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페 전성시대다. 너도 나도 쿠페가 되지 못해 안달이다. 사람들이 마른 몸매를 위해 그 좋아하는 치킨을 끊듯, 자동차 역시 실용성과 안락함 대신 몸을 깎아내는 선택을 한다. 세단이 그렇게 된 지는 오래됐다. 쿠페의 옷만 걸치면 즉시 변신이 가능했다. 쿠페와 가장 비슷한 형태를 띠는데다 골격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SUV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쿠페+SUV' 조합이 생겨났다. 언뜻 보기에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조합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의외의 맛으로 인기가 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영역에 경쟁사보다 다소 늦게 발을 들여놨다. 그러나 쿠페 유행의 원조는 4도어 쿠페 'CLS'를 만든 벤츠다. GLE 쿠페와 GLC 쿠페가 당시 만큼의 임팩트는 없지만 원조가 만든 성골 모델임에는 틀림없다. 이번에 시승한 GLC 쿠페는 쿠페스타일 SUV 라인업을 담당하는 중추 모델이다.

경쟁모델인 BMW X4는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지난 6월까지 5,850대를 팔았다. 반면, GLC쿠페는 지난해 국내에 들어왔으나 판매량이 벌써 X4의 절반을 훌쩍 넘는 3,829대를 자랑한다. 인기의 이유가 뭘까? 기대를 안고 GLC 쿠페의 운전대를 잡았다.  

외모

기자가 조사한 바로는 GLC 쿠페 구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예뻐서'라는 이유를 든다. 수입차 고객들 중 '벤츠가 만든 날렵하고도 예쁜 SUV'라는 문장에 지갑을 꽁꽁싸맬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 GLC 쿠페는 2015년 상하이 모터쇼에 등장할 때부터 디자인으로 크게 호평 받았다. 어떤 한 방을 보여줄 것이라는 사실은 이때부터 예견됐다.  

GLC가 GLC 쿠페로 변신하면서 단순히 꽁무니만 쿠페 형태로 바뀐 건 아니다. 벤츠는 쿠페 스타일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비율을 완성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사이즈를 매만졌다.

총 길이는 4,700mm로 GLC보다 약 40mm 길고, 전폭은 1,910mm로 40mm 넓다. 높이는 1,610mm로 약 40mm 낮아졌다. 전체적으로 GLC를 위에서 살짝 누른 듯한 사이즈 변화다. 휠베이스는 2,875mm로 같다.

앞모습 역시 GLC와 거의 같다. 날렵한 헤드램프 형상, 밤하늘에 수놓은 별을 보는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 등이 GLC와 한 혈통임을 드러낸다. 국내 판매 모델은 AMG 스타일링 패키지를 적용해 AMG의 고성능 감성 역시 뽐낸다. 

그렇다고 앞모습이 이 차의 하이라이트는 아니다. 최근에 벤츠가 선보이는 강한 패밀리 룩 때문에 GLC인지 GLE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형제간에 사이가 너무 좋아도 문제. 

대신 벤츠는 이 차가 ‘쿠페’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민망해하지 않도록 아름답고 유려한 루프라인을 선사했다. 1열까지는 GLC와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인을 그려나가다가 2열부터는 트렁크 모서리까지 그대로 내리꽂는다. 붓으로 쓸어내린 듯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경쟁모델이 박력있는 방식이라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여성적 터치가 가미된 세련된 스타일이다.

옆모습 역시 눈썰미 없는 사람이라면 GLC 쿠페와 GLE 쿠페를 구분하기 어렵다. 단 한 가지 특징만 찾으면 된다. 바로 옆 유리창. 2열 창문 뒤에 붙은 오페라 글라스 형상이 상이하다. GLC 쿠페는 윗쪽으로 치켜 올린 형상을 만들어내면서 좀 더 스포티한 느낌을 냈다. 

뒷모습은 호불호가 갈린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덜 만든 듯 다소 난해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트렁크 끝을 살짝 찝어 준 것, 두툼한 뒷범퍼 등 여러가지 요소가 '둔하지 않은' SUV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인테리어 & 편의기능

이런 차는 날렵한 스타일링 이면에 가려진 것을 잘 봐야 한다. 폼 좀 내려면 추위에 떨어야 하듯, 자동차 역시 멋을 내려면 뭔가를 희생하기 마련. 넓은 공간을 장점으로 삼는 것이 SUV의 근본일진대 GLC 쿠페는 여기에 반기를 든다. 

2열 머리 뒤로 떨어지는 지붕라인은 실내공간을 얼마나 희생시켰을까? 일단 키 182cm인 기자의 몸에 앞좌석을 맞춘 후 뒷좌석으로 넘어왔다. 다행히 머리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자보다 키가 큰 사람에게는 뒷좌석에 타는 것이 고역일 수 있겠다. 

다리공간은 항공기 이코노미 자리처럼 비좁지 않다. 기자 기준으로 무릎에 주먹하나 들어갈 정도.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시트가 편하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까지 소화 가능하겠다. 등받이는 각도 조절이 불가능하며 허리가 다소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적재공간에서도 일부 손해를 봤다. 일반 GLC 모델은 기본 트렁크 용량이 580리터, 2열 폴딩 시 1,600리터까지 늘어나는데, GLC 쿠페는 기본 500리터, 2열 폴딩 시 1,400리터다. 기본 용량에서 약 80리터, 최대용량에서 약 200리터 정도 손해를 본 셈. 쿠페 스타일로 한껏 멋을 낸 자들의 숙명이다.

그래도 SUV라는 이름에 먹칠한 수준은 아니다. 기아 스포티지 적재용량이 기본 503리터이니, 비슷한 크기의 국산 준중형 SUV 정도 적재 능력은 지닌 셈이다.

실내 디자인은 C 클래스나 GLC 기본모델과 거의 똑같다. 센터페시아 위에 살포시 얹은 메인 디스플레이, 바로 밑에 줄지어 있는 에어컨 송풍구, 버튼 구성, 스티어링 휠, 계기반 등 언뜻 봐도 그냥 C 클래스다. 실내만 보면 이게 C 클래스인지 GLC 쿠페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 GLC를 보면서도 느낀 바이지만, 각 모델의 고유 특징이 있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최근 벤츠는 타 브랜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실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등장한 A 클래스만 봐도 소형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란하다. 아쉽게도 GLC 쿠페는 아직 그 최신 유전자를 부여받지 못했다. 다음 모델에는 최근 등장한 벤츠 모델들처럼 커다란 디스플레이 계기반과 비행기 터빈을 닮은 송풍구를 달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버튼 조작은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다만, 디스플레이 조작을 터치로 할 수 없다는 건 흠이다. 오른손 위치에 터치가 지원되는 커맨드 컨트롤러가 있지만,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터치가 대세가 된 것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벤츠는 지금까지 터치스크린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교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확실히 터치스크린이 시선을 많이 빼앗기는 하지만, 편의성도 포기할 수 없기에 많은 브랜드들은 앞다퉈 간결하고 사용하기 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이들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를 공개하면서, 터치스크린 확산에 저항하던 고집을 꺾고 있다. MBUX는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되는 음성 제어 기능을 중심으로 터치스크린을 도입했다. 올해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신형 A 클래스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GLC에도 다음 세대부터는 이 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내비게이션은 벤츠 본사에서 개발한 한국형 통합 버전이 내장돼 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간결한 구성에 주변 교통 정보까지 수신해 지도에 표시해준다. 국내 내비게이션보다 사용성이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송풍구에 덜렁덜렁 스마트폰을 매달아 놓을 일은 없겠다.

7,000만원을 호가하는 모델에 통풍시트가 없는 건 아쉽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통풍 시트는 2,000만원 남짓의 국산 준중형 세단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보편화된 편의 장비다. 그래도 3단으로 조절 가능한 열선 시트, 요추 받침 기능을 포함한 12방향 전동식 조절 시트, 메모리 시트 등으로 위안을 삼는다. 

주행감각

2.2리터 직렬 4기통 디젤을 품고 있는 GLC 쿠페 220d. 수치상 성능은 최고출력 170마력(3,000 ~ 4,200RPM), 최대토크 40.8kg.m(1,400 ~ 2,800RPM)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그렇게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국산 2.2 디젤 엔진이 200마력을 넘어서는 출력을 내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힘이 부족하지는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기자의 섣부른 판단에 기분이 나빴던 걸까? 엔진은 페달에 반응이 오는 족족 기자의 등을 꾸준히 밀어줬다.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답답한 겨를은 없다. 차는 수치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토크가 40.8kg로 초반 가속 시에도 묵직하게 차를 밀어준다. 컴포트 모드나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 대한 엔진 반응이 예상대로 빠르지 않다.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는 순간 운전자의 발끝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정도로 반응이 달라진다. 

이 차에 탑재된 9G-트로닉(9G-Tronic) 변속기는 엔진이 토해내는 힘을 여유롭게 받아낸다. 변속 시에는 RPM 게이지를 주시하고 있지 않는 이상 그 시점을 알아채기 쉽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부드럽다. 

수동모드로 바꿔 패들 시프트로 조작해보면 영민함을 손 끝으로 느낄 수 있다. 운전자의 두뇌와 회로로 연결돼있는 듯한 민첩함이 전달된다. 바늘이 움직이는 속도는 스포츠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SUV 치고는 빠른 편이다.

타이어 사이즈는 인상적이다. 전륜에는 255/45/ZR20, 후륜에는 285/40/ZR20로 보기보다 넓은 타이어를 끼우고 있다. 국산 SUV들이 보통 폭 235mm ~ 265mm 사이즈 타이어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폭이 넓다. 이런 넓은 타이어는 든든한 뒷모습과 안정된 하체를 선사하지만, 동네 타이어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주행 중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은 정숙성이다. 털털거리는 디젤 엔진인 것을 감안해서 조용하다고 평하는 것이 아니다. 가솔린 엔진과 대등하게 조용한 공간을 보장한다.

GLC는 서스펜션이 부드럽다는 평이 주를 이뤘는데, GLC 쿠페는 스포티한 외관만큼 이 보다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짱짱한 스포츠카처럼 노면 상태를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해주는 수준이 아니라, 부드러운 정도를 0에서 10까지 표현했을 때, 5에서 7쪽으로 중심축이 이동한 느낌이다. 

이렇게 한층 조인 서스펜션은 급격한 코너에서 본 실력을 발휘한다. SUV 인지라 무게중심이 다소 높음에도, 좌우 롤링을 최대한 억제하며 안정된 코너링을 선보인다. 접지력을 놓지 않으려 네 바퀴를 끊임없이 돌려대는 ‘4매틱(4-Matic)’ 4륜 구동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SUV라는 보기 좋은 핑계 아래 휘청하는 코너링 실력을 용인해달라고 할 시대는 이제 지난듯 하다. 

스티어링 휠은 차체와 따로 놀지 않는다. 보통 SUV는 울퉁불퉁한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과 전륜 바퀴 사이에 일정한 유격을 두는 경향이 있지만, 이 차는 빠른 반응성을 보인다. 쿠페로 변신하면서 스티어링 기어비는기존 16:1에서 15.1:1로 변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자율주행관련 기능들이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 무려 7,000만원이 넘는 차에 차선유지 보조 기능을 찾아볼 수 없고, 기아 모닝에도 있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기능조차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매력적인 선택지?

SUV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하다. 많은 수입 브랜드가 앞다퉈 SUV를 내놓는 이유다. 특히 쿠페형 SUV는 수입차 코너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전유물이다. 국산 SUV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 GLE 쿠페 같은 날렵한 SUV를 만나볼 수 없다. BMW X4마저 단물이 다 빠진 상황 역시 GLC 쿠페를 거부할 수 없는 메뉴로 만들어 준다.  

GLC 쿠페는 올해 5월까지 1,100대 이상 출고됐다. 7,000만원을 넘는 가격에 실내 공간에 손해를 본 쿠페 모델임을 고려하면 높은 판매량이다. 무엇보다 '쿠페 스타일은 이럴 거야'라는 선입견을 깬 것이 선전의 핵심 이유다. 최근 GLC 쿠페의 맞수 X4는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GLC 쿠페가 꾸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가격은 GLC 220d 4MATIC 쿠페가 딱 7천만 원, 프리미엄 버전이 7,360만 원, 250d 4MATIC 쿠페는 8천 50만 원이다.  기본모델은 19인치 휠과 듀얼존 에어컨 및 앞좌석 열선이 적용되지만, 프리미엄 버전부터는 20인치 AMG휠과 뒷좌석 열선까지 적용된다. 250d는 3존 에어컨, 9개 에어백(220d는 7개), 부메스터 오디오를 누릴 수 있다.

이미지 : 카랩DB, 메르세데스-벤츠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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