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족이 자존심이 있지 어디 외제 차량을 탑니까'

8월 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일(우리나라로 치면 국군의 날)이다. 올해 9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군사 행진이 치러졌다. 

하지만 국경절(10월 1일)에 비해 격을 낮춘 걸까. 아니면 건군일에 맞게 군용차를 타고 나온 걸까. 시 주석이 타고 나온 차는 베이징 자동차 BJ80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열병식에서 군복을 입고 나와 스스로 군수 통치권자임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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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에게 경례 받는 시진핑 주석

이전 열병식에서 시진핑은 홍치 CA7600J를 타고 나와 부대를 통솔했다. "통즈먼 하오(同志们好 동지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면 해당 부대 장병은 "서우장 하오(首张好 대장님 안녕하십니까)"라고 경례했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올해 건군절에는 시진핑은 직접 전투복을 입고 전술차량을 탔지만, 원래 중국 국가 원수를 대표하는 차는 홍치다. 오로지 중국 고위 관료만 탈 수 있는 비밀스런 차이기도 하다. 

약 550만 인민해방군을 통솔하는 역대 중국 주석이 탄 홍치는 과연 어떤 차일까. 그리고 그 브랜드에서 만드는 차는 어떤 모델이 있을까.

홍치는 1958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중국 자동차 회사다. 중국 인민은 타고 싶어도 탈 수 없고, 오직 정부 관료들만 탈 수 있는 차였다. 최근에는 눈높이를 낮춰 일반인에게도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붉은 깃발(红旗)' 이라는 뜻을 가진 홍치는 마오쩌둥이 좋아한 브랜드다. 브랜드 로고는 마오쩌둥이 홍치라고 쓴 글자를 그대로 본 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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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치 로고

 

홍치 CA772- 첫번째 1호차

1966년 홍치에서 생산한 중국 최초의 '1호차'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제 1대 주석 마오쩌둥이 탔던 차다. 오직 마오쩌둥만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방탄기능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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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무게만 6톤에 달한다. 방탄뿐만 아니라 주행 중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됐다.  무거운 방탄차를 움직이기 위해 8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디자인은 당시 유행했던 고급차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다. 캐딜락이나 링컨 같은 미국식 고급차 스타일이다. 이 디자인은 지금도 DNA가 남아 이어지고 있다. 

홍치 CA770TJ-두번째 1호차

CA770TJ는 마오쩌둥 이후 중국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을 위해 제작됐다. 길이 5,980mm, 폭 1,990mm, 높이 1,640mm다. 1984년 10월 1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건국 35주년을 맞아 천안문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등소평이 직접 타고 등장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이전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근간으로 디테일을 현대화 했다. 롤스로이스처럼 거대한 쿼터클래스를 적용했다. 

홍치본사는 1983년 제작을 맡아 250일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차에는 확성기와 각종 음향기기를 달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홍치 CA770TJ-세번째 1호차 

2005년 5월까지 중국을 통치했던 장쩌민이 이용한 차다. 등소평이 탔던 모델과 동일하지만, 한 눈에 봐도 방탄기능이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방탄유리는 보통 여러장을 겹쳐 만드는데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프레임 두께가 한결 두꺼워졌다. 

이모델은 1999년 건국 50주년에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이 직접 타고 나왔다. 

 

홍치 HQE- 네번째 1호차 

2013년까지 중국 국가주석을 맡았던 후진타오 전 주석이 탔던 1호 차다. HQE는 2005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약 4년 만에 완성한 차다.

역시 클래식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디테일을 더 현대적으로 다듬었다. 방탄 기능 확보하고 실내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 지붕을 높게 만들었다. 롤스로이스처럼 마주보고 열리는 코치도어를 적용했다. 

보닛 아래에는 12기통 6리터 엔진이 탑재됐다. 건국 60주년 기념식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직접 타고 나왔다. 가격은 300만 위안(한화 약 5억원)이다. 

홍치 CA7600J -다섯번째 1호차 

현 중국 제1 권력자 시진핑이 타는 모델이다. 후진타오가 탔던 차와 디자인에서 큰 차이는 없다. 

길이는 무려 6,500mm다. 6리터 12기통 자연 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4.25kg.m를 낸다. 이 차를 설계한 강홍쥔(姜红军)은 설계 당시 롤스로이스 팬텀, 벤츠 마이바흐, 벤틀리 뮬산과 같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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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급 모델 L5와 확연한 길이 차이를 보인다

후미등은 중국 전통 등(燈)을 형상화하고 타이어 휠은 중국에서 황제를 뜻하는 태양을 상징화했다. C필러를 두껍게 만들어 실내 공간을 넓히고 뒷좌석에 누가 탔는지 겉으로 파악할 수 없게 했다. 

방탄 기능과 여러 가지 특수 기능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원'처럼 그 내용이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가격은 800만 위안(한화 약 13억원)이다. 

홍치 L5-외국 귀빈용 의전차

CA7600J는 주석을 위해서만 제작되기 때문에 대량생산 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하위 등급으로 개발한 L5와 H7은 대량생산되고 있다. 

L5는 중국에 방문한 외국 귀빈, 고위급 장성들이 주로 탄다. 2014년 베이징 APEC회의 공식 의전 차로 사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방중했을 당시에도 이 차를 이용했다. 

길이 5,555mm, 폭 2,018mm, 높이 1,578mm로 CA7600J에 비해 작다. 앞서 본 바와 같이 C필러 부분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40.5kg.m 엔진이 탑재된다. 가격은 500만 위안(한화 약 8억원)이다. 

홍치 H7-공산당 간부용 양산차

중국 공산당 간부가 주로 탔던 차는 아우디 A6였다. 중국 여행 중 만나는 짙은색 A6는 대부분 관용차로 생각하면 쉬웠다. 그러나 사치품을 줄이라는 시진핑 주석 명령 아래 대부분 홍치 H7으로 교체됐다. 

이 모델은 베이징 APEC 당시 의전서열이 낮은 국가원수들이 의전 차로 탔다. 길이 5,095mm, 폭 1,875mm, 높이 1,485mm로 국내 웬만한 대형 세단 크기다. 

파워트레인은 1.8리터 엔진부터 3.0리터까지 트림에 따라 세 종류가 있다. 3.0리터는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22.95kg.m 성능을 낸다. 가격은 23만 위안부터 40만 위안(약 3,800만원~ 6,600만원)까지 형성됐다.

홍치 LS5-SUV  컨셉트카

홍치 역시 컨셉트카를 만든다. 전 세계적인 SUV인기에 따라 고급스러운 SUV 컨셉트카를 제작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2015년 컨셉트카로 발표한 후 2년째 감감무소식이지만, 여전히 '인민 레인지로버' 또는 '인민 컬리넌'으로 불린다. 

발표 직후에는 '홍치도 대중 속으로 다가간다'는 말이 돌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준비가 덜 됐나 보다. 당시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4.1kg.m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5,198mm, 폭 2,098mm, 높이 1,890mm로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8.1초, 최고속도는 220km/h에 달한다. 

홍치 U-Concept(U-콘셉트)

이 차를 처음 본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아주 클래식한 디자인만 뽑아내던 홍치였기 때문에 이들의 미래적인 도전은 실로 놀라웠다. 

상하이 모터쇼에 등장한 홍치 U-Concept(U-콘셉트)는 SUV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는 가운데 등장한 SUV 콘셉트카다. 길이 4,800mm, 폭 1,800mm, 높이 1,600mm이며, 파워트레인은 아직 미공개 상태다.

이미지 : 홍치, Baidu(바이두)

노상민 rsm@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