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의 꽃은 컨셉트카다. 저런 게 정말 양산될까 싶은 엄청난 차부터, 속에 뭔가 엄청난 게 있는 것처럼 그럴 듯한 뻥카를 치는 쇼카 등, 모두 모터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모터쇼계의 큰형님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컨셉트카가 등장했다. 이미 양산이 확정된 차부터 전혀 그럴리 없는 차까지 한 자리에 모아봤다. 

 

일렉트릭 핫해치? 르노 조이 e-스포츠

르노가 만든 조이 e-스포츠는 전기차의 외연확장을 알리는 모델이다. 본격적인 '전동식 핫해치'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달리는 목적에 충실한 전기해치백이다.

해치백 스타일 전기컨셉트카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 e-골프, 미니e 등 이미 여러 선배들이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친환경성을 선두에 내세우고, 조금이라도 더 긴 주행거리를 홍보하기 위한 모델들이었다. '내가 쟤보다 좀 더 멀리 간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이들의 사명.

르노 조이 e-스포츠는? 소형 전동식 해치백이 친환경을 추구하면서도 짜릿한 운전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친환경차의 포커스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조이 e-스포츠는 차체 곳곳을 차본으로 둘렀다. 범퍼, 보닛, 리어램프 등, 카본으로 만들 수 있는 곳에 죄다 적용해 무게를 1.4톤에 맞췄다. 

여기에 F1 기술을 적용해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65.3kg.m을 내는 전기모터 한쌍을 얹고 0-100km/h가속을 3.2초에 끝낸다. 

본격적인 '일렉트릭 핫해치'의 시대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양산 확정된 타타 레이스모

타타는 인도의 거대 자동차 회사다. 다른 자동차 회사 몇 개 삼키더니 이제는 직접 아주 멋진 미드십 컨셉트카를 내놨다. 2인승 소형 스포츠카 컨셉트 '레이스모(RACEMO)'가 그 주인공. 

이 차는 크기가 3세대 미니 쿠퍼 해치백 모델쯤 된다. 디자인을 젊은 세대 입맛에 맞게 만화에 나올 법한 이미지로 풀어냈다. 전체적으로 매우 입체적인 덩어리가 돋보인다. 

차체에 그려진 여러가지 문양과 글자들이 자칫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헤드램프를 원형 램프 하나만 집어 넣는 등, 과한 돈이 들어 가는 요소를 확 줄이면서도 최대한 스포티한 디자인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레이스모는 운전석 뒤에 1.2리터 3기통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90마력을 낸다.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며 뒷바퀴를 굴린다. 

0-100km/h 가속 시간은 약 6초다. 작고 가벼운 경량 스포츠카 치고 나쁘지 않은 수치다. 무엇보다 자동차 신흥국에서 만든 미드십 스포츠카인데다, 2018년을 목표로 이미 양산 준비 중이라 더 주목 받고 있다. 

타타는 레이스모를 일단 인도 시장에 먼저 출시한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미국 시장이나 아시아 국가 등 다른 나라에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GT 컨셉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차보다 더 기다렸던 차다. 모터쇼 개최 전에 '가장 기다려지는 차'를 설문 조사 했다면 1위에 올랐을 게 분명하다. AMG 50주년을 기념하는 역할도 맡았다.

공개 후, 모터쇼 현장에 있던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은 호불호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CLS같은 멋진 차가 나왔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저게 무슨 독일산 양카냐"는 등 적대적 의견도 있었다. 

사실, 지금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모양이 어떠냐가 아니다. 이 차를 시작으로 모든 AMG에는 F1에서 터득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 하다. 벤츠는 이걸 EQ Power+(파워플러스)로 부른다. 

다임러 그룹을 이끌고 있는 디터 제체 회장은 이 차를 직접 소개하면서 "모두들 전기차를 기대했을텐데, 사실 여기에는 V8엔진이 장착돼 있다"고 운을 뗐다.

이윽고 그는 AMG V8 엔진의 엄청난 배기음을 모터쇼장 전체에 울려퍼지게 했다. 모터쇼 장에서 이런 걸로 전율을 일으킬 수 있는 브랜드는 벤츠 뿐이다.

소리만 큰 게 아니다. 최고출력은 800마력 이상이다. 0-100km/h 가속은 3초 이하. 여기에 효율성까지 챙겼다. 

 

인피니티 Q60 프로젝트 블랙S

Q60 프로젝트 블랙S는 그저 옷만 갈아입은 차가 아니다. 닛산-인피니티와 한 지붕 아래에 있는 르노가 F1 손길로 어루만진 고성능 차다.

일단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다. 거대한 리어스포일러 공기역학적 성능을 개선한 카본 범퍼와 스커트, 21인치 휠 등, 고성능 포스가 제대로다. 

여기에 닛산이 자랑하는 3리터 V6 엔진에 전기모터와 에너지 회생시스템(ERS)을 달아 출력을 약 25%가량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은 모터발전유닛(MGU)이 핵심이다. MGU-K는 브레이크에, MGU-H는 터보차저에 부착된다. K는 운동에너지 kinetic Energy(키네틱에너지)를, H는 열에너지 Heat Energy(히트에너지)를 뜻한다. 

프로젝트 블랙S 컨셉트에 장착된 엔진은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 400마력을 뿜어내기 때문에 전기모터가 힘을 더할 경우 최소 500마력 이상 뿜어낼 것으로 보인다. 

다 좋은데 이 차는 쇼카 성격이 짙다. 그냥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아주 비싼 값에 몇 대 만들면 팔릴지도 모르겠다. 추후에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에 이 시스템이 장착될 수도 있다. 

 

벤틀리 EXP 12 SPEED 6e

벤틀리는 이번 모터쇼에서 호화로움으로는 최고를 자랑했다. 이번에 등장한 EXP 12 스피드 6e는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등 경쟁자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자줏빛 가죽으로 감싼 실내는 감탄 그 자체였다. 

일단 겉모습부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진주빛 차체는 면변화만으로 몸매를 표현한다. 자질구레한 크롬장식은 얼굴과 엉덩이의 꼭 필요한 부분에만 썼을 뿐, 최대한 사용을 억제했다. 그럼에도 마치 도자기 같은 디자인으로 빛났다.

그릴 안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숫자 '6'은 외관 디자인의 백미다. 그릴 위에 광원을 붙였다면 정말 수준 낮은 디자인이 됐을 터. 90년 역사를 바라보는 벤틀리 로드스터의 영혼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벤틀리는 EXP 10 SPEED 6때와 마찬가지로 헤드램프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수많은 면들이 LED 빛을 나누면서 마치 보석 같은 이미지를 선사한다. 평범한 헤드램프였다면 그냥 '자동차'에 머물렀겠지만, 이 디자인 덕분에 '예술'의 경지로 올라설 수 있었다. 

실내에는 천연가죽이 폭넓게 사용됐다. 대시보드는 물론 시트뒷쪽 탑 수납부 덮개까지 가죽으로 감쌌다. 대시보드는 센터페시아에서 좌우로 날개를 펼친 듯한 벤틀리 고유 디자인이 그대로 사용됐다. 대시보드를 2개층으로 나누면서 진짜 날개처럼 보이도록 한 게 특징이다. 

센터페시아 버튼 대부분은 터치방식이다. 이 차를 구입한 부호들이 지문 자국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스크린처럼 보이는 센터페시아는 실내 디자인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것은 확실하다.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계기반이다. 산업디자인의 경계를 넘어서 순수예술의 영역에 진입한 것 같다. 마치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시계를 보는 듯 하다. 

수 년 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등장한다는 정보만 나왔을 뿐, 파워트레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 FE 퓨얼 셀 컨셉트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상용화한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 'FE 퓨얼 셀 컨셉트'를 내놨다. 'FE'는 '미래 친환경'을 뜻하는 'Future Eco(퓨처에코)'의 줄임말이다. 

이 모델에는 현대차가 개발한 4세대 수소연료전지기술이 적용됐다. 현재 17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 대비 무게가 20%나 가볍고, 효율은 10%높다. 연료전지 밀도는 30%나 향상돼 1회 만충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800km에 이른다. 

FE 주행중 발생하는 물은 실내 습도를 맞추는데 사용된다. 지금껏 자동차 실내 습도를 고려한 컨셉트카는 상당히 드물었다. 

디자인은 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차체를 구성하는 선과 면이 물 흐르듯 넘실대는 것이 특징이다. 옅은 무광 하늘색 차체는 엣지를 살리기 보다는 부드럽고 깨끗한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주력했다. 

실내도 온통 푸른색으로 감쌌다. 대시보드에는 대형 디스플레이 두개가 나란히 자리잡았다. 이들은 대시보드에 수납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짐칸에는 야외활동에 필용한 휴대용 배터리팩과 전동 스쿠터가 자리 잡았다. 이 스쿠터는 모터쇼 수개월 전 미리 공개된 것으로 운전자의 이동성을 크게 높여준다. 충전은 연료전지가 담당한다.  

 

푸조 인스팅트 컨셉트

'인스팅트(Instinct)'는 본능, 직감을 의미한다. 푸조가 본능적으로 상상한 자율주행 시대를 담았다고나 할까. 능동운전과 자율주행 모드를 각각 두 가지씩, 총 네 가지 운전모드를 제공한다. 아래 참조.

능동운전 모드
- 드라이브 부스트(Drive Boost): 다이나믹한 운전
- 드라이브 릴렉스(Drive Relax):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도움을 받으며 운전

자율주행 모드
- 오토노머스 소프트(Autonomous Soft): 편안하게 쉬며 이동
- 오토노머스 샤프(Autonomous Sharp): 보다 빨리 목적지까지 이동

인스팅트는 운전자의 일정과, 신체리듬, 교통상황, 날씨 등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들을 취합해 적합한 드라이브 모드를 알아서 제안한다.

정보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홈오토메이션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스마트 기기로부터 얻으며,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아틱(Artik)’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된다. 

평소보다 이른 약속이 있는 날은 좀 더 일찍 집에서 떠나라고 안내하거나, 스포츠센터에서 격렬한 운동 후 집에 돌아가는 길은 스스로 '오토노머스 소프트' 모드로 운행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즐거운 와인딩 구간이 포함됐다면 '드라이브 부스트' 모드를 제안한다.

또한 ‘리스폰시브 아이-콕핏(Responsive i-Cockpit)’은 각 드라이브 모드에 적합하게 운전석을 변신시킨다. 시트 포지션과 조명, 음악까지 내 마음에 드는 최적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인스팅트는 실내에만 중점을 둔 모델은 아니다. 차체 외부를 구성하는 그 어느 면도 공기역학을 거스르지 않는다. 푸조는 아래 영상을 통해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인스팅트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300마력을 발휘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파워트레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화보] 푸조 '인스팅트 컨셉트' 자세히 둘러보기

 

아우디 Q8 스포트 컨셉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갈라 먹고 있는 쿠페형 SUV시장에 뒤늦게 도전장을 던진 아우디다. 이들은 X6와 GLE 쿠페를 뻔한 디자인으로 따라잡기 보다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어 미래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우디 Q8 스포트 컨셉트는 먼저 공개된 Q8 컨셉트의 고성능 버전이다. 보닛아래에는 최고출력 450마력을 내는 4리터 6기통 가솔린 TFSI엔진이 얹힌다. 여기에는 7만 RPM을 발휘하는 전동식 터보차저가 힘을 더한다. 

엔진 시동을 걸어주는 스타트모터는 엔진 크랭크축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한다. 발전기능이 있어 트렁크 바닥에 설치된 0.9kWh 배터리를 상시 충전한다. 이 배터리는 전동식 터보차저에 전기에너지를 독점 공급한다. 

덕분에 0-100km/h 가속을 4.7초에 마치며, 최고출력 475마력, 최대토크 약 72kg.m를 뿜어낸다. 최고속도는 275km/h.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1,200km다.

Q8 스포트 컨셉트는 길이가 5미터를 약간 넘는다. 폭은 2미터를 초과할 정도로 상당히 넓다. 더 넓어 보이도록 가로선 위주로 디자인 된 뒷모습은 압도적이다. 

실내는 기존 Q8 컨셉트와 거의 같다. '스포트'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카본을 적극 사용해 좀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낸 것이 차이다. 긴 길이를 바탕으로 안락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도 분리됐다. 

계기반에는 어김없이 버추얼 콕핏이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봉 주변 일부 버튼을 제외한 모든 인터페이스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된다. 

아우디는 내년 Q8 양산형을 선보일 계획이다.

참고기사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난 생소한 슈퍼카 브랜드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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