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화재로 화제의 중심에 올라있는 BMW가 오늘(8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BMW 코리아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본사 기술진의 화재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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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화재 자체도 문제지만, 이와 관련된 여러 논란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며 점점 확대되고 있다. 평소 자동차에 전혀 관심이 없던 국민들까지 ‘불자동차’라고 비아냥거릴 정도가 됐다.

화재의 근본 원인,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이렇게 문제가 커진 점, BMW 본사가 사전에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는지의 여부, 리콜 계획과 안전진단 절차의 실효성에 대한 얘기 등이 기자회견에서 오고 갔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기자회견은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의 사과로 시작했다. 그는 “BMW 고객과 국민들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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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

향후 정부 당국의 사고 원인 분석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국토부 관계자들을 독일 본사로 초청해 투명하게 원인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근본 원인은 EGR쿨러의 누수”

다음은 BMW 본사의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 요한 에벤비클러의 화재 원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밝힌 이번 화재사고의 근본 원인은 EGR 쿨러의 불량이다. 기존에 밝혔던 내용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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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재순환장치 EGR

‘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약자인 EGR은 디젤차의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배기가스의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보내고, 실린더 연소실의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이때, EGR쿨러는 고온고압의 배기가스가 흡기다기관으로 가기 전 냉각수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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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원인에 대해 설명 중인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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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에서 나온 배기가스는 최대 섭씨 830도지만, EGR쿨러를 거쳐 흡기다기관에 도착하면 100도까지 떨어진다

BMW가 밝힌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 있는데, EGR쿨러를 지나는 냉각수가 일부 누수돼 EGR쿨러 유닛 끝부분과 흡기다기관에 점착물이 축적된 것이다. 점착물의 주 성문은 냉각수에 포함된 글리콜이다.

 

“화재는 주행 중에만 발생”

그는 냉각수 누수가 모두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기가스가 EGR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바이패스 밸브가 카본 찌꺼기로 인해 열린 채로 고착되는 상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 EGR쿨러에서 충분히 차가워지지 못한 배기가스가 점착물과 만나면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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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하는 4가지 조건

그는 이 밖에도 긴 누적주행거리와 장거리 주행 조건까지 충족돼야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차 중이거나 공회전시에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MW는 EGR쿨러의 점착물이 BMW의 다른 디젤엔진에서도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디젤 엔진 기술 자체의 문제도 아니며, 이번에 화재를 일으킨 N47 엔진의 국소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하드웨어 문제일 뿐, 소프트웨어와 무관”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이번 화재사고 원인이 하드웨어에서 비롯됐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프트웨어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사고차량에 적용된 소프트웨어와 EGR모듈은 유럽에 판매된 모델들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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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콜이 축척된 EGR쿨러(오른쪽)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

나아가 디젤엔진 중 EGR관련 불량률로 한국과 세계 평균을 비교해도, 0.1%와 0.12%로 큰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다만 한국 시장에서 최근 이토록 단기간에 집중된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BMW는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EGR 불량으로 인한 화재사고에 대해 자체 리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리콜은 이달 20일부터 시작되며, EGR쿨러 혹은 EGR모듈 교체와 EGR 파이프 청소를 포함한다. 현재는 리콜대상 10만 6,317대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 중이다.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조속한 안전진단을 위해 전국 61개 서비스센터를 24시간 가동 중이며, 콜센터 전문 인원을 200명과 주차 전문 인원을 100명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6일 07시 기준으로 30,879건에 대한 안전진단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리콜대상 차주들은 원할 경우 안전진단 기간 동안 렌터카 제공하는 방안도 이미 추가한 바 있다.

수많은 안전진단 차량을 단기간에 한정된 인원으로 처리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BMW는 안전진단 과정 자체가 고급 기술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안전진단을 받았음에도 화재가 발생한 사례에 대해서는 검사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다며 사과했다.

 

“BMW 본사, 2016부터 알고 있었다”

기자회견 중, BMW 본사에서 EGR관련 불량에 대해 처음 인진한 게 언제였냐는 질문에는 2016년이었다고 답했다. “당시 흡기다기관의 작은 구멍 현상에 대해 보고받았고, 그때는 원인을 알 수 없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올해 6월에서야 화재의 근본 원인에 도달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자발적 리콜 계획 발표 이후, BMW가 벌이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에서 적극적이고 조속한 해결을 위한 의지가 보인다는 평이 있다. 한편, 그렇다면 왜 지금과 같은 수습 노력을 진즉 기울이지 못했냐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장기간 수입차 판매 1, 2위를 다투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해온 BMW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당장의 사태 수습을 넘어 손상된 이미지를 복구하기 위한 장기간의 노력도 절실하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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