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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가 신부 메간 마클을 재규어 E-타입에 태우고있다 (이미지: Raging Topics)

영국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출신 메간 마클이 결혼식을 올렸다. 흔치 않은 왕족의 결혼식인데다, 현실판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더해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건 그들의 웨딩카였다. 무엇을 봐도 ‘기승전차’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아래는 웨딩 당일 재규어 E-타입에 오르는 해리 왕자 부부의 영상.

윈저궁을 나선 신랑신부가 저녁 리셉션장으로 가는 길, 몸을 실은 차는 재규어 E-타입이다. 하늘색 늘씬한 차체는 배기가스 한 모금 내뿜지 않고 소리없이 내달렸다.

60년대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그들의 행복한 새 출발에 더 없이 잘 어울렸다. 2008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차 100대’ 리스트에서 1위에 오른 명성이 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끄러져 나가는 E-타입에는 엔진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그냥E-타입이 아니라 ‘E-타입 제로’ 였기 때문. ‘제로’에서 알 수 있듯 ‘E-타입 제로’는 공해 배출이 '제로(Zero)'인 전기차다. 전기차라면 보통 공기저항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미래적인 디자인을 떠올리기 마련이거늘, E-타입 제로는 이런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버린다.

E-타입 제로는 201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재규어 랜드로버 테크 페스트(Jaguar Land Rover Tech Fest)' 무대에서 첫 공개됐다. 1968년형 ‘E-타입 로드스터 시리즈 1.5’를 기본으로 엔진과 변속기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얹었다. E-타입 제로가 추구한 전통과 첨단의 만남은 헤리 왕자와 메간 마이클의 결혼만큼 파격적이다.

제작은 재규어 랜드로버의 ‘클래식 웍스(Classic Works)’에서 맡았다. 이들은 오리지널 E-타입에 완전히 다른 심장을 이식하면서도 오리저널의 성격과 운동성능을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단순히 E-타입의 껍데기만 빌려오는데 그치지 않고, 영혼까지 복사하고자 한 노력이 전통을 중시하는 재규어 답다.

E-타입 제로는 40kWh 용량의 배터리와 220kW(약 295마력) 출력의 전기모터를 품었다. 오리지널 E-타입의 XK6 엔진(XK6는 재규어가 1949년부터 1992년까지 생산한 6기통 엔진이다)이 들어있던 곳에는 비슷한 크기의 배터리가 위치했다. 배터리 바로 뒤, 원래 변속기 자리는 전기모터로 채웠다.

그 결과 전체 무게는 46kg이 줄었으며, 무엇보다 앞뒤 무게 배분을 오리지널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리지널 E-타입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주행감성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타입 제로의 시속 100km 도달시간은 5.5초다. 오리지널 E-타입에 비해 1초가량 빨라진 기록이다. (E-타입 제로의 5.5초보다 40년 전 차의 6.5초가 더 놀랍다) 이 역시 오리지널 E-타입의 한계를 감안하고, 동시에 고유의 주행감성을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전기모터의 출력을 제한한 결과다.

계기반에는 풀LCD를, 센터패시아에는 터치스크린을 심었다. 기어노브도 오늘날 재규어에 쓰이는 다이얼 방식이 들어갔다. 가늘고 커다란 운전대가 주는 클래식 감성과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첨단 느낌이 색다른 조화를 연출한다. 헤드램프는 LED다.

재규어는 E-타입 제로가 한 번 충전으로 270km까지 달릴 수 있고, 완전히 배터리가 차는 데는 가정용 충전기 기준으로 6-7시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 결혼식에 등장한 E-타입 제로는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진정한 신스틸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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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타입 제로와 I-페이스

한편, 재규어는 전동화 물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일찍이 포뮬러-E에 뛰어들었고, 순수전기차 'I-페이스'가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I-페이스는 현재 국내에서도 사전예약이 진행 중이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이미지: 재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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