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구구절절 성능이 어떻고, 어디가 얼마나 고급스러운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지구상 몇 안 되는 브랜드다. 길거리를 지나는 롤스로이스의 ‘아우라’는 자동차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마저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한다.

목재와 가죽으로 뒤덮인 실내는 지금껏 알고 있던 ‘고급스러움’의 수준을 다시 정립하게 한다. 우드패널은 최상급 목재를 완벽한 모양으로 이어 붙였고, 대시보드와 시트는 깨끗한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스트레스 없이 자란 소의 가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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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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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던

하지만 수 억짜리 롤스로이스를 일상용으로 굴리는 부호들의 취향은 기자 같은 범인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차원. 그들에겐 아무리 롤스로이스가 고급스럽다 한들 자기만의 취향과 남과 다른 개성이 담겨있지 않다면 부족함이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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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에 꽂힌 고객을 위해 일반적인 가죽 대신 실크와 자수로 실내를 꾸민 팬텀

롤스로이스는 바로 이런 고객들을 위해 ‘비스포크(bespok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롤스로이스 전체 판매량의 95퍼센트가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거쳐 고객에게 인도된다. 얼마나 취향을 반영할지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평범한’ 롤스로이스를 원치 않는다는 뜻.

수없이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는 본사가 위치한 영국 굿우드(Goodwood)의 비스포크 전담 디자이너 21명이 대응한다. 이들은 고객들의 추상적이고 까다로운 요구를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롤스로이스에 실현시킬 수 있도록 시각화 시키고, 소재를 선정하고, 양쪽을 오가며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골프를 모티브로 자신의 롤스로이스를 꾸미고자 한다면, 비스포크 디자이너들이 골프의 어떤 장면을 롤스로이스의 어디에 어떻게 옮겨 넣을지 관련 이미지를 찾고, 고객의 사연과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적용 예시를 스케치로 그린 뒤 고객과 함께 선택을 좁혀가는 식이다.

이미 비스포크 프로그램에는 4만 4,000가지 외장 컬러와 2만가지 실내 베니어(veneer, 얇은 나무 판) 조합 등 수없이 많은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고객은 특정 소재나 컬러를 추구하기도 한다. 자기 집 마당의 나무를 베어다 실내에 써달라거나, 좋아하는 립스틱과 같은 색깔로 외장을 칠해달라거나, 심지어 애견의 털을 가져와 같은 색 실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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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목재와 마감처리를 고를 수 있다

이때, 비스포크 디자이너들은 최대한 고객의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컬러는 광원이나 모니터의 설정값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컬러칩을 발송해 고객의 검토를 거친다. 소재의 경우, 자동차 부품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내구성과 안전도를 갖췄는지 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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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컬러 샘플(좌)과 카페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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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 조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모형

롤스로이스가 자랑하는 디자인 특징 중 ‘코치라인(Coach line)’을 빠뜨릴 수 없다. 롤스로이스 옆면을 가로지르는 코치라인은 모두 굳우드 본사의 코치라인 전문 장인 ‘마크 코트(Mark Court)’의 손끝에서 그려진다. 그의 손에 들린 붓은 다람쥐 털로 만든다.

 

코치라인이 없는 롤스로이스를 소유하고 있던 두바이의 고객을 위해 그가 직접 방문해 그려줬던 일화는 유명하다. 굳우드 롤스로이스 공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코치라인을 긋는 체험도 가능하며, 자신이 그은 삐뚤빼뚤한 선들을 보며 장인의 실력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이밖에도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실내 곳곳에 자신이 원하는 문양을 그려 넣거나, 자수를 놓을 수 있다. 1,340가닥의 광섬유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롤스로이스의 천장 마감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Starlight Headliner)’에는 고객이 원하는 문양이나 선호 별자리를 받아 넣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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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는 원하는 별자리를 넣을 수 있다

한편, 롤스로이스는 19일 대한민국 서울을 위해 특별 제작한 ‘고스트 서울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고스트 서울 에디션 역시 위에서 말한 비스포크 프로그램이 적용됐으며 전 세계에 단 1대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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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서울 에디션

고스트 서울 에디션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만큼 태극기에 사용된 검정, 빨강, 파랑, 흰색을 주로 사용했다. 흰색 차체의 옆면은 빨강과 파랑 코치라인이 지나가며 C필러에는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인 ‘N서울타워’ 문양을 그려 넣었다.

실내는 검정 가죽과 피아노 블랙(Piano Black) 베니어로 덮었다. 시트와 도어포켓에 쓰인 하얀 가죽은 검정 실내와 강한 대비를 이루며, 곳곳에 빨간색 파이핑 처리와 파란색 박음질을 더했다.

이날 ‘고스트 서울 에디션’ 발표에는 굳우드 본사에서 온 비스포크 디자이너 ‘마이크 브라이든(Mike Bryden)’이 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주여행’을 표현해달라고 했던 40대 중반의 고객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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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디자이너 '마이크 브라이든'과 '고스트 서울 에디션'

당시 비스포크 디자인팀은 실내에 목재대신 항공우주산업에 널리 쓰이는 티타늄을 대폭 사용했으며, 고광택 흰색 마감과 허니콤(벌집 패턴)을 적용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비스포크 프로그램의 가격은 고객의 요구가 워낙 다양하고, 그에 따른 소재와 작업방식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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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문에 들어가는 우산까지 차와 '깔맞춤' 할 수 있다

이미지:롤스로이스, 카랩DB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