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 빨라진 속도는 주행 경로 놓인 커브길과 장애물도 더 빠르게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게 한다. 어두운 야간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운전자들은 더 밝고 멀리 볼 수 있는 헤드램프를 원했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80년대부터 쓰이던 할로겐램프를 버리고 새로운 광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근래에 너도나도 적용하고 있는 ‘HID(고전압 방출,  High Intensity Discharge)’와 ‘LED(발광 다이오드, Light Emitting Diod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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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HID 램프 (이미지 :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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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주행시 맞은편 자동차 불빛은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 더 밝고 효율적이며 멋까지 챙기긴 했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으니 바로 '눈부심'이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헤드램프를 마주치면 장님이 된 듯 순간적으로 시력이 마비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제조사들은 기술적 대안을 마련한다. 자동으로 빛 조사각을 조정함은 물론이고, 마주 오는 자동차 자리만 쏙 빼고 비추는 기술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진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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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 어시스트 (이미지 : 한국 자동차 안전운전 연구소)

먼저 ‘하이빔 어시스트(High Beam Assist)’라는 기술을 보자. 제조사마다 부르는 명칭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이 기술은 자동차 스스로 빛 조사각을 조정해 맞은편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한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상향등에서 하향등으로 바꾸는 기초적인 단계다. 하지만 빛을 요리했다고 보기는 과분하다. 

볼보가 개발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Active High Beam Control)’을 들여다보자. 이 기술도 ‘하이빔 어시스트’의 일종이기는 하다. 차이점이라면 상향등에서 하향등으로 바꾸지 않고도 눈부심을 방지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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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이미지 : 볼보)

이 기술은 룸미러에 달린 카메라가 반대편에서 접근하는 차를 인식해 필요한 만큼만 빛을 쏘도록 컨트롤한다. 쉽게 말해 맞은편 차를 비추는 쪽은 빛을 차단하고 나머지 부분만 환하게 밝히는 원리다. 이게 가능하려면 광원이 여러 개라야 구현할 수 있다. LED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능해진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보편화됐다. 제조사마다 구현 방식이 조금씩 상이하기는 하지만 광원 몇백개가 각각 움직이며 원하는 곳으로 빛을 쏴주는 큰 그림은 같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어댑티드 하이빔 어시스트 플러스Adaptive High Beam Assist Plus)’라는 이름으로, 폭스바겐도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Dynamic light assist)’라는 유사한 기술을 적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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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이미지 : 폭스바겐)

아우디는 LED가 가진 빠른 응답속도와 디자인 자유도를 십분 활용해 눈길을 끈다. 바로 현재 가장 진보됐다고 평가받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Matrix LED Headlight)’다. 일단 보기에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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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이미지 : 아우디)

5구획으로 나뉜 리플렉터 안에 LED 5개를 묶어 구성했다. 한쪽 헤드램프에 박힌 LED만 25개다. LED 50개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빛 조사 범위를 주변 상황에 맞게 시시각각 조절한다.

또한, 전방에 충돌위험이 있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개별 LED가 3번 연속 점멸해 위험신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BMW는 한 발짝 더 나갔다. 어릴 적 상상 속 미래 기술로만 생각했던 ‘레이저’를 최초로 헤드램프에 적용했다. 레이저가 가진 높은 직진성을 활용해 600m까지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밝기도 기존에 비해 10배 가량 밝아졌다.

눈에 맞으면 실명되거나 타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고이 접어두자. 독일 오스람과 함께 개발한 레이저 헤드램프는 인체에 무해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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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8에 적용된 레이저 헤드램프 (이미지 : 오스람)

BMW 연구진들은 세라믹 물질로 레이저 광선을 수차례 확산, 반사시켜 인체에 무해한 가시광선을 구현했다. 밝기는 기존에 비해 월등하지만, 눈부심은 훨씬 덜하다. 전력 소모량도 30%나 낮다. 다만, 가격이 기존 LED 램프에 비해 8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비용적인 문제를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는 LED와 레이저 기술에 기반을 둔 더 다양한 헤드램프가 등장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되면 자동차-사람, 자동차-자동차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면서, 헤드램프가 그저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된다. 

일례로 메르세데스-벤츠는 LED 8,192개를 사용한 헤드램프로 각종 기호를 도로면에 비춰주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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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한국 자동차 안전운전 연구소(http://www.kasdi.co.kr), 볼보, BMW, 아우디, 폭스바겐, 오스람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