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사진만 받아뒀던 소개팅 그녀를 1년 만에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지난 해 나온다던 르노 클리오가 이제 나왔다. 클리오는 지금까지 1,400만 대 넘게 팔린 지구상 몇 안 되는 최고 인기 모델이다. 폭스바겐에 골프가 있다면 르노에는 클리오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누린 그 큰 인기, 대부분 유럽사람들이 만들어 준 거다. 클리오가 대한민국 땅에 들어왔다고 해서 똑같이 선전하리하는 법은 없다. 우리나라는 해치백의 무덤인데다 지금은 SUV 대세 시대라 타이밍이 좀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뭐, 괜찮다. 제품 좋고 사람들이 살만 하면 판매량은 올라간다. 사전계약이 약 10일 만에 1,000대를 넘겼다고 하니 소비자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것 같다. 이제는 진짜 제품을 보고 얘기할 차례. 클리오의 시승 느낌을 공유한다.

외부 디자인

르노삼성이 들여온 클리오는 4세대다. 르노의 패밀리룩을 품고 있지만 이게 최신 버전은 아니다. SM6와 QM6, 메간의 'ㄷ'자 주간주행등이 적용된 디자인이 최신이다. 클리오에는 2016년 부분변경 당시 헤드램프에만 소심하게 적용됐다. 

헤드램프에는 LED가 사용된다. 아쉽게도 상위 등급인 인텐스 등급에만 넣을 수 있다. 인텐스 등급에서는 헤드램프, 보조등, 주간주행등, 리어램프에 모두 LED 광원이 적용된다.

클리오는 '르노삼성' 말고 '르노' 브랜드로 판매되는 첫 차다. '태풍의 눈' 로고 대신 르노의 '로장쥬' 엠블럼을 단다. 훨씬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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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에 태풍의 눈 로고를 박으면 이런 모습이다, 카랩 예상도

측면은 뚜렷한 캐릭터 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곡면이 주는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2열 도어 손잡이는 현대 벨로스터나 쉐보레 스파크처럼 2열 창문 윗쪽에 자리잡았다. 덕분에 측면이 더 깔끔하고 스포티해보이는 효과가 있다.

창문 아래 크롬 장식과 앞뒤 범퍼의 유광 검은색 플라스틱 장식은 1,990만원 짜리 '젠'등급에는 빠진다. 'ㄷ'자형 LED 주간주행등도 범퍼 아래 다른 모양으로 배치된다. '젠'등급을 살 거라면 카탈로그 사진만 믿고 계약서에 싸인하면 안 된다.

뒷모습은 앞이나 옆보다 스포티하다. 뒷 펜더에 풍성하게 볼륨을 줘 더 단단하고 야무진 느낌을 준다. 

실내 & 편의장비

클리오의 실내는 최근 차급에 안 맞게 억지로 고급스러워 보이려는 차들에 경종을 울린다. B세그먼트에 맞게 경제적인 느낌을 준다. 단순하지만 한 두 곳에 위트를 집어넣은 담벡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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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포인트 컬러를 적용한 인텐스의 실내

그렇다고 대시보드를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것은 아니다. 늘 손이 닿는 부분은 모두 말랑말랑한 소재로 처리하거나 가죽으로 감쌌다. 인텐스 등급에서는 그레이나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도 있다. 

 

국산차나 독일차처럼 이런저런 버튼들을 여럿 늘어 놓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처음 타는 사람도 쓰기 쉽게 센터페시아를 매우 단순하게 구성했다. '단순하고 깔끔하게 꼭 필요한 것만, 대신 너무 지루하지 않게' 이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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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포인트 컬러가 적용된 인텐스의 실내, 젠 등급은 모두 검은색

곳곳에는 QM3에서 봤던 요소들이 눈에 띈다. 같은 혈통에서 태어난 같은 급 모델이다 보니 내장재도 일부 공유한다. 계기반, 송풍구, 에어컨 조작부, 문 손잡이 등이 완전히 같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 역시 QM3에서 익히 봐 왔던 디자인이다. 림은 다소 굵은 편으로 손 큰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기자에게는 아주 훌륭한 그립감을 선사했지만 손이 작은 여성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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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스티어링 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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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및 핸즈프리 조작 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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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컨트롤, 에코모드 버튼

스티어링 휠 버튼도 현대기아차나 독일차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크루즈컨트롤 버튼과 속도제한 버튼만 있고, 음량 조절, 전화 송수신 버튼은 스티어링 휠 뒤에 별도로 마련됐다. 익숙해지면 꽤 편하지만 처음 사용하는 이들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계기반 역시 QM3와 똑같다. 좌측에 RPM 게이지, 우측에 연료 게이지가 자리하고 속도는 디지털 방식으로 띄워준다. 시인성은 좋은 편.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터치스크린이 터를 잡았다. 조금 작이보이는 느낌이 있지만, 운전석에 앉아서 바라봤을때 시인성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내비게이션은 티맵이 내장돼 있으며, 주차보조와 관련된 화면을 띄워주고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한다.

USB 포트와 AUX는 화면 옆에 배치돼 있다. 찾기 쉬운 건 좋지만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주렁주렁 나무 줄기가 내려온 것 같아 미관상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시트에는 가죽과 직물이 함께 쓰였다. 측면은 가죽으로 감쌌고, 엉덩이와 등이 닿는 편평한 부분은 직물로 덮었다. 착좌감은 준수하다. 등받이 좌우 사이드 볼스터가 생각보다 크게 나와 있어 코너링 시 신체의 쏠림을 잘 잡아준다. 높이 조절도 가능하다. 등받이 각도 조절이 수동 다이얼 식인 것은 참고하자. 끝까지 뒤로 눕히려면 열심히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열선은 있지만 통풍기능은 없다. 2열 열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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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포인트 컬러가 적용된 인텐스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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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포인트 컬러가 적용된 인텐스 등급

전체적으로 수납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글로브 박스 용량도 다소 작아보인다. 프랑스차들이 없는 공간 파내기를 참 잘 하는데 클리오는 예외다. QM3에 있는 대용량 슬라이딩 글로브 박스 ‘매직 드로어’가 자꾸 생각난다. 거기에 노트북 넣어두면 딱인데.

실내에 음료수를 꽂을 수 있는 곳은 암레스트 주변 세 군데다. 그런데 크기가 애매하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컵홀더는 그나마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간신히 넣을 수 있으나 2열쪽에 있는 컵홀더는 소주잔보다 약 1.5배 큰 난감한 사이즈다. 홀쭉이 캔 하나 간신히 들어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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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애매한 1열 컵홀더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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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포인트 컬러가 적용된 뒷좌석 전경, 운전석은 맨 앞으로, 조수석은 맨 뒤로 민 상태

2열 공간은 다소 비좁다. 앞뒤 바퀴사이 거리가 2,590mm로 소형차치고 탑승공간을 최대한 살핀 편이지만, 차급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1열 좌석 탑승자와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하다. 신장이 182cm인 기자 몸에 앞좌석을 맞춘 후, 2열에 앉으면 무릎 공간이 손바닥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다. 헤드룸 역시 마찬가지. 뒷자리에 타고 부산까지 논스톱으로 가기에는 좀 힘들겠다.

2열에는 별다른 편의장비가 없다. 시트 가운데 팔걸이도 안 보인다. 에어컨 송풍구나 전자제품 케이블을 꼽을 만한 별도의 포트도 없다. 대신 오디오는 보스 제품이다. 소형차에 이런 스피커가 들어갔다는 건 칭찬할 점. 상위 등급인 인텐스에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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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급에서는 유일하게 보스 7스피커 오디오가 적용된다, 인텐스 등급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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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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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시트를 접은 상태

제원상 트렁크 용량은 기본 300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146리터까지 늘어난다. 그리 넓다고 표현할 만한 공간은 아니지만, 대형 28인치 여행용 캐리어 3~4개 정도는 충분히 집어 넣을 수 있다. 

주행 감각

“소형차는 보통 주행 감각을 포기하기 마련인데, 클리오는 주행 감각을 포기하지 않았다. 타 보시면 안다”

르노삼성 관계자의 말이다. 늘 르노삼성 시승현장에 올 때마다 개발담당자의 발언이 신뢰도를 쌓아왔던 터라 기대가 됐다. 정말 그랬다. 코너링이 참 재미있다. 서스펜션 자체가 그렇게 단단한 편은 아니지만 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큰 롤링 없이 차체가 잘 버텨주면서 돌아나간다. 운전대 잡는 맛이 참 좋다.

반복되는 와이딩 구간에서는 준수한 차체 강성을 느낄 수 있다. 급격하게 차를 휘둘러도 삐그덕 거리며 비틀리는 잡음이 전혀 들리지 않고 생각보다 든든하다. 역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회사답다

클리오는 출력 최고출력 90마력(4000rpm), 최대토크 22.4kg.m(1750~2500rpm)을 내는 1.5리터 디젤 엔진을 얹는다. 여기에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QM3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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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90마력 1.6리터 디젤 엔진

차체 무게가 1235kg로 가볍기 때문에 중저속 가속에서는 시원하게 잘 나간다. 시내 주행 중 가속에는 무리가 없다. 일상용 차로 사용하면서 “힘 딸려서 못 타겠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듯 하다.

다만, 고속에서는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80km/h 언저리에 들어가면서 두 자리수 출력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고속 안정성이 소형차임에도 굉장히 뛰어난 점은 칭찬하고 싶다. 스티어링 휠이 꽤 무겁게 느껴지면서 동급 경쟁모델을 탈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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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작하는 레버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저속에서 특유의 충격이 살짝 느껴지지만 2-3단을 벗어나면 부드럽고 신속하게 변속한다. 패들시프트는 없다. 듀얼클러치 답게 RPM 변화가 신속하다. 수동모드에서 RPM을 무작정 높이면 레드존 직전에 알아서 상위 기어로 바꾼다.

풍절음은 소형차치고 꽤 잘 잡았다. 고속에서도 풍절음이 많이 들리지 않는다. 디젤 엔진 소음과 노면 소음은 다소 거슬리지만 천만원 후반대 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소형차라는 차급을 생각하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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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 뒷차축 하부,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돼 있다

서스펜션은 전륜에는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토션빔이 쓰였다. 세팅은 안락함과 스포티함의 중간에서 타협점을 둔 듯 하다. 국산차 보다는 유럽차 스타일에 한발 가까이 간 느낌이다. 요철은 넘을 때의 느낌은 꽤 고급스럽다. 2차 진동을 최대한 거르고, 깔끔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브레이크는 전륜에 디스크 브레이크, 후륜에 드럼 브레이크다. 그리 예민하지도 무디지도 않기 때문에 일상 영역에서 제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드럼 브레이크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타보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드럼 브레이크가 소모품 수명이 더 길고 부피가 작아 소형차에 제격이다. 라이닝과 브레이크 슈가 모두 드럼 안쪽에 들어가 있어 환경 오염의 우려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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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17인치 휠과 전륜 디스크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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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클리오 후륜 드럼 브레이크

공인 연비는 무려 17.7km/l. QM3보다 가벼워 연비가 더 우수하다. 공회전 및 급가속, 급정거를 자주 했으나 트립 컴퓨터에 표기된 연비는 17.0km/l다. 에코모드를 켜고 발가락 신공을 시전하면 더 우수한 연비도 가능하겠다. ISG 기능도 있다. 시동이 걸리는 느낌은 다소 투박하다.

클리오가 선사하는 운전의 즐거움은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위 '쏘는 차'는 아니지만 앙증맞게 요리조리 돌아다니면서 중저속 도심운전의 즐거움을 듬뿍 선사한다.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교외나 서킷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겠다.

가격 

클리오는 1,990만원 부터 시작한다. 해외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이천만 원에 살 수 있는 수입차다. 경쟁 모델로는 현대 엑센트, 기아 스토닉 수입차로는 프리우스C가 있다. 르노삼성은 2,590만 원인 푸조 208까지 언급했다. 

국산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비싸다. 특히 엑센트 풀옵션은 1,700만 원 대로 이 차급에서는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다른 가치 생각할 것 없이 무조건 가격만 보고 저렴한 소형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클리오는 답이 아니다. 

그러나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소형차라고 해서 단순 비교는 금물이다. 클리오는 그저 '저렴한 탈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수입 소형차를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보다 저렴한 가격의 최고 인기 수입차로 다가가며, 국산차를 사려던 사람에게는 추가로 투자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부여한다. 

르노삼성은 미리 가격을 공개했다. '젠'이 1,990만원, '인텐스'가 2,320만원이다. 330만원 가격 차이에는 ▲LED 헤드램프 ▲'ㄷ'자 주간주행등 ▲코너링 램프 ▲창문아래 크롬 장식과 유광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장식된 범퍼가 포함된다. 

실내에서는 ▲1열 시트 열선 ▲자동에어컨 ▲보스오디오와 7스피커 ▲키리스 엔진 시동기능이 포함된 인텔리전트 스마트키 ▲전자식 룸미러 ▲전방주차경보시스템 ▲스포츠페달 ▲회색 인테리어 + 회색 포인트 검은 시트 ▲블랙인테리어 + 붉은 포인트 검은 시트 ▲가죽 스티어링 휠 + 가죽 기어레버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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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텐스의 가격은 2,330만원

이미지 : 카랩DB, 르노삼성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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