘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투싼은 아쉬움이 크지 않다. 이런 차이를 만든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변속기다. 아무래도 이쿼녹스의 6단 자동변속기보다는 투싼의 7단 DCT가 훨씬 빠릿빠릿 살림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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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 DCT, 야간주행 시 'PRND' 조명이 너무 밝다

변속기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기어노브 왼편에 자리한 PRND 조명이 지나치게 밝다. 밤에 운전하면 오른쪽 아래 PRND가 ‘눈뽕’을 날린다. 앞을 봐야 하는데, 자꾸 아래가 거슬린다. 이런 사소한 점을 왜 놓쳤는지 의아하다.

하체는 말랑말랑하다.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워 웬만한 충격은 불쾌하지 않게 다독인다. 가족용 SUV로는 최적의 설정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조금만 과격하게 몰고자 하면, 불안감이 생각보다 먼저 고개를 든다. 상하좌우, 위아래 움직임의 폭이 커 일찌감치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다. 최신 현대차 SUV 형제들 대비 높은 시트포지션도 심리적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

당연한 얘기지만, 윗급인데다 더 나중에 나온 싼타페가 똑같이 말랑말랑하면서도 한결 묵직하고 안정감이 높다. 가속감에서 접고 들어갔던 이쿼녹스도 하체만큼은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겠다. 젊은 소비층과 도심주행에 초점을 맞춘 성격을 고려해 조금만 더 하체를 단련시키면 어떨까? 다음 세대 투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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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이탈방지보조’ 기능은 다른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 제법 차선 중앙을 잘 따라간다

 

여전한 경쟁력

시승차의 가격은 3,511만 원. 3,500이 넘는 투싼이라니! 스마트 센스와 파노라마 선루프, 플래티넘 패키지 등 가능한 선택사양을 모조리 적용했기 때문이다. 비싸지만 풍성하다. 없는 장비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

반면 동급 수입 SUV를 사려면 여기서 수백만 원을 더 지불하거나 몇몇 장비를 포기해야 한다. 국산차와 수입차가 한 시장을 놓고 나란히 경쟁하게 된 요즘, 풍부한 편의장비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바뀐 실내외 디자인은 최신 스타일을 잘 녹여 넣었다. 겉으로는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추구했고, 안으로는 대시보드를 환하고 쾌적하게 바꿨다. ‘불호’ 없는 신차효과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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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우) & After(좌)

스마트스트림 D 1.6 엔진은 이전 세대 1.7 디젤은 물론 동급 경쟁모델과 견주어도 우수한 연비를 갖췄다. 특히 실사용 구간 성능을 양보하지 않았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효율과 멋,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투싼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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