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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SC 대회 현장

우리나라 고교졸업생의 약 80% 이상이 간다는 '대학교'. 거기에 어렵게 들어간 나는 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번 돈과 부모님이 마련해 준 피 같은 등록금을 의미있는 대학생활로 승화시키지 못했다. 

현재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태양광 자동차 대회 '월드 솔라 챌린지(WSC)'에 나선 국민대 태양광 자동차 동아리 KUST 학생들을 보면 허무하게 사라진 내 대학생활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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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차중인 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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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관계자와 함께 태극을 살펴보는 KUST 팀

대회 4일째에 접어든 지금, KUST 팀은 약 2,020km를 달렸다. 오늘부터는 호주 웨스트 맥도넬 국립공원을 지나 호주 최남단 애들레이드를 향해 질주해야 한다. 

벌써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네덜란드 뉴온 팀과는 거리가 500km 이상 차이 난다. 하지만, 이 대회에 참가하는 태양광 자동차와 모든 스태프들은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사막 열기 위에서 야영까지 해가며 대회를 치르고 있다. 밥은 먹고 다니는 걸까. 완주조차 어렵기에 그 시도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제 갓 20대 중반이 된 이들은 어떻게 세계적인 대회에 뛰어들게 된 걸까. 그들이 만든 태양광 자동차 '태극'을 호주로 보낸 직후 어느 햄버거 가게에서 아침을 들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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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주행중인 태극

KUST는 2011년부터 국민대 기계공학부 신동훈 교수 지도 아래 WSC에 출전해왔다. 2015년에는 완주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올해 참가자들은 선배들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고, 당시에 출전한 '백호' 모델보다 좀 더 뛰어난 '태극'을 만들었다.

'태극'은 기술력이 있는 어느 거대 기업이 학생들에게 짠 하고 만들어준 차가 아니다. 물론, LG화학, 파워크래프트, 디바이스몰 등 일부 기업으로부터 조언을 듣기는 했지만, 차체 설계를 비롯한 모든 과정을 KUST가 직접 해결했다. 

차체설계, 복합소재

'태극'의 차체 디자인은 사실 정이 가는 모습은 아니다. 카랩에서 슈퍼카 사진만 봐 오던 이들은 시큰둥 할 만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태양광 자동차계에서는 '쿠페'급의 멋진 디자인으로 통한다. 

이 형상은 1인승 태양광 자동차 디자인 중 가장 공기저항을 덜 받는 형태로 잘 알려져 있다. 트렁크와 보닛이 튀어 나온 세단을 모든 자동차 회사가 사용하듯, 이 디자인도 태양광 자동차를 만드는 공학도들이 너도나도 쓴다. 

성능의 차이는 차체 두께와 솔라 패널 위치, 배터리 등 세부적인 설계에서 비롯된다. 2015년 만든 '백호'는 일단 '튼튼하게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당시, 카본을 아주 넉넉하게 쓴 결과 차체가 튼튼하게 나오긴 했으나 강성이 무려 교량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차가 너무 무거워졌다고 한다. 

때문에 올해 '태극' 설계에서는 경량화에 목표를 뒀다. 설계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설계와 관련된 해석프로그램을 익히는데 목을 맸어요. 이게 학부생 수준에서는 고난이도라서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해외 자료를 뒤져가며 익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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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패널을 떼어낸 모습

덕분에 '태극'호는 '백호'처럼 교량 수준 강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카본원단 12장이 적층된 CFRP와 허니컴을 비롯한 여러 복합 소재를 사용해 이전 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KUST 차체 제작팀은 이 모든 과정을 카본공장의 양해를 구하고 그곳에서 직원들과 합숙해가며 만들었다고 한다. 

바디공정 및 정비를 맡은 박준영 군의 한마디 "고3때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호주로 가기 전, 수차례 열린 테스트에서 카본 차체가 충격을 받아 금이 가기도 했지만, 신속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추가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차를 호주로 보낼 수 있었다. 당시에 현장에 있던 박준영 군의 얼굴이 삽시간에 잿빛으로 변했지만,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실전에서 더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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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보고서 중 일부

직접 만든 서스펜션 

차체 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해줄 서스펜션 역시 경량화에 신경써야 한다. KUST에게 승차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거친 승차감은 드라이버 한 명만 독박을 쓰면 된다. 그들은 서스페션을 무엇보다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여기서도 '다물체동역학 해석프로그램'이라는, 이름부터 난해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이 프로그램을 만진 박시형 군은 일단 외모부터 미 항공우주국에서나 볼 법한 진정한 공학도의 이미지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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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위시본 시뮬레이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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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 및 조향장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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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

그와 함께한 서스펜션 설계담당자들은 각종 부품의 두께, 무게 등 여러가지 값을 대입하고 최적의 결과를 산출한 다음, 제작에 들어갔다. 

'태극'의 네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것은 카본으로 만든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스윙암 서스펜션이다. 여기에 자전거에 사용되는 푹스쇽을 장착했고, 회생제동장치까지 달아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했다. 

성능을 결정하는 구동계통

태양광 자동차 역시 전기차다. 태양광차는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전기모터를 돌려 주행한다.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모터, 제어시스템이 한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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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량 시뮬레이션 이미지

더 멀리, 더 빠르게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많은 광량을 모아 더 빠른 전기모터에 집어 넣으면 된다. 하지만, 태양광 패널은 설치할 수 있는 최대 면적은 4제곱미터로 제한돼 있다. 

전자팀장을 맡은 전유범 학생의 말 

"솔라패널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고밉을 많이 했어요. 3D 맥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받을 수 있는 광량을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기존 차체에서 최대 광량을 모으려면 위로 툭 튀어 나온 운전석 캐노피가 만드는 그림자를 피해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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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츠바에서 구입한 전기모터와 컨트롤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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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화학이 제공한 배터리

여기서 생성된 전기 에너지는 파워크래프트가 LG화학의 MJ1 셀로 만든 5.15kWh 배터리에 저장된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셀은 테슬라에도 공급되는 제품. 모델S의 경우 이 셀을 약 7천개 이상 사용하지만, 태극에서는 406개를 연결했다. 

16인치 바퀴를 직접 굴리는 것은 6.7마력자리 전기모터다. 효율이 95%까지 나오는 고효율 제품으로 학생들이 일본 제조사 미츠바로부터 직접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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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카 테스트 현장

목표는 완주

'태극'의 제작비용은 약 2억원이다. 포르쉐 911 카레라S에 버금가는 비싼 차다. KUST 팀은 이 차를 타고 3,022km를 주행해야 한다. 드라이버 혼자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태극 앞뒤로 KUST 에스코트 차가 네 대나 붙어 커브길, 오르막, 내리막 등 도로 정보를 무선 통신으로 교환하며 최적의 주행을 이끌어 낸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팀은 지리정보가 사전 입력된 고가 장비까지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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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C 대회 중 정비 중인 KUST

전자팀 소속 조형현 학생은 "에스코트 팀은 그저 말만 주고 받는 게 아니라, 차의 상태까지 데이터로 받아보는데요. 이걸 구현할 무선 통신을 저희 스스로 만들어야 했어요. 그것도 유튜브로 독학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햇빛이 강한 날은 동력을 원활하게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호주 사막이 선사? 하는 뜨거운 날씨를 견뎌야 한다. 태극 내부에는 에어컨이 없고 창문조차 열 수 없다. 머리위에 숨구멍만 뚫려 있을 뿐이다. 드라이버 3명은 번갈아 고행의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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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에는 큰 비가 내려 차질이 많았다

비가 오면 더 문제다. 배터리 충전이 안 되기 때문이다. WSC는 현지시각으로 매일 아침 9시에 주행이 시작되는데, 다행히 배터리를 사전에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를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성공을 기원하며

KUST 팀은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중간 기착지에서 야영을 해 가며 레이스를 치러야 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정부차원 혹은 국왕이 앞장서서 지원해주는 다른 나라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 

오랜시간 준비한 올림픽에서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처럼 KUST의 노력이 완주라는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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