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소개하는 차들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잡히는 브랜드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 차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팔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들어올 차, 아예 안 들어오는 차,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그 브랜드 사장님도 수입여부를 모르는 차 등, 그 사연도 다양하다. 세단 일변도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 어필할 만한 신차들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만나봤다. 

푸조 5008

푸조 5008은 디젤차다. 국내에 BMW, 벤츠 등 프리미엄 수입브랜드가 내놓은 디젤 SUV가 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프리미엄'이다. 대중적인 차보다 웃돈이 붙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만만치 않다. 

유럽산 프리미엄 SUV 대신 좀 더 대중적인 수입 SUV로 눈을 돌리면 가솔린 차만 가득하다. 보통 미국차이거나 미국에서 생산한 일본산 SUV다. 미국에서 팔려고 만든 차들이기 때문에 디젤 모델이 없다. 

그래서 푸조 5008이 더 매력적이다. 잘 생긴 얼굴에 넉넉한 크기, 효율 좋은 디젤엔진까지 얹었기 때문에 수입 SUV 구입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푸조 매장 주변을 기웃거릴 법 하다. 

겉모습은 신형 3008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 3008은 MPV 영역을 확실하게 탈피한 정통 SUV를 지향한다. 미래적이면서 센스 있는 디자인은 데뷔 당시, 전 지구적인 호평을 받았다. 급기야 2017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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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푸조 3008

5008은 그 기조를 이어 받았다. 원래 미니밴이었지만 중형 SUV로 완전히 변신했다. 길이 4,641mm, 휠베이스 2,840mm으로 현대 싼타페보다 바퀴사이 거리는 더 길지만 길이는 짧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런 저런 SUV를 다 갖다 대도 길이가 아쉽다. 하지만 긴 휠베이스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앞-뒤 바퀴사이 거리가 길면 길수록 뒷좌석은 안락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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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8의 옆모습 뒷좌석이 넓어보인다

트렁크 공간이 좁아지는 거야 시트 배열에 머리를 잘 쓰면 충분히 해결가능하다. 공간을 다채롭게 뽑아내기로 유명한 푸조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2열을 3개의 독립좌석으로 구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1.2L, 1.6L 가솔린 엔진과, 1.6L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 2리터 디젤도 준비된다. 가솔린 엔진은 각각 130마력, 165마력을 내며, 디젤은 100마력, 120마력을 낸다. 2리터 디젤은 150마력과 180마력을 낸다. 싼타페급 차에 1.2리터, 1.6리터 엔진이라니, 효율을 중시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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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봐석 바닥까지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5008은 온갖 다양한 정보를 계기반에 띄워주는 i-콕핏이 적용됐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요, 차량 상태 등 여러 정보를 효율적으로 보여준다. 

푸조 모델들은 사설 업체 내비게이션이 장착되는데, 국내 수입될 경우, 이 부분이 중요하다. 푸조 본사가 만든 네비를 삭제하면 i-콕핏은 바보가 된다. 그저 앞유리 바로 밑에서 정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활용이 불가한 반쪽짜리 장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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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8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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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조립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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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콕핏 계기반

하지만, 긴급제동시스템, 차선유지보조장치, 사각지대 경보장치, 스마트 하이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 360도 서라운드 뷰 기능까지 여러가지를 챙긴 점은 주목할만 하다. 

어찌됐든 수입 디젤 SUV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5008은 좋은 선택지다. 효율, 공간, 디자인, 편의 장비 어느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인피니티 Q60

인피니티는 왜 Q60을 빨리 들여오지 않나? 이전 모델 G70은 뭇 차덕들이 바라볼 수 있는 현실적인 드림카 역할을 한 바 있다. 한시 바삐 Q60으로 이들의 갈증을 달래줘야 할 터. 

범퍼 양끝단까지 꼼꼼하게 디자인한 Q60은 이번 모터쇼에서 Q60 블랙 스포트S로 한차례 더 변신했다. 한번 보여주는 쇼카에 그친 모델이지만, Q60 때문에 갈라진 목구멍을 더 가물게 만들었다. 

Q60은 인피니티가 선보이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의 선두에 있다. 인피니티 식구 중에서 가장 최근에 풀체인지된 신모델이기 때문이다. 헤드램프와 연결된 그릴, 날렵하게 꺽인 C필러 디자인, 든든한 뒷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차는 사진보다는 실물을 봐야 한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넘실대는 볼륨감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머플러, 범퍼, 그릴 등, 쉽게 놓치지 쉬운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신경쓴 게 느껴진다. 

실내는 Q50과 비슷하다. 위-아래로 놓인 스크린 2개를 중심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쓰기 편하다. Q50과 디자인이 유사한 게 발목 잡힐 요소이긴 하지만, 편하면 장땡이다. 

Q60은 두가지 파워트레인을 얹는다. 2리터 가솔린 터보와, 3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각각 최고출력 208마력, 35.7kg.m과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40.8kg.m을 뿜어낸다.

여기에는 7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며, 모두 뒷바퀴 굴림이 기본이다. 선택 사양으로 4륜구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Q60은 미국에서 우리 돈 약 4천 5백만 원에 팔린다. 이것 저것 옵션을 추가하면 5천만 원 이상에 팔린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경우, 이 보다는 가격이 소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아 K5 왜건 PHEV, i30 왜건

기아차는 해외시장에 현지 전략 모델을 여러 대 만들어 팔고 있다. 소형 MPV 벤가와 i30급 모델 씨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씨드는 일부 국내 소비자들도 수입을 희망하는 인기 모델이다. 

지난 해 공개한 K5 왜건은 여기에 맥을 같이 한다. 왜건 인기가 높은 유럽 전략형 모델로, 유럽여행 중 꼭 한 번은 목격한다. 얼굴은 K5인데 엉덩이가 왜건이라 '저게 무슨 차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현기증이 오곤 한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타본 K5 왜건은 배터리를 외부전원으로 미리 충전해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156마력을 내는 2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68마력을 내는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39kg.m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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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V 충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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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바닥에 자리잡은 배터리

내부에 장착된 용량 68kWh인 배터리는 전기주행 모드만으로 최대 60km까지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서울 강남에서 홍대까지 출퇴근 하는 직장인이라면 매주 기름 한방울 쓸 필요가 없다. 단, 부지런히 충전해야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크기만큼 실내 공간을 손해본다. 때문에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왜건이 세단보다는 PHEV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맥락에서 K5왜건 PHEV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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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왜건 PHEV 실내

안 그래도 국산차 공간 뽑아내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준인데 이걸 왜건으로 만들었으니 말 다했다.

원래 K5왜건의 트렁크는 552리터이지만 배터리공간을 희생하면서 440리터로 공간이 줄어들었다.  2열시트를 4:2:4로 접으면 최대 1,574리터까지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2열시트 앞쪽까지는 K5 세단과 똑같다. 왜건형이 되면서 머리 공간이 여유로워진 덕분에 뒷좌석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호평받은 잘 생긴 디자인에 적재능력까지 키운 터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모터쇼에서 함께 등장한 i30 왜건도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을 타겟으로 내놓은 차다. 그간 등장했던 i30sw가 그저 엉덩이를 약간 키운 반쪽짜리 왜건에 불과했다면 새 모델은 완전히 덩치를 키우면서 '왜건'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2열시트를 펼친 상태에서 트렁크 공간은 무려 602리터다. 한 체급 위 K5 스포츠 왜건보다 더 넓다. 2열시트를 접을 경우 1,650리터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차급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비싼 가격 때문에 벤틀리와 경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매량이 좋지 못한 i30다. 그러나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기본기와 만듦새로 국내외 언론의 평가는 상당히 후하다.

왜건 불모지인 대한민국이지만, 잘 달리고, 짐 많이 싣는 왜건이 득세할 경우, 위 두 모델은 왜건 시장 평정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타타 티고르, 넥슨

올해 초, 중한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중국산 승용차를 시판했다. 2,000만 원 내외의 가격에 현대 싼타페급 덩치를 자랑하는 켄보600이 그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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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 티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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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는 이렇게 나왔지만...

가성비로만 따지면, 국내외 어디에 갖다놔도 1등할 수 있다. 한 국산차 브랜드에서는 이 차를 뜯어본 후 "우리는 절대 이 가격에 못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출시 한 달이 넘은 지금, 켄보600은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에 버스를 판매하고 있는 타타의 저렴한 승용차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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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 넥슨

타타는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 크로스오버 티고르와 SUV 넥슨을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아직 인도에서도 출시되지 않은 따끈따근한 신차다. 세단 버전 티고르와 크로스오버 넥슨 둘다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500만원 수준이다. 

현대 액센트만한 크기에 400리터에 이르는 트렁크와 버튼식 게이트, 자동에어컨,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빠짐없이 챙겼다. 얼핏 봐서는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실내도 포인트색상을 적절히 집어넣어 산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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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고르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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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실내

두 모델 모두 비포장 도로가 많은 인도 현지 상황을 고려해 다소 '껑충'한 모습이다. 휠이 다소 작아서 차가 전체적으로 가분수 느낌이 나지만 그만큼 네 발이 가벼워졌다. 

티고르의 경우 트렁크가 뒷유리와 함께 열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뒷유리는 아주 튼튼히 고정돼 있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이런 부분에 개선돼야 할 것들이 드러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봐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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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모드 셀렉터도 있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15kg.m인 1.2리터 가솔린 엔진과 최고출력 70마력, 최대토크 15kg.m를 내는 1리터 터보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세아트 이비자

세아트는 슈코다와 함께 폭스바겐 그룹의 저가형 라인업을 책임지고 있다. 벤틀리가 럭셔리를 담당하고, 아우디가 프리미엄, 폭스바겐이 중간급, 슈코다와 세아트가 엔트리급을 담당한다.

세아트는 이번에 신형 이비자를 공개했다. 폭스바겐 폴로, 슈코다 파비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골프 아랫급 소형 해치백이다. 이비자는 세아트의 대표적인 인기모델로 영국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차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단, MQB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뼈대는 검증됐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75마력에서 115마력에 이르는 3기통 1리터 TSI 가솔린 엔진을 얹는다. 최대토크는 10kg.m에서 21kg.m에 이른다. 연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디자인은 그간 세아트가 보여줬던 엣지 살린 디자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곡선보다는 칼로 벤 듯한 날카로운 면과 선을 살려 이전보다 한결 정교해 보인다. 

다만, 비슷한 위치에 있는 슈코다와 디자인 스타일링이 너무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슈코다 보다는 터치가 살짝 부드럽긴 하지만, 스타일링이 겹친다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 

실내로 들어서면 독일차에서 볼 수 있는 꼼꼼한 만듦새가 여실히 느껴진다. 부품 사이 단차를 아주 정교하게 메우면서 조립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폭스바겐이 만든 차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아무래도 브랜드 포지셔닝과 차급이 폭스바겐 그룹에서 아랫쪽에 위치하다 보니 고급스러운 맛은 덜하다. 실내를 감싼 각종 패널도 말랑말랑한 소재보다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그대로 노출된 곳이 많다. 

그러나 8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피아노 블랙으로 처리된 대시보드, 그 사이 크롬으로 처리된 포인트 내장재, 붉은색 스티치 등이 자리 잡으면서 나름의 조화로 구매자를 위로한다. 

슈코다의 국내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세아트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가 점유율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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