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이 대세다. 거대한 자동차 회사부터 이름 없는 시골 카센터까지 너도 나도 카본을 쓰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카본휠은' 아직 생소하다. 너도나도 '카본, 카본'하는데 카본휠을 목격할 확률은 내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확률보다 낮다. 

‘남자들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카본(CFRP, 카본 섬유 강화 플라스틱). 가볍고 단단한 성질과 특유의 패턴이 주는 아름다움에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고, 카본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에 남자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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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카본 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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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P1의 카본 디퓨저

수년 사이 여러 슈퍼카들이 카본 통뼈를 몸속에 품고 태어났으며, 많은 카본 부속들이 ‘고성능’이라는 목적 아래 자동차 이곳저곳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카본 무늬를 입혀 ‘시각적 성능’이라도 높여보려는 꼼수까지 수없이 자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2012년, 쾨닉세그(Koenigsegg)가 하이퍼카 ‘아제라 R(Agera R)’을 통해 처음 카본휠을 공개했다. 장점이 많은 카본휠이었지만, 아제라 R에 약 60,000유료(약 7,500만 원) 짜리 카본휠 세트까지 끼워 주문할 부자는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았고 카본휠을 만드는 기술은 아제라 R 오너보다 희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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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휠이 적용된 쾨닉세그 아제라 RS(위)와 레게라(아래)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엄청난 강성과 정교함을 요하는 카본휠은 한동안 안드로메다에나 존재했다. 그러다 2015년 포드가 드디어 카본휠을 지구로 가지고 왔다.

최강 머스텡 ‘쉘비 GT350R’에 카본휠을 기본으로 장착하기 시작한 것. 6만 달러 중반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보통’ 스포츠카에 달린 카본휠은 파격 세일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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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휠을 기본 장착한 최초의 대량생산 모델 '쉘비 GT35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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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비 GT350R'의 19인치 카본휠은 페인트를 칠해 눈으로는 소재를 알 수 없다

포드는 뒤이어 슈퍼카 ‘포드 GT’에도 카본휠을 옵션으로 제공했다. GT350R보다 복잡한 10스포크 디자인을 채택하고, 20인치로 커졌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카본 무늬가 겉으로 드러나도록 했다. 기존 GT350R의 카본휠은 검정 페인트로 칠해 보기만 해선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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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치 카본휠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포드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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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홈페이지의 컨피규레이터를 통해 고광택 글로스(gloss) 마감 카본휠을 적용한 모습

포드는 포드 GT의 카본휠이 기본 제공되는 단조 알로이휠에 비해 바퀴 당 약 0.9kg씩 무게를 덜어주며, 덕분에 회전관성을 2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휠의 감량은 스프링 하중량(언스프렁 매스, unsprung mass)을 줄여 바퀴의 노면 추종성과 핸들링을 향상시킨다. 줄어든 회전관성으로 가속은 빨라지고 제동거리는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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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GT의 무광 매트(matte) 마감 카본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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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GT의 고광택 글로스(gloss) 마감 카본휠

스프링 하중량은 타이어와 서스펜션 사이에 들어가는 부속의 무게를 뜻한다. 스프링 하중량을 줄이는 것이 같은 무게를 차체에서 덜어내는 것보다 운동성능과 효율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 발목의 모래주머니를 풀어 등 뒤 가방에 넣는 편이 훨씬 덜 힘든 것과 같은 이치.

포드에 카본휠을 납품한 업체는 호주에 본사를 둔 ‘카본 레볼루션(Carbon Revolution)’. 카본 레볼루션은 현재 포르쉐 911과 박스터,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BMW M4, 아우디 R8 등 일부 스포츠카들에 맞는 카본휠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을 25%나 낮춰 1천만 원 초반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카본휠이 넘보기 힘든 가격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점점 보급이 확대되고 가격이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쏘나타, 아반떼에도 카본휠을 달고 다닐 날이 오지 않을까? 효율에 목숨 거는 최근 풍토와 카본의 인기로 미루어, 생각보다 그런 날이 빨리 올 수도 있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