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투리스모를 보면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자동차를 다루는 기자 입장에서 코란도 투리스모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데, 가정형편 탓에 아직 빛을 못 보는 학생 같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올해 얼굴을 완전히 뜯어 고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됐다. 이전보다 훨씬 세련된 얼굴에 호감이 간다. 하지만, 근본은 2013년 코란도 투리스모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된 당시에 두고 있다. 

때문에 좋은 점, 아쉬운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미 수많은 시승기가 나와 있으므로 구석구석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중요 포인트만 콕 찝어 선명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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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좌석

부족한 수납공간, 여전히 안 보이는 2열 컵홀더

시승차를 보내는 순간까지 머리를 맴돌던 포인트다. 명색이 카니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미니밴인데 2열시트에 컵홀더가 없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11인승의 경우 가운데 좌석을 접어 컵홀더를 쓸 수 있다)

1열 암레스트 뒷쪽, 2열 문짝 안쪽, 시트 측면 어디를 봐도 음료수 꽂을 데가 없다. 시승차를 타고 속초를 다녀오는 동안 뒷좌석에서 내내 커피를 손에 들고 있어야 했다. 굳이 음료수를 손에서 놓고 싶다면 바닥에 내려놓거나 3열시트 컵홀더를 써야 한다. 아니면 1열시트 등쪽 시트 포켓에 꽂든지.

하지만 음료가 든 상태에서 시트포켓에 꽂는 것도 문제다. 1열 승객이 이걸 모르고 뒤로 젖히기라도 하면 음료수가 왕창 쏟아진다. 2018년형이 되면서 1열시트 등 뒤에 있던 접이식 테이블이 사라졌다. 암레스트나 문짝 안쪽에 음료수 자리 하나 새로 생겼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추가되지 않았다. 

너무 느린 오토 헤드램프

고속도로 상 시속 100km/h로 터널에 진입했다. 어두운 곳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헤드램프를 켜주는 기능이 너무 느리다. 헤드램프가 켜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기자의 계산으로 약 3초 가량 걸렸다. 

조명이 있는 터널에서는 이게  괜찮을지 몰라도 조명이 없는 곳에 진입한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 그나마 LED 주간주행등이 있는 것이 다행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어두운 곳에 진입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다음 세대에서는 반드시 작동 시점을 당겨야 한다.

1열 시트높이 조절 기능 꼭 넣어야

코란도 투리스모는 시트가 편안하다. 딱딱한 정도가 다른 두가지 패드를 사용해 안락하다. 운전자의 시점도 높다.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운전할 수 있다. 로드스터를 타는 기자 입장에서 여간 눈이 시원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다른 데서 나타났다. 키 175cm 인 기자가 승하차 할 때 자주 A필러(앞유리 양쪽 기둥)에 머리를 부딪쳤다. 기자보다 키가 더 큰 사람이라면 분명 승하차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키 180cm이 넘는 동료는 곧잘 불편함을 호소했다. 

지붕을 더 높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시트 높낮이 조절기능을 집어넣어 승하차 편의성을 보장해야 한다. 운전자세를 바르게 잡기 위한 측면에서도 이 기능은 꼭 추가돼야 한다. 

4열시트 떼어낼 수 있다면

4열시트는 2명이 앉을 수 있다. 9인승 승합차 혜택을 누리기 위해 꼭 필요한 자리다. 하지만 4열을 펼치면 트렁크 공간이 경차수준으로 줄어들고 4열을 접어도 바닥에 매립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제한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9인승 승합차의 이점 중 하나가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고속도로를 자주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4열 시트를 탈착식으로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2-3열까지 공간이 뻥 뚫리면서 활용성이 확 높아질 것 같다.

완전히 자리잡은 새 얼굴

코란도 투리스모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얼굴이다. 최근 유행하는 그릴과 헤드램프 그래픽이 연결된 방식을 취한다. 인기모델 티볼리, G4렉스턴과 특징을 공유하는데, 티볼리는 너무 단순하고 G4렉스턴은 면변화가 너무 많은 반면, 코란도 투리스모의 얼굴은 단정하면서도 특징을 잘 나타낸다. 가장 완성도가 높다. 

페이스리프트를 소극적으로 할 경우, 철판으로 된 부분은 그대로 둔 채, 쉽게 변경이 가능한 범퍼, 헤드램프 정도만 바꾼다. 그러나 코란도 투리스모는 보닛, A필러(앞유리 양쪽 기둥), 트렁크 게이트 등 여러 곳의 디자인을 바꾸는 등 적극적인 변경을 단행했다. 

시원한 주행감각

코란도 투리스모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내는 2.2리터 LET 디젤 엔진이 둥지를 틀었다. LET는 '로 엔드 토크'의 머릿글자만 따서 만들었다. RPM이 1,400rpm일 때부터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출발 시 혹은 중저속 주행 중 가속감은 덩치를 잊게 만들 정도로 호쾌하다. 탁 트인 시야에 시원한 가속감이 더해지면 경쟁모델 카니발이 아쉽지 않은 순간이 온다. 벤츠가 만든 7단 E-트로닉 변속기를 조합한 덕분에 시속 100km/h 수준 까지는 찰지게 가속한다. 

생각보다 잘 잡은 소음과 진동

소음과 진동은 생각했던 것 보다 잘 잡았다. 디젤차다보니 1열시트까에서 소음과 진동이 가솔린차 수준으로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열의 소음진동은 기대 이상으로 잘 잡았고, 정속주행 시에는 가솔린차 부럽지 않게 조용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고급차가 아니다.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했다거니 문틀에 G4렉스턴처럼 다중 실링을 적용하지 않았다. 떄문에 주행 중 바닥 소음은 어느 정도 올라오는 편이다.

고급차 느낌의 승차감과 넓은 공간

비록 오래된 뼈대이긴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E클래스 플랫폼과 개선된 고급세단용 앞뒤 서브프레임을 사용했다. 앞쪽에 더블 위시본, 뒷쪽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집어넣어 비슷한 형태의 다른 경쟁모델보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진중하다. 

개발 시기가 비슷한 다른 국산차를 월등히 뛰어넘는 것은 물론 큰 요철에 대한 대응은 수준급이다. 과속방지턱 진입 시, 탈출 후 진동을 말끔하게 처리한다. 다만, 덩치가 큰 차이기 때문에 제동 시 앞뒤로 쏠리는 경향을 느낄 수 있다. 

앞뒤로 넓은 공간 역시 이 차의 최대 강점이다. 2열시트를 최대한 뒤로 슬라이딩을 한 채, 등받이를 눕히면 1등석 부럽지 않다. EQ900 리무진보다 더 넓은 다리공간과 시원한 개방감 덕분에 잠이 솔솔 온다.  

미니밴으로서는 유일한 사륜구동

카니발 실내에 없는 게 코란도 투리스모에는 있으니, 바로 ‘사륜구동 버튼’이다. 고속사륜구동-저속사륜구동-고속후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기자는 바다 낚시에 사진 촬영도 할 겸, 살짝 얼어있는 해변가에 차를 댔는데, 구도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차를 이동 시키는 도중 타이어가 모래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내가 또 남의 차로 무슨 일을 벌인 건가 싶던 와중, 잠시 잊고 있었던 사륜구동이 생각났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는 사륜구동 버튼을 저속 사륜구동을 의미하는 4L로 놓자 네 바퀴가 함께 움직이면서 어려움없이 모래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록 이런 상황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차체 덩치가 이렇게 크고 레저활동을 많이 즐기는 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록 엔진 힘이 그렇게 폭발적이지 않지만 거대한 덩치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있는 게 좋다. 

이런 가족형 미니밴을 사는 사람들이 주 타깃인 만큼, 경쟁모델에 없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것은 큰 장점이다. 

쌍용차는 SUV 전문 브랜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려 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처럼 현대기아차가 발 들이지 않은 영역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다.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4륜구동 미니밴’이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컵홀더 같은 디테일은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쌍용차가 지금껏 힘든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지점을 놓치는 것은 고급차 느낌의 승차감과 넓은 공간감으로 쌓아올린 점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가격은 9인승 기준으로 기본모델인 TX 3,076만 원과 LED 안개등, 사이드 에어백, 스마트 미러링 기능이 있는 RX 3,249만 원 두가지다. HID 헤드램프, 사이트스탭, 트렁크 LED 램프가 추가된 3,249만 원 짜리 아웃도어 에디션도 있다. 

9인승 승합차 혜택 참고기사: 사장님차가 세단이 아니라 '9인승 승합차'인 이유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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