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랩=이광환] 봄이다. 개나리의 노란색을 ‘뿜뿜’ 풍기는 자동차 회사가 있으니, 바로 르노삼성이다. ‘태풍의 눈’ 엠블럼의 바탕도, 전시장 입구도, 홈페이지 메인컬러도 모두 노란색이다.

지난 2000년, 르노그룹과 한 식구과 된 르노삼성자동차는 꽤 오랫동안 짙은 파랑을 CI(기업이미지, Corporate Identity) 메인컬러로 사용해 왔다.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사용하던 색깔이었고, 덕분에 삼성자동차가 국내시장에 구축한 인지도와 신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르노삼성차가 메인컬러를 노랑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초부터다. 서울 일부 전시장부터 노란색을 중심으로 정문과 실내를 꾸몄다. 노란색은 다름 아닌 모기업인 르노그룹의 메인컬러다. 르노 라인업의 다양한 모델 사진을 매장 한 쪽 벽에 커다랗게 붙이기도 했다. 당시, 르노삼성차는 2017년까지 전국 모든 매장의 컬러를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르노삼성차와 삼성은 사업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으며, 다만 ‘이름값’만 삼성에 지불하고 있는 상태. 이에 대한 대가는 연매출의 0.8%다. ‘르노’ 대신 ‘르노삼성’이 벌어다 줄 이득에 대해 주판을 튕겨보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이마저도 2020년이면 계약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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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엠블럼과 르노 라인업 사진이 르노삼성 전시장의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르노삼성차의 노란색 사용 확대가 ‘삼성 지우기’의 시작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게 당연한 상황. 과거 한국GM이 쉐보레를,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를 출범하며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홍보비용과 많은 노력을 생각하면 대중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사람들 머릿속에 ‘르노삼성’을 ‘르노’로 바꿔서 입력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을 터다. 계약 만료 전,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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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르노 클리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에 클리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과연 클리오 코 끝에 ‘태풍의 눈’과 ‘다이아몬드’ 중 어떤 엠블럼을 붙이고 나올지, 이마저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SM6나 QM6 구매자들 중, 애프터마켓 용품을 통해 ‘다이아몬드’ 엠블럼으로 바꿔 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반면, 르노삼성차의 한 관계자는 “내부 조사 결과 아직은 삼성이 빠진 ‘르노자동차’의 인지도가 기대보다 높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지 섣불리 확단할 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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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그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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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홈페이지

본국 프랑스의 르노 매장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르노삼성 매장의 꾸밈과 상당히 유사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노란색을 르노그룹에서 지정해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두 곳 홈페이지는 모두 ‘ffcc33’으로 같은 색상코드를 쓰고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르노삼성차의 ‘삼성 지우기’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계약이 끝나는 2020년이 되기 전, 얼마나 빨리, 말끔히 지워낼지가 문제일 뿐이다. 클리오의 코끝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