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400km/h지 400이라는 숫자는 실로 엄청나다. 정차 중에 툭하고 사고가 났음에도 뒷목 잡고 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몸져 눕는 사람도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주행 중 충격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신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일반인들은 안전성이 검증된 양산차의 운전대를 잡지만 고성능 스포츠카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채 완성되지도 않은 차의 시동을 건다. 이들은 200km/h를 쉽게 넘나들며 차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낀다. 최고의 하이퍼카 부가티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무려 400km/h에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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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스 비코치

부가티 베이론 개발에 참여했던 유명 테스트 드라이버 로리스 비코치(Loris Bicocchi)는 베이론으로 400km/h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위치한 20km의 거대한 원형 트랙 나르도 서킷에서 베이론의 최고시속을 공략하던 중, 오른쪽 앞바퀴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로 염라의 손을 잡을 뻔했다. 

아마 양산차 개발 역사상 처음 발생한 일이었을 거다. 그 때의 상황은 어땠을까? 그는 최근 유명 유튜버 다비드 치로니의 자동차 전문 채널에 출연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래 그의 발언을 소개한다. 

"그 테스트는 나르도 서킷에서 진행된 베이론의 첫 테스트였어요. 모두 엔진과 변속기 부서에서 온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프레임, 타이어, 서스펜션 쪽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손 댈 수 없었죠. 90%의 엔지니어가 엔진쪽 사람들로만 채워진 채 테스트가 시작됐습니다.

2002년인가 3년인가 그랬어요. 그때 우리가 나르도 서킷을 완전히 임대했는데 일요일 아침부터 속도테스트를 위해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죠. 오일이나 냉각수 계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려고요. 그저 일상적인 순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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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나르도 원형 서킷

한 번은 트랙에 올라가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엔지니어링 팀에서 최고속도 낼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나르도 서킷은 원형이지만 (도로가 안쪽으로 기울어 있어) 최고속도 240km/h로 달려도 운전대를 꺾을 필요가 없도록 설계돼 있어요..

운전대를 꺾고 꺾고 해서 360km/h가 되면 0.3~0.35g의 횡가속도를 견뎌야 합니다. 그런 상태로 차를 12km나 계속 주행하는 건 차에 좋지 않아요. 일단 타이어에 제일 안 좋죠. 바깥쪽으로 생기는 하중 이동 때문에 롤링이 생기고 타이어 온도가 올라가요. 

사람들이 부탁한 게 있어서 그래도 계속했습니다. 한 바퀴 타고 난 뒤에 엔지니어들이 이것저것 체크하더니 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면서 2바퀴 더 돌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제가 두 바퀴는 좀 많다고 했는데, 괜찮다면서 두 바퀴 더 전속력으로 달리자고들 말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두바퀴 달리는 미친 짓을 했죠. 최고시속이 390~398km/h을 왔다갔다 했어요. 나르도 서킷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떄문에 rpm도 100정도 오르내렸어요. 어쨌든 시속 390과 398 사이를 오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슉~! 하는 소리 이후에 펑하는 소리를 순간적으로 들었어요. 시작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좌측 앞쪽 타이어가 터진거죠. 좌측 펜더도 위로 들리더니 같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보닛도 함께 날아갔는데 이게 앞유리에 부딪치면서 유리가 찌그러지고 말았어요. 베이지색 펜더가 제 앞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고 유리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 때 시속이 390km/h였는데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타이어가 터졌을 때, 가드레일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있었어요. 순간 뒷바퀴도 가드레일에 부딪치면서 터졌습니다. 타이어가 도로 위에 떨어졌고 서스펜션도 망가지고 말았죠. 

실내 압력이 엄청났어요. 마치 400km/h로 날고 있는 비행기 위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듣지 않더군요. 브레이크 라인도 파열됐었을 거에요. 그때 갑자기 정신이 들면서 차를 가드레일에 기대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어가 살아 있는게 우측 앞바퀴 하나였던지라 방향 트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어쨌든 그런 방법으로 속도를 줄이려 애썼는데 차가 전복될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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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도 서킷

이후에 나르도 기술센터에서 시설물 수리비용 청구서가 날아왔는데, 거의 1.8km나 가드레일을 파손했다더군요. 부가티 담당자가 웃더니 비용을 다 대줬습니다. 

아무튼 속도가 좀 줄어들고 차를 가드레일에서 멀어지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타는 냄새가 나는거에요. 실내에 엔진 측정 장비와 이걸 운전석 뒤 엔진룸과 연결하는 수많은 케이블들이 있었는데 이쪽으로 연기가 들어왔어요.

차체 측면에는 오일냉각장치도 있었는데 가연성이 아니라서 다행이 불이 붙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엔진과 변속기 촉매변환장치 쪽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고 연기가 실내로 들이쳤습니다. 

어렵사리 속도를 줄이고 차를 세우긴 했는데, 문을 열려고 하니까 안 열리는 거에요. 사람이 긴박한 상황에 빠지면 힘을 내잖아요. 억지로 찌그러면 알루미늄 문짝을 발로 차서 열고 나왔죠.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그렇게 사고가 나고도 차체 프레임이 든든히 버텨줬다는 사실입니다. 차체 구조가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는 걸 증명했죠. 타이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베이론이 400km/h에 다다른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차체 철판이 문제를 일으켰던것 같아요. 

그리고 종종 조향세팅을 쉽게 조정하기 위해서 펜더 안쪽에 구멍을 내곤 했는데 아마 바람이 차체 철판에 변형을 주면서 타이어가 터진 것 같아요. 그래서 차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잘 작동해줬거든요. 일부 저질 부품을 교체품으로 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결국 부가티에게는 베이론이 그 속도로 충돌해도 괜찮다는 증명이 된 셈이죠. 프레임에는 금 하나 가지 않았어요. 전혀요. 서스펜션이나 외부 부품은 망가졌지만 차체 뼈대는 정말 잘 버텼습니다. 

그날 밤에 병원에 가서 문제가 없나 진단도 받았는데요. 결국 저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어요. 이런 일은 고객이 아니라 테스트 드라이버에게 일어날 나야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니까요. 

부가티 베이론은 2005년 출시된 초고성능 자동차다. 8리터 16 기통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001마력, 최대토크 127.6kg.m을 내뿜었다. 최고속도는 400km/h를 훌쩍 넘으며 타이어 1회 교체에 드는 비용은 약 4,000만 원 이상. 지금은 후속 모델 시론에게 자리를 내줬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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