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989년 1세대 LS가 태어났을 당시 TV 광고다. 렉서스는 이 영상과 함께 조용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사람들의 뇌리기 깊이 각인시키며 북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후 LS는 세대를 거듭하며 더 조용하고, 더 편안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렉서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같은 방향으로 굳어졌다.

 

렉서스가 지난달 5세대 LS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2006년 4세대 LS가 나온 지 무려 11년 만이다. 2013년 스핀들 그릴을 포함한 대규모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니 망정이지 단골 ‘사골’ 메뉴에 오를 뻔했다.

출시 행사에는 1세대 LS도 함께했다. 눈부시게 발전한 후손의 데뷔를 흐뭇한 미소로 축하했으리라. 이날 만나본 5세대 LS의 디자인은 상전벽해가 따로 없을 만큼 놀라운 변신을 보여줬다. 비교 상대를 1세대가 아닌 4세대로 바꿔도 놀라움은 줄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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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LS

그리고 바로 다음날,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LS를 다시 만났다. 실내외 디자인을 좀 더 꼼꼼하게 둘러보고, 짧은 시간이나마 운전석과 ‘사장석’을 오가며 LS를 경험할 수 있었다. 5세대로 진화한 LS는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느낌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렉서스의 변화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기함 LS까지 이렇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다.

 

'L-피네스'의 정점

렉서스는 2004년 컨셉트카 LFC를 통해 ‘L-피네스(L-Finesse)’라고 불리는 디자인 철학을 들고 나왔다. 렉서스 컨셉트카들에 붙는 이름 ‘LF’가 바로 ‘L-Finesse’의 줄임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째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기괴함을 더해가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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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공개된 컨셉트카 LF-NX (이미지:렉서스)

화살촉 모양 주간주행등과 스핀들 그릴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파격이었다. 매끈해야 마땅할 면들까지 있는 대로 난도질했다. 괴기함의 정점을 찍은 모델은 2013년에 공개된 컨셉트카 LF-NX였다. 심지어 ‘이게 무슨 안구테러냐’는 의견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게 나였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그러던 중, 올해 초 LC가 태어났다. 2012년에 공개된 컨셉트카 LF-LC를 거의 그대로 양산했는데, 이게 내 눈을 홀렸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반복노출효과’ 탓일까, L-피네스가 그만큼 숙성된 덕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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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 500h

5년 전, LF-LC를 보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 당시 내 안목이 얼마나 미천했는지 흑역사를 걸린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후 돌아본 ‘LF-’ 돌림 렉서스 컨셉트카들은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이제야 알았냐?’는 실소를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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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LS의 기본이 된 컨셉트카 LF-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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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LS의 기본이 된 컨셉트카 LF-FC

다시 LS 얘기로 돌아가 보자. 5세대 LS는 2015년 도쿄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트카 ‘LF-FC’를 기본으로 했다. LC를 통해 눈을 뜬 내 심미안은 이제 LS를 향해 하트를 날리지 않을 수 없었다. L-피네스 특유의 디자인 요소들이 길이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의 넉넉한 풍채에 시원시원하게 녹아들었다.

이제 스핀들그릴은 렉서스 디자인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될 만큼 차체와 완벽한 조화를 보인다. ‘Lexus’의 ‘L’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패턴의 완성도는 렉서스 스스로 ‘이만큼 꼼꼼히 만들었어요’ 자랑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보고 감탄했을 지경. 보는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아름다운 반사를 보인다.

 

양옆으로는 알파벳 ‘Z’를 닮은 가늘고 날렵한 헤드램프가 자리했다. 램프만 똑 떼어놓고 보면 스포츠카의 눈인 줄 알겠다. 그 안에 나란히 박힌 3개의 작은 LED 광원과, 범퍼까지 파고든 화살촉 모양 주간주행등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눈매를 만든다.

스핀들 그릴과 보닛, 헤드램프가 만나는 지점의 굴곡은 불룩 솟은 앞 펜더를 안으로 사라졌다 캐릭터라인으로 되살아난다. 옆면을 날카롭게 가로지른 캐릭터라인은 뒤 펜더 부근에서 희미해졌다 리어램프까지 이어진다. 차체 전반을 아우르며 속도감을 더함과 동시에 강약 조절을 통해 펜더의 볼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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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필러와 C필러가 유리와 거의 평면을 이뤄 보기도 좋고, 풍절음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뒷모습은 리어램프 사이를 잇는 크롬과 바깥쪽 아래로 향한 선들의 반복이 얼핏 동생 ES를 떠올리기도 한다. 입체적으로 포갠 ‘L’모양 리어램프도 LS에 날렵함을 더하는 요소. 크게 키운 ES 엉덩이에 LC 디자인을 얌전하게 다듬어 섞으면 LS의 뒷모습이 나올 듯하다.

 

'오모테나시'의 절정

이번엔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밖에서 느꼈던 LS의 신선함은 실내에서도 줄지 않는다. 독일 3사를 비롯해 다른 여러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기함에서 보았던 실내와 또 다른 렉서스만의 개성이 듬뿍 묻어난다.

LS 실내의 가장 큰 특징은 실내 전체를 감싸 흐르는 곡선이다. 이 선들이 만들어낸 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겹치고 포개져 저마다 소재를 달리하고 각각의 기능을 품었다. 마치 자동차 실내라기보다 바람이 깎아놓은 자연의 일부 같다.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독특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소재도 1억 중반부터 시작하는 몸값에 부족함이 없다. 부드럽고 촉촉한 가죽으로 감싼 시트와 대시보드부터, 알칸타라로 덮은 천장, 헤링본 패턴 나무 장식까지 시선이 닿고, 손이 머무는 모든 부위를 고급 소재로 덮었다. 대시보드 중앙 송풍구를 가로지르는 6가닥의 금속선은 마그네슘이다.

 

렉서스는 LS의 실내를 ‘오모테나시’라는 일본어로 설명했다. 손님 대접에 있어서 단순한 친절을 넘어 상대 마음까지 헤아리는 의미이라는데, 렉서스는 오모테나시를 위해 디자인과 소재를 넘어 세심한 기능까지 신경 썼다.

먼저 스마트키로 잠긴 문을 여는 순간,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차체를 3cm 올려주는 ‘액세스 모드’가 있다. 몸을 덜 숙이면서 엉덩이가 시트에 편안하게 착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안전벨트를 쉽게 착용하고 풀 수 있도록 홀더까지 자동으로 솟아 나온다. 1열 시트 뒤에 달린 모니터는 등받이 각도에 맞춰 자동으로 기울기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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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스 모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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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안전벨트 홀더

문을 열면 시트와 운전대가 물러나고, 마지막에 속도가 느려져 슬며시 여닫히는 창문은 LS에게 너무 사소하다. 오버헤드콘솔(천장에 룸미러와 실내등이 모여 있는 곳)의 센서를 통해 네 좌석마다 승객의 체온을 감지하고 에어컨과 시트 열선, 통풍, 운전대 열선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정도는 돼야 자랑거리다. 렉서스가 ‘클라이밋 컨시어지’라고 부르는 기능이다.

아쉬움도 있다. 통합 인포테인먼트 조작을 위한 기어레버 뒤 터치패드는 운전 중 조작하기 썩 편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실제로 불편한지는 이날처럼 짧은 시승을 통해 알 수 없었다.

해외사양에 들어간 거대한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점도 불만이다. 폭이 60cm, 높이가 15cm에 달한다는 대형 HUD는 ‘눈 뜬 심봉사’의 시원함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한해협에 빠뜨리고 왔다. 후방을 카메라로 찍어 보여주는 전자식 룸미러도 국내사양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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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양에는 빠진 전자식 룸미러

이 급의 세단이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2열 공간은 넉넉하다. 2열 시트 등받이를 한껏 눕혀도 얼마든지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 특징이라면, 이번 LS는 선대와 달리 ‘롱 휠베이스’ 버전이 따로 없다.

5세대 LS는 길이 5,235mm 휠베이스 3,125mm다. 4세대 롱 휠베이스 모델 ‘LS 460 L’과 비교해도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25mm, 35mm 늘어났다. 엄밀히 따지면 ‘기본 휠베이스’ 버전을 생략했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독일 경쟁모델들과 견주면 ‘기본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의 중간에 해당하는 크기다.

 

회장님은 달리고 싶다!

자, 이제 달려볼 차례다. 대형 럭셔리 세단이지만 시트포지션이 낮고(실제로 이전 세대에 비해 3cm 내려갔다.) 운전 자세가 꽤 스포티하다. 운전대 림도 두꺼운 편.

시동을 걸고, 아니 전원을 넣고 출발한다. 초반 저속구간에서는 계기반에 ‘EV’ 불이 켜지고 전기로만 미끄러진다. 대략 시속 30km를 넘기면서 엔진이 깨어난다. LS가 보여준 의외의 반응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엔진의 기지개가 생각보다 또렷하다. 일부러 신경을 집중해도 대체 언제 엔진이 치고 빠지는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들과 다르다. 최근 경험한 ‘캠리 하이브리드’가 딱 이랬다. 같은 핏줄의 비슷한 개발 방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과속방지턱을 만났다. 그동안 렉서스가 쌓아놓은 느긋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머리에 그린 채로 바퀴를 얹었다. 어, 웬걸? 승차감이 제법 단단하다.

이어지는 과속방지턱마다 주행모드를 달리해 넘어봤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노멀’은 물론 ‘컴포트’와 ‘에코’ 모드에서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예상했던 푹신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드러운 스포츠세단’쯤이라고 하면 전달이 되려나?

외부와 단절된 채 구름 위에 둥둥 떠가는 느낌으로 신선놀음하기에 LS는 더 이상 최상의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느낌이라면 국산 후륜 대형세단이 더 낫다.

물론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 깔끔하게 자세를 추스르고, 고속에서도 묵직하게 노면을 움켜쥐며, 노면 잔진동과 필요 이상의 롤링(좌우 기울어짐)을 억제하는 등의 능력은 영락없는 고급차 수준을 보여줘 기대와 부합했다.

LS는 주행모드를 계기반 오른쪽 다이얼로 변경할 수 있다. 위로 돌리면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를 오갈 수 있고, 아래로 돌리면 ‘컴포트’와 ‘에코’ 순으로 바뀐다. 어느 모드에 있던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바로 ‘노멀’로 돌아간다. 조작이 직관적이고, 위치까지 운전대 바로 뒤에 있어 자꾸만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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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다이얼로 주행모드를 변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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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다이얼은 주행안전장비를 끄거나, 눈길 모드를 활성화 시킬 때 쓴다.

LS 500h를 타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다. 토요타는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CVT(무단변속기)를 물려왔다. 효율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CVT 특유의 고무줄같이 늘어지는 가속감은 어쩔 수 없었다. 렉서스가 추구하는 다이내믹한 성능과도 어울리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 쓰기에도 여러모로 부족한 게 사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바로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다. 기존 CVT에 가상으로 3단 기어비를 구현하고 자동 4단 변속기와 짝지었다. CVT의 3단과 자동변속기의 3단을 조합해 9단을 만들고, 마지막 10단은 CVT의 3단과 자동변속기 4단을 묶어 항속용으로 쓴다.

실제 느낌은 어땠을까?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실제로 타코미터가 바삐 오르내린다. 워낙 기어비가 촘촘해 계속 변속을 하는 중에도 동력의 끊김은 느낄 수 없다. 오묘하게 이질감이 남지만, 기존 CVT에 비해 훨씬 스포티한 건 확실하다. 시프트패들을 통해 변속을 해도 빠릿빠릿 반응한다. 감속을 하며 다운시프트 하면 레드존 직전까지 RPM을 튕기며 ‘웅~’ 하는 모습에서도 LS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소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LS는 고요함과 거리가 멀다. 고속크루징 시에는 조용하다가도 오른발에 힘을 주면 본격적으로 엔진음이 살아난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가상 엔진음도 부밍이 꽤 강조됐다. 감성출력을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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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모두 2중 차음유리를 달았다.

처음에는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해 그런가 했다. ‘노멀’로 바꾸니 가상 엔진음이 줄어들긴 하지만 기본 엔진음은 여전히 살아있다. 애초부터 LS는 숨죽일 의도가 없었던 거다. 누가 들어도 반갑지 않을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꽁꽁 틀어막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엔진음은 확실히 ‘호’의 취향을 따랐다.

나는 아직(혹은 영원히) 운전석에 앉는 경우가 전부이다 보니, 이런 엔진음이 싫지 않다. 다만 적어도 ‘컴포트’ 모드에서는 가상 엔진음을 아예 끄고 더 조용했으면 어땠을까? 뒷자리에서 단잠에 빠진 회장님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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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로 페달을 모두 밟으면 엔진과 브레이크가 힘겨루기를 한다.

정차 시, 양발로 모두 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브레이크가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도 의외다. 보통의 하이브리드라면, 오른발 명령을 무시하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그제야 엔진을 깨우고 모터를 돌린다. 역시 순해빠진 하이브리드는 아니다.

5세대 LS는 LS 역사상 처음으로 V8 엔진을 버리고 V6만 얹었다. 3.5리터 자연흡기 V6에 모터 2개를 맞물린 하이브리드 모델이 이날 시승한 LS 500h이고, 모터를 뺀 대신 트윈터보를 조합한 모델이 LS 500이다. LS 500은 올해 추가될 예정이다.

LS 500h의 359마력은 공차중량 2,370kg을 제법 스포티하게 몰기 딱 적당하다. 하지만 작정하고 몰아붙이기엔 갈증이 나는 것도 사실. 차체강성에 부족함이 없고 하체 설정, 엔진 소리 등 전반적인 성향이 운전재미를 부추기니 아쉬움이 들만하다. 과거의 LS였다면 오히려 운전자를 탓할 일이었겠지만.

반자율주행 관련 기능도 사용해 봤다. 앞차와 거리 유지 정도는 당연히 쉽게 해냈지만, 차선 중앙을 따라가는 실력은 글쎄...... 워낙 잠깐 사용해본 터라 다음 기회로 판단을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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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오른쪽에 달린 반자율주행 관련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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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짧은 게 아니다. 차가 넓은 거다.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 거실 안마의자처럼 눕듯이 몸을 기댄다. 1열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밀고, 종아리 받침(오토만)까지 올리니 ‘업무 시간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다.

뒷자리 마사지 기능은 원래 렉서스가 잘했던 부분. 5세대 LS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기존 4개 코스에서 7개로 늘이고, 지압 압력을 높였다. 흔히 이런 뒷자리를 두고 ‘비행기 1등석 같다’고 비유하던데, 나는 아직 안 타봐서 모르겠다. 혹시 나중에 탈 일이 생기면 ‘렉서스 LS 같다’고 생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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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가지 코스와 5단계 압력을 고를 수 있는 뒷좌석 마사지 기능

렉서스는 시승에 앞서, LS에 적용된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총 23개의 스피커가 2,400W를 낸다는데 얼마나 좋다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머리 위에 달린 스피커는 콘서트홀의 반사음을 들려줘 공간감을 구현한단다. 손실 없는 음원으로 즐기라며 CD도 넣어뒀다. CD 체인저마저 없어지는 요즘 추세에 비하면 본격적인 구성이다.

재생 버튼을 터치하고 눈을 감는다. 볼륨을 높이자 압도적인 사운드가 차내를 메운다. 갈라짐 따위는 없다.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가 생생하다. 트위터도 없이 달랑 5개로 구성된 내 차 스피커에 비하면 그야말로 ‘신세경’이다. 브라운관 TV로 보던 영화를 4K OLED TV로 보는 기분이랄까. 돈이 참 좋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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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잎맥에서 영감 받은 스피커 그릴

 

Emotional Flagship, LS

시승을 마치고 Q&A 시간이 이어졌다.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LS의 성격에 대해 묻자, 개발 담당자는 '이모셔널(emotional)'이란 단어로 답했다. 과거에는 편안함만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운전의 재미까지 함께 양립시켜 '감성적인' 차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토요타를 이끌고 있는 도요다 아키오(Toyoda Akio)는 평소 운전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2009년 그가 취임한 후 토요타는 모터스포츠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2011년 공개한 4세대 GS를 기점으로 렉서스 라인업의 전체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5세대 LS를 시승하고 도요다 아키오가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짐작컨대, 그는 본인이 출퇴근하며 타고 싶은 차로 5세대 LS 개발을 지휘하지 않았을까? ‘이모셔널’한 기함 말이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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