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 일명 ‘군토나’가 각급 부대에 보급됐다. 기아 ‘레토나’를 기본으로 한 K-131은 육감적으로 튀어나온 펜더와 세련된 곡면 처리가 기존 K-111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자태를 뽐냈다. K-131 운전병은 수송부 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밖에서 보면 그저 투박한 ‘찝차’에 불과했을 레토나가 독보적으로 아름다워 보일 정도였으니, 다른 군용차의 디자인은... 아니 딱히 ‘디자인’이랄 것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기 기존 군용차가 페라리로 보일 만큼 투박함을 극한까지 추구한 군용차가 등장했다.

이름은 ‘파르티잔 원(Partisan One)’. Partisan은 러시아어(партизан)로 '정규군이 아닌 무장한 전사'를 뜻하며 프랑스어와 영어로는는 '지지자'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우리말로 공산 게릴라를 뜻하는 '빨치산'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 차를 만든 ‘파르티잔 모터스(Partisan One)’는 러시아 엔지니어 '유리 포스트니코프(Juri Postnikov)'박사가 설립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길을 위한 최고의 차'라는 목적을 두고 이 차를 개발했다. 

보닛과 펜더, 유리, 문짝 어디 한군데 곡선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단언컨대 장난감과 진짜 차, 소재와 용도를 통틀어 이렇게 ‘반듯한’ 차는 본 적이 없다. 훈련소 관물대에 90도로 ‘각 잡아’ 놓은 모포가 떠오른다.

너무 반듯해서 거부감이 든다면 앞서 언급한 개발 목적을 잘 생각해보자. 파르티잔 원은 간단한 구조의 프레임에 모든 부품을 볼트로 조립해 붙여 손쉽게 뚝딱뚝딱 구조를 바꾸고, 손상부위를 교체할 수 있다. 차체 측면에 달린 레일은 갖은 장비를 부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야말로 실용성 1,000%다. 

하부 보강재는 지상에 묻힌 지뢰로부터 탑승자를 지켜주고, 차체 둘레에는 방탄 소재를 둘러 실내를 보호한다. 

가장 먼저 선보인 모델에는 피아트에서 가져온 148마력짜리 2.8리터 디젤 엔진을 얹었다. 유연한 프레임과 차체 구조 덕분에 향후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응용할 수 있으며, 롱휠베이스 버전과 6X6(바퀴 6개와 6륜구동), 8X8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한 4X4 버전은 4.72m 길이에 폭은 2.3m이며 키는 2.23m다. 일반도로를 달리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체구다. 시작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6,600만 원이다.

개인 용병 부대를 설립하고 싶지만, 정식 경로를 통해 군용차를 구비할 수 없다면 알아봐도 좋겠다. 아참, 품질보증기간은 무려 100년이다. 얼마나 내구성에 자신감이 넘치면 구매자가 늙어 죽도록 품질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아래는 유리 포스트니코프 박사가 직접 출연한 소개 영상. 러시아어로만 나오니 참고하시길.

이미지:파티슨모터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